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만 명 이상이 찾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북 페스티벌’

2024 서울국제도서전 미리보기

2024 서울국제도서전이 6월 26일부터 30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다. 도서전을 기다리며 관람 포인트를 소개한다.

매년 10만 명 이상이 찾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북 페스티벌’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만큼이나 러너로 유명하다. 묘비명의 문구를 선택할 수 있다면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고 써넣고 싶다 말했을 정도다. 갑자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러너 자아를 소환한 것은 바로 이 이야기를 꺼내기 위함이다. 하루키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달리기에 관해 이렇게 썼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그러니까 쉴 틈 없이 울리는 메신저와 우리의 모든 주의를 빼앗아 가려는 자극적인 영상들, 바쁜 업무와 집안일은 아마 대형 트럭에 쌓인, 평소 우리가 책 읽기를 그만둘 이유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지금 소개하려는 2024 서울국제도서전(SIBF)은 책 읽기를 계속하게 하는, 무수히 많은 ‘아주 적은 이유’를 만날 수 있는 장이다.

2023 국제도서전 현장 스케치 사진 출처 서울국제도서전 공식 홈페이지

70년 넘게 이어진 역사

서울국제도서전(이하 ‘도서전’)의 역사는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방 직후 혼란기에 한글로 출판한 책들을 보급해 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되고자 했던 1947년 교육박람회의 도서전시를 전신으로, 1954년 “지식은 광명이다. 독서는 지식의 열쇠”라는 주제와 함께 본격적인 도서전이 시작됐다.

이후 ‘도서전시회’, ‘전국도서전시회’, ‘전국도서축제’, ‘연합도서축제’로 이름을 바꾸다 1990년 ‘서울도서전’을 거쳐 1995년부터 ‘서울국제도서전’으로 자리 잡았다. 도서전은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문화 행사로, 70년 동안 수많은 독자와 저자, 그리고 출판인들을 한곳에 모으는 구심점이다. 지난해에는 36개국에서 530개의 업체가 참여했으며 약 13만 명의 참관객들이 도서전을 찾았다.

서울국제도서전 CI 사진 출처 서울국제도서전 공식 홈페이지

2018년부터 사용하는 CI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출판사인 워크룸이 디자인했다. 사람들이 책장에서 책을 꺼내는 모습과 책상에 앉아 책을 꺼내는 모습을 동시에 표현함으로써 책과 함께하는 삶을 담아냈다.


걸리버와 함께 찾아 나선 평화

올해 도서전의 주제는 ‘후이늠(Houyhnhnm)’이다. ‘후이늠’은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가 마지막이자 네 번째로 여행한 나라에서 만난 종족으로, 불신, 거짓말, 침략, 살인, 전쟁 등을 벗어난 세계를 의미한다. 최근 2~3년간 지구 환경과 미래 위기와 관련된 주제를 다뤘던 도서전이 올해에는 당장 벌어지고 있는 전쟁 등 재래식의 비참함을 해결해 보자는 의미로 〈걸리버 여행기〉의 ‘후이늠’을 주제로 선정한 것.

일견 ‘후이늠’의 세계는 이상적이고 완벽해 보인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과 부정함이 사라진 세상이 정말 완벽한 세상일까? 도서전은 ‘후이늠’을 키워드로 큐레이션 된 도서와 강연과 세미나, 북토크 등을 통해 다양한 평화의 가능성을 재고하는 한편 독자들과 함께 진정한 평화의 지도를 그리고자 한다.

2023 국제도서전 현장 스케치 사진 출처 서울국제도서전 공식 홈페이지

도서전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

현장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도서전의 백미다. 메인 강연인 주제 강연에는 최재천, 김연수, 은희경 작가 등이 연사로 참여한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와 물리학자 김상욱이 진행하는 주제 세미나 ‘세상을 뒤흔든 물리학의 세계: 〈삼체〉에 관하여’, 소설가 김초엽과 SF 평론가 심완선의 북토크 프로그램 ‘건너편의 세계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박준 시인과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 작가가 함께하는 저작권 세미나 ‘문학과 AI를 횡단하다’ 등 관심사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김이나 작사가, 이슬아 작가, 황석희 번역가가 함께한 2023 서울국제도서전 토크 프로그램 현장. 사진 출처 서울국제도서전 공식 홈페이지

맨부커 국제상 수상자인 오만의 작가 조카 알하르티를 포함해 〈가짜 노동〉의 데니스 뇌르마르크, 의 미셸 자우너, 〈사라진 것들〉의 앤드루 포터, 만화 〈신부 이야기〉의 모리 카오루, 〈던전밥〉의 쿠이 료코 등 해외 작가들도 도서전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참가사가 독자들을 위해 직접 준비한 프로그램도 있다. 강연부터 체험, 사인회, 이벤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책갈피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만날 수 있다.


올해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은 어떤 책일까? 지혜롭거나 재밌고, 즐거운 책은? 이에 대한 해답을 도서전에서 찾을 수 있다. 도서전은 한국 책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Best Book in Korea, BBK)’을 선정하는 공모를 진행한다.

2023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BBDK)’ 선정작 10종을 모아 선보인 전시 현장. 사진 출처 서울국제도서전 공식 홈페이지

학술 부문인 ‘한국에서 가장 지혜로운 책(BBWK)’, 웹툰과 웹소설을 포함한 만화 부문인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BBPK)’, 그림책 부문인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BBCK)’, 디자인 부문인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BBDK)’ 등 총 4개 부문에서 10종씩 40종을 선정한다. 각 부문에 따라 주제의 완성도, 독창성, 확장성, 예술성 등을 두루 고려해 선정하는데, 이 선정작 40종이 특별 기획 전시로 펼쳐진다.

함지은 디자이너의 〈2666〉 사진 출처 열린책들

디자인플러스 독자라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수상작 중 〈2666〉, 〈GOLDILOCKS ZONE〉, 〈Stranger than Matter〉를 만든 김성구, 김진희, 함지은 디자이너를 만나는 BBDK 토크 ‘아름다움이라는 모호한 불확실성, 이를 마주하는 북 디자이너의 태도’가 흥미롭겠다.


다채로운 참가사들과 신작 도서

참가사들의 면면도 눈에 띈다. 도서전이라고 해서 출판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는 ‘독서 연구소’라는 콘셉트로 5년 만에 도서전에 참여한다. 독서를 쉽고 재밌게 느낄 방법,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등 밀리 연구원들이 지금까지 연구해 온 것들을 만날 수 있다. 일민미술관은 미술관 1층 기둥서점을 통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제작한 도서와 아트 상품을 들고 나온다. 독립출판과 아트북을 다루는 책마을에서는 책을 만들고 책방을 운영하는 대구의 고스트북스 등이 자리한다.

도서전은 각 출판사가 준비한 신작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 작가가 참여한 〈음악소설집音樂小說集〉(프란츠),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이후 6년 만에 신작을 발표하는 김원영 작가의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문학동네), 그림책 작가 이수지의 〈춤을 추었어〉(안그라픽스) 등 10권의 책이 도서전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도서전 주제로 제작되는 한정판 기획도서 〈후이늠Houyhnhnm – 검은 인화지에 남긴 흰 그림자〉와 김연수 작가가 쓰고 강혜숙 작가가 그린 도서전 주제 도서 〈걸리버 유람기〉도 놓칠 수 없다.


지난 4월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 발표가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다. 지난해 성인의 독서율이 43%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이들이 57%라는 이야기다. AI에 대응하기 위해 또는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할 필요도 있지만, 무엇보다 책은 그냥 그 자체로 재밌다. 도서전의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누구나 나에게 맞는 책 한 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024 서울국제도서전 모션 포스터 사진 출처 2024 서울국제도서전

2024 서울국제도서전은 6월 26일부터 6월 30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며, 6월 25일 화요일에 도서전 얼리버드 2차 티켓 예매가 마감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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