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입은 이미지다!
문자와 단어로 디자인된 컬러풀한 세상
지난 수십 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그래픽디자이너로 폴라 셰어를 빼놓을 수 없다. 1970년대부터 아트 디렉터로서의 경력을 시작한 그는 독자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인 다이내믹한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공연 예술 기관의 그래픽 언어를 재정의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뮌헨의 디자인 미술관 디 노이에 잠룽은 독일 최초로 미국 출신의 그래픽디자이너 폴라 셰어의 첫 번째 개인전을 선보인다.
뮌헨의 피나코텍 데어 모데르네의 디자인 미술관 디 노이에 잠룽Die Neue Sammlung은 독일 최초로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폴라 셰어Paula Scher의 첫 번째 개인전을 선보인다. 폴라 셰어는 수십 년 동안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1970년대부터 아트 디렉터로서의 경력을 시작한 폴라 셰어는 혁신과 급진성을 상징하는 아이코닉 한 디자인 스타일을 개발해왔다.
창의성은 잘못된 행동에 대한 작은 도전이다 – 폴라 셰어
폴라 셰어 작품의 중심에는 항상 타이포그래피가 있어왔다. 문자와 단어로 구성된 강력한 구성과 이미지를 고안하여 읽지 않아도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말에는 의미가 있고 글에는 표현력이 있다”라는 폴라 셰어의 디자인 철학은 사람들이 글을 읽지 않고도 메시지를 파악하고 그와 관련된 감정, 재치, 파워, 아름다움 및 다양한 인간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저 한다. 또한 그녀의 작업에는 아이덴티티 및 브랜드 시스템, 광고 자료, 안내 시스템, LP 표지, 건축용 그래픽, 기업과 기관을 위한 출판물 및 포스터 등이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약 20년 동안 자신이 직접 그린 플로어 맵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표현해 오고 있다.
폴라 셰어의 독자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인 다이내믹한 타이포그래피는 공연 예술 기관의 그래픽 언어를 재정의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녀가 고안한 맞춤형 글꼴은 현대 브랜딩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고, 환경 그래픽 분야에서 그녀의 작업은 건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역동적인 설치물을 선보일 수 있었다. 어도비, 블룸버그, 시티뱅크, 코카 콜라, 마이크로소프트, 뉴욕 하이라인과 같은 대기업과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뉴욕 현대 미술관, 뉴욕 시립 발레단, 뉴욕 필하모닉, 필라델피아 미술관 같은 문화 기관이 폴라 셰어의 고객이다.
1991년에는 세계적인 디자인 에이전시인 펜타그램Pentagram의 뉴욕 지사의 파트너가 되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하는 전 세계 고객을 위해 브랜드 아이덴티티, 간판, 포장, 출판물을 디자인하는 팀을 이끌고 있다. 아트디렉터 클럽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폴라 셰어는 공공 극장을 위한 선구적인 기업 아이덴티티로 통합된 기업 디자인 전략으로 비콘 어워드Beacon Award를 수상했으며, 이 외에도 AIGA 메달, 미국 내셔널 디자인 어워드, AIGA 메달, 타입 디렉터스 클럽메달, D&AD 특별 회장상, 2023년 독일디자인협의회에서 ‘올해의 인물상’을 수상하는 등 그녀의 수상 경력은 화려하다.
폴라 셰어는 디 노이에 잠룽Die Neue Sammlung 공간을 위해 갤러리 자체가 관람객을 사방으로 둘러싸는 워크스루 설치물을 활용한 특별한 큐레이션을 선보였다. 포스터로 장식된 벽면 전체는 거대한 광고판으로 변신하고, 다른 벽면에는 폴라 셰어가 다른 공간에서 작업한 사진 이미지가 전시되어 있어 전시 갤러리가 더욱 확장된 듯이 보인다. 그녀는 갤러리의 계단과 기둥을 그래픽에 통합하고, 두 개의 파터노스터 엘리베이터도 포스터를 전시하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바닥은 폴라 셰어가 전시를 위해 특별히 그린 독일 지도로 완전히 덮여 있고, 그 위에는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가 놓여 있는데, 창문을 제외하고는 미국 지도로 완전히 칠해져 있는 게 인상적이다. 또한 폴라 셰어는 다리가 아닌 입체적인 글자 위에 놓인 책 오브제와 LP 커버를 전시하기 위해 4개의 디스플레이 케이스를 디자인했다. 이 글자들은 ‘BOLD, THIN, SERIF, SANS’라는 네 개의 단어를 형성하는 동시에 갤러리 천장에 매달려 있는 ‘TYPE’이라는 글자를 의미함으로써 이 모든 개념이 타이포그래피의 기초를 형성한다는 걸 알게 해준다.
창의성은 잘못된 행동에 대한 작은 도전이다
폴라 셰어
그래픽과 공간은 항상 공존하는 것
전시물과 건축물이 융합되어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유닛을 형성하는 방식은 폴라 셰어 작품의 특징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일반적으로 공공 영역에서 포스터의 중요성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기 마련인데, 폴라 셰어에게 포스터는 응용 이미지라기보다는 공간을 정의하는 요소에 가깝다. 즉 그녀에게 그래픽과 공간은 항상 공존하는 것이다. 그래픽과 공간의 이러한 공생 관계는 플로어 맵에서 더욱 강화된다.
지형은 장소에 대한 수많은 비네팅vignetting으로 표현된다. 관람객은 여기서 문자와 단어가 지니는 중요한 의미를 잘 파악할 수 있으며, 이 문자와 단어들은 진열장과 매달린 장치들을 통해 인쇄된 표면에서 튀어나와 입체적인 형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폴라 셰어의 작업에서 개념은 유행어나 슬로건처럼 시각적으로 표현된다. 단어는 특정 주제를 특징짓는 개념 모음의 일부가 되거나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마인드맵처럼 배열되어 나타난다. 관람객들은 바닥의 지도 위를 거인처럼 걸어 다니지만 포스터의 큰 글자 옆에서는 아주 작아 보인다. 이러한 원근법의 원리는 형식적으로나 내용면에서 변화함으로써 전시장을 하나의 스케일 있는 장난감처럼 느껴지게 한다.
(오른쪽) Paula Scher, The big a, poster, 1991. © Paula Scher
폴라 셰어는 자신의 작품 중에서 101개의 포스터, 표지, 일러스트를 골라 반쪽과 반쪽을 결합하여 놀라운 조합을 만들어 냈다. 반창고 포스터의 절반은 담배 포스터의 절반과 맞닿아 있으며 위쪽과 아래쪽 가장자리까지 활자로 채워져 있다. 폴라 셰어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타이포그래피는 단어의 의미만큼이나 형태와 정렬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요소가 된다. 제품명, 회사명, 재료 참조로 구성된 레터링은 위쪽과 아래쪽 가장자리를 모두 다듬어 연속적인 띠처럼 느껴진다. 음과 양처럼 담배와 반창고는 검은색 바탕에 흰색으로 대조적인 구성을 띤다. 이러한 병치는 강한 인상을 남기며, 놀라움, 불확실성, 거부감 또는 웃음과 같은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서 두 반쪽은 대조를 이루는가, 아니면 상호 보완을 하는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폴라 셰어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바로 이러한 주제를 풀어내는 지적이고 대담한 재치 때문이다.
(오른쪽) Paula Scher, Him, poster,1994. © Paula Scher
폴라 셰어의 포스터가 갖는 즉각적인 힘은 직사각형 이미지의 완벽하게 균형 잡힌 내부 분할과 동시에, 이미지와 단어의 놀랍고 특이한 구성과 눈에 띄는 색상에서 비롯된다. 과밀하거나 다채로운 색상의 포스터는 거의 비어 있거나 단색인 포스터와 나란히 놓여 있어 어느 쪽도 우선시되는 법이 없다. 디자인은 팝아트, 옵 아트, 단색화 또는 구성주의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순수 예술과 응용 예술의 경계를 극복한다. 그녀는 자신의 작업 방식을 ‘놀이’라고 표현하는데, 여기서 놀이란 어린아이와 같은 편견 없는 실험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기꺼이 도박을 하는 두 가지 종류의 놀이를 의미한다. 폴라 셰어가 만들어낸 병치는 종종 정확하면서도 놀랍다. 또한 이 그래픽 디자이너가 어떤 의미에서 엄청난 상징주의자라는 것을 드러낸다. 익숙하고 습관적인 경로를 뛰어넘어서는 용기와 의지가 바로 폴라 셰어의 작품을 독특하게 만드는 요소이며, 우리는 그녀의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
Information
전시 제목: 폴라 셰어 – 타입은 이미지다 PAULA SCHER – TYPE IS IMAGE
전시 장소: 피나코텍 데어 모데르네 PINAKOTHEK DER MODERNE
전시 기간: 2023년 6월 23일 ~ 2024년 9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