로얄코펜하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재스퍼 닐슨

로얄코펜하겐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재스퍼 닐슨 인터뷰

로얄코펜하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재스퍼 닐슨

지난해 로얄코펜하겐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재스퍼 닐슨이 합류하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브랜드의 언어를 정립하고 새로운 옷을 입힌다는 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함에 주어진 특혜이자 무거운 짐이 아닐까. 고향 덴마크를 떠나 20년 넘게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지에서 럭셔리 패션 하우스 시니어 디자이너로 활동한 그가 해외 생활을 마치며 선택한 다음 스텝은 내년이면 250주년을 맞이하는 덴마크 왕실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였다.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디자인, 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보다 아름답게 가공된 브랜드 메시지를 세상에 던지는 자리를 찾아간 것. 로얄코펜하겐 코리아 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카페에 방문한 그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한 소감, 로얄코펜하겐 내 한국 시장의 중요성 등에 대해 직접 들을 수 있었다.

Interview

재스퍼 닐슨(Jasper Toron Nielsen) 로얄코펜하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럭셔리 패션하우스에서 로얄코펜하겐으로

지난해 로얄코펜하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했습니다. 패션 브랜드의 시니어 디자이너로 오랜 시간 활동하다 로얄코펜하겐 행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스무 살 무렵 패션을 공부하기 위해 덴마크에서 런던으로 향했어요. 운이 좋게도 버버리, 지방시, 브리오니, 톰 포드 등 여러 럭셔리 브랜드에서 시니어 디자이너까지 오르며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다음 행선지로 로얄 코펜하겐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스텝이었다고 생각해요. 평소 개인적으로 아트, 디자인, 역사 등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이 세 개 키워드에 둘러싸인 브랜드가 바로 로얄코펜하겐이잖아요. 오히려 지금까지 있었던 브랜드들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거죠. 약 20년 가까이 이어졌던 해외 생활을 마치고 다시 덴마크로 돌아와 로얄코펜하겐에 합류하게 된 것인데요. 제가 덴마크 사람이라 그런지 로마, 파리, 런던 등 어느 나라에 가든 꼭 로얄코펜하겐 제품을 들고 다녔어요. 타지에 나와있지만 꼭 고향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거든요. 이러한 경험들이 저에겐 쌓이고 쌓여 어느 순간부터는 이 브랜드와 제가 감정적으로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졌고요. 그래서 로얄코펜하겐에 합류하는 일은 저에겐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어요.

로얄코펜하겐이 당신의 경험과 감각을 필요로 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제가 로얄코펜하겐과 맨 처음 미팅할 때가 떠오르네요. 로얄코펜하겐이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부터 패션 브랜드까지 거쳐온 나를 필요로 하는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기존에는 전통과 역사가 오래된 도자기 브랜드라는 타이틀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면, 이제는 새로운 바람을 통해 로얄코펜하겐도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시장을 아우르는 브랜드로의 변모를 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러한 측면에서 합류한 이래로 새롭게 준비한 것들이 많아요. 가까운 시일 내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소재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현재 로얄코펜하겐 내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넓게 말하자면 소비자에게 닿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역할을 합니다. 그중에서도 두 가지 요소에 집중하는데 첫 번째는 디자인이에요. 디자인팀과 아주 밀접하게 소통하면서 의견을 조율하고요. 두 번째는 마케팅입니다. 아름다운 스토리텔링이나 캠페인을 진행할 때 전반적인 부분을 관리하죠. 여기서 한 가지가 더 있다면, 콜라보레이션 업무인데요. 저희는 그동안 비야케 잉글스, 감프라테시 등 뛰어난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줄곧 진행해왔어요. 그 과정에서 브랜드를 더욱더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고요.

전통 브랜드의 오늘날

로얄코펜하겐처럼 역사가 긴 브랜드에게는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변모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가 있죠.

어떤 브랜드에게든 250주년을 기념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이슈일 거라 생각해요. 지금처럼 모던한 브랜드 그리고 디자인 브랜드로 남기 위해서는 진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둘러앉아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는 문화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여온 것처럼요. 로얄코펜하겐이 처음 생긴 당시에는 다 같이 모여서 먹고 마시는 개더링 문화가 활발히 발달했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기 때문에 이 지점에서 저의 역할은 과거를 뒤돌아보고 또 앞으로 다가올 일이나 상황을 미리 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행히 저희는 250년이라는 긴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방대한 아카이브를 보유하고 있어 과거에서 힌트를 얻어 앞으로 나아갈 생각입니다. 또 모던 디자인 브랜드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케팅도 굉장히 중요한데 특히 새로운 세대에게 저희와 같은 헤리티지 브랜드를 전하기 위해서는 크리에이티브하고 엔터테이닝 한 양면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과거와 오늘날의 티타임 문화는 어떤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 할머니, 어머니 세대들은 티타임을 위해 티 세트를 구비하고 상차림 하듯 테이블 위를 꽉 채워 그 시간을 즐겼다면, 요즘 젊은 세대들은 그에 반해 티타임이라는 개념에 조금 더 캐주얼하게 접근하죠. 또 과거에는 티타임이라 하면 특별히 시간을 내어야만 하는 것처럼 여겼다면, 오늘날의 티타임은 조금 더 일상적인 일이 되었고 찻잔 하나만으로도 티타임을 즐기는 시대가 되었고요. 그래서 저 역시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더 창의적이고 매력적으로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마케팅 측면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덴마크 사람들에게 ‘로얄코펜하겐’이라는 브랜드는 단순히 오래된 브랜드의 의미를 뛰어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죠.

맞아요. 오랜 시간 전 국민에게 사랑받으며 헤리티지를 이어온 브랜드이기 때문에 덴마크 사람들 대부분이 자랑스러워하는 브랜드입니다. 어떻게 보면 덴마크 사람들 생활의 일부라고 할 수 있죠. 저희 제품은 도자기 제품이기 때문에 상하거나 썩어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영원히 보존이 되잖아요. 조부모님의 부엌 찬장에서 보던 것들이 우리 세대의 부엌 찬장에서도 발견되는 타임 리스한 브랜드죠. 그뿐만 아니라 덴마크 왕실 브랜드라는 점에서도 문화적 의미가 크고요.

매장 공간을 연출할 때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희 같은 럭셔리 브랜드에게는 스토어 공간이 그저 쇼핑하는 공간이 되면 안 되고 ‘팔라스 엔터테이닝(Palace Entertaining)’ 즉, 궁전과도 같은 느낌의 공간을 연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합류하기 이전에는 브랜드의 전통적인 부분을 강조할 수 있는 테이블 세팅이 강조되어왔다면, 앞으로는 이러한 콘셉트를 개선해나가기 위해 여러 측면으로 고민 중이에요. 가장 먼저 코펜하겐에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부터 변화를 꾀하려고 하는데요. 실력 있는 건축사와 협업을 통해 컨셉추얼한 스토어로 리노베이션을 할 예정으로 이후에는 전 세계에도 동일한 콘셉트로 매장 공간 디자인의 변화를 꾀하고자 합니다.

디렉터님 일상에 매일 함께 하는 로얄코펜하겐 제품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우선 저는 매일 아침 ‘블루 플레인’ 머그에 모닝커피를 마셔요.(웃음) 이 컵은 제가 로얄코펜하겐에 합류하기 10년 전부터 사용하던 제품인데 이 컵에 커피를 마실 때마다 ‘일상 속에서 아름답고 퀄리티 좋은 제품을 쓰고 있구나’ 생각하게 하거든요. 일상 속에 사소한 기쁨을 찾게 한 제품이죠. 그리고 ‘블루 풀 레이스’라는 제품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옛날에 생산되던 화병이에요. 장식적인 요소가 많아 장인 정신이 집약된 제품인 만큼 최근 재생산해 판매 중이고요. 특히 윗부분은 모두 레이스 형태로 되어 있어 사람 손으로 직접 구멍도 직접 타공해야 하고, 블루 페인트로 패턴을 그려 넣어야하는 만큼 로얄코펜하겐의 장인 정신을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는 제품이 아닐까 생각해요.

로얄코펜하겐 코리아 창립 30주년 기념 전시 카페에 방문한 재스퍼 닐슨 ⓒ로얄코펜하겐
로얄코펜하겐에게 한국 시장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한국은 로얄코펜하겐에게 세 번째로 큰 시장입니다. 그만큼 굉장히 중요한 시장인데요. 저희는 특히 한국 고객들을 인상적으로 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로얄코펜하겐의 장인 정신을 굉장히 높게 사고 있다는 점이에요. 또한 모든 제품이 핸드프린팅을 통해 완성된다는 저희만의 헤리티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그러한 면에서 로얄코펜하겐에게 한국 시장은 앞으로도 중요한 시장일 것 같습니다. 특히 저희가 한국 고객을 위해 ‘코리안 보울(Korean Bowl)’이라는 한식기도 개발해 판매 중인데 이는 그만큼 저희에게 한국 시장이 중요하다는 걸 의미해요. 그래서 이번 로얄코펜하겐 코리아의 3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에 함께 하게 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브랜드를 세 단어로 표현한다면요?

세 단어요? 더 많은 단어를 말할 수도 있는데 아쉽네요.(웃음) 장인정신, 아름다움, 커뮤니티. 커뮤니티에 설명을 덧붙이자면 소셜 개더링이라는 문화가 없었다면 지난 250년간 저희 브랜드가 이어져 올 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순간까지 소셜 개더링은 저희에게 중요한 단어가 될 것 같아 커뮤니티를 뽑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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