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은 패키지 디자인 전략

빙그레의 새로운 얼굴

빙그레 디자인실은 기존 제품의 패키지 리뉴얼과 신제품 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단순함(simple)’, ‘독특함(unique)’, 재미(fun)’ 세 가지 키워드로 설정했다. 브랜드의 유산은 영리하게 지켜나가되 소비자에게 특별한 맛과 재미를 제공하는 패키지 전략을 살펴본다.

먹고 싶은 패키지 디자인 전략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빙그레는 국내의 대표적인 유음료·아이스크림 회사다. ‘투게더’, ‘바나나맛우유’, ‘메로나’ 등 수십 년간 꾸준히 사랑받은 제품으로 친숙함과 인지도를 보유하며 확고한 브랜드 자산을 일궈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유행과 소비자의 취향이 달라짐에 따라 오늘날 급속히 성장하는 디저트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면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이에 빙그레 디자인실은 기존 제품의 패키지 리뉴얼과 신제품 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단순함(simple)’, ‘독특함(unique)’, 재미(fun)’ 세 가지 키워드로 설정했다. 브랜드의 유산은 영리하게 지켜나가되 소비자에게 특별한 맛과 재미를 제공하는 패키지 전략을 살펴본다.

브랜드 파워를 강화한 주력 제품

세련되고 감각적인 스타일로 리뉴얼한 수출용 메로나. 디자인: 박정신

1992년 출시한 메로나는 멜론의 향과 맛을 그대로 담은 제품에 흔치 않은 사각 모양으로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브랜드다. 국내를 넘어서 해외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한 가운데 이번 리뉴얼은 수출용 메로나의 패키지를 프레시하게 디자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의 BI는 그대로 유지하되 과일과 우유, 아이스크림 세 요소를 조화롭게 구성해 식감을 살리고 이미지를 시원시원하게 배치함으로써 주목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작은 변화로 세련되고 감각적인 스타일을 더한 전략은 정통 그릭요거트 ‘요파’의 패키지 리뉴얼 작업에도 주요하게 작용했다. 소비자들이 ‘요파’라는 브랜드와 그릭요거트라는 제품의 특성을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문제점에 착안해 ‘Greek’이라는 문구를 직접 BI에 결합시킴으로써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그릭요거트 본연의 느낌을 시각적으로 강조한 패키지의 요파. 디자인: 김아영
여러 제품군을 한데 아우를 수 있도록 리뉴얼한 요맘때. 디자인: 박정신

여기에 신선한 느낌의 과일과 그릭요거트의 질감을 강조한 시즐(제품 사진)로 꾸미지 않은 맛을 나타내는 등 제품의 속성에 대한 정보를 더하며 브랜드의 효용 가치를 높였다. 한편 특유의 상큼함과 깔끔한 맛이 특징인 요맘때는 바, 콘, 치어백 형태에 이어 젤리 등 새로운 제품이 파생됨에 따라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디자인으로 교체했다. 제품의 원료인 요구르트와 과일 등의 이미지를 심플하면서 명확하게 강조하고 BI 주변으로 여러 면이 겹쳐지면서 드러나는 컬러를 적용해 풍부한 맛을 떠올리게 한 것이다. 이렇게 완성한 새 패키지는 다양한 컬러로 베리에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품의 확장성에도 용이하며 전체적인 통일감을 부여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독특함으로 맛에 재미를 더한 신제품

‘설in=설인’이라는 언어적 유희를 활용해 설인 캐릭터를 개발, 패키지에 재미를 더한 설in면. 디자인: 박정신
일러스트 디자인으로 친근함을 더한 기내식용 바나나맛우유. 디자인: 박혜진

지난 3월 빙그레가 새롭게 출시한 ‘설in면’은 ‘시원한 눈이 면에 서리다’라는 뜻 그대로 라면을 옮겨놓은 모양이 그 핵심이다. 재미있는 콘셉트의 제품인 만큼 패키지 디자인 전략 역시 ‘설in=설인’이라는 언어적 유희를 통해 설인 캐릭터를 제작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설인이 설인면을 먹는다’라는 콘셉트로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개발, 친근감을 갖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일러스트의 활용은 새롭게 출시한 기내식 어린이용 바나나맛우유에도 적용, 굴리굴리 스튜디오(Goolygooly studio)와의 협업을 통해 귀여운 캐릭터로 완성했다. 이번 신제품은 기내에서만 제공하는 만큼 유통 및 보관의 편의성을 위해 테트라 팩으로 제작했는데 무엇보다 국내와 해외 고객 모두가 이질감 없이 제품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주요했다. 이에 일러스트를 통해 소비자와 제품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단축시키고 친근감을 유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커피 전문점의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는 듯한 콘셉트의 아카페라 사이즈업. 디자인: 박혜진
프리미엄 초콜릿 음료 시장을 겨냥해 심플하고 고급스럽게 디자인한 드링킹카카오 6, 7 디자인: 권은지

한편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제품 출시와 그에 따른 디자인 전략 역시 주목할 만하다. ‘드링킹카카오 6, 7’은 테이크아웃 컵을 연상시키는 용기 형태로 슬리브 위치에 별도의 디자인을 적용해 스타일리시함을 더했다. 카카오 함유량에 따라 밀크와 다크를 숫자로 구분 짓는 콘셉트에 정교한 시즐의 표현으로 묵직하고 깊은 맛을 고급스럽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도 최근 커피 음료 트렌드에 맞춰 대용량으로 출시한 ‘아카페라 사이즈업’ 역시 심플함과 고급스러움을 패키지 디자인 전략으로 삼은 예다. 친숙한 냉장 커피지만 맛과 디자인에서 커피 전문점의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는 듯한 콘셉트를 적용, 용기 하단 역시 마치 슬리브를 씌운 것처럼 세련되고 심플하게 표현했다.

여기에 무게감이 느껴지는 컬러를 적용해 카페인과 설탕 함유가 줄어든 고급스러운 맛을 표현하고 BI에서는 사이즈 업을 위트 있게 강조하는 등 단순함과 독특함, 재미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는 평이다. 빙그레 디자인실 정영주 실장은 앞으로 빙그레는 적절한 리브랜딩으로 기존의 디자인 자산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하는 한편 좀 더 젊고 신선한 흐름으로 유니크한 디자인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467호(2017.05)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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