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 스며든 하우스, ‘하우스 오브 신세계’|공간 디자인 편
하우스 오브 신세계 공간 디자인 총괄 조혜정 팀장 인터뷰
‘백화점’과 ‘하우스’의 DNA를 결합한 제3의 공간 ‘하우스 오브 신세계’. 강남점과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이 만나는 경계선에 세워진 이곳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신세계 백화점의 콘텐츠 노하우와 JW 메리어트 호텔의 서비스 노하우를 집약해 만든 신개념 공간 플랫폼이다. 기존에 면세점이었던 공간을 총 3개 층 2,200평의 규모의 공간 플랫폼으로 리뉴얼 해 강남점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완성했다. 해당 프로젝트로 신세계 강남점은 더 현대 서울을 제치고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현재 지하 1층의 푸드홀과 와인숍만 공개되었을 뿐인데 유통 업계와 ‘핫플레이스’에 예민한 대중들 반응은 벌써 떠들썩하다. 이유는 지루한 이미지의 백화점에 입체적이고 뾰족한 공간 기획력을 한껏 입혔기 때문.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이름 그대로 신세계의 정체성을 담았다. ‘집’이라는 공간에는 사는 이의 취향과 안목이 깃든다는 점에서 착안해 오직 신세계만이 큐레이팅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선보인 것이다. 지금 이곳에 방문하면 식사 공간(푸드홀)과 와인 저장고를 갖춘 ‘신세계의 집’에서 최고의 환대를 받으며 미식, 쇼핑, 예술이 어우러진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을 완성한 신세계백화점의 목표는 단 하나, ‘최상의 고객 만족’이다.
Interview
조혜정 신세계백화점 인테리어 1팀 팀장
백화점에 스며든 ‘하우스’
최근 새롭게 오픈한 디저트관 스위트 파크 구석진 자리에 사뭇 분위기가 다른 통로가 하나 있다. 복도로 들어가는 순간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 듯 공기의 무게가 달라진다. 마치 9와 4분의 3 정거장을 통과해 호그와트로 이동하듯, 하우스 오브 신세계로 가기 위해선 한층 차분해진 조도와 짙은 원목 자재로 둘러 싸인 복도를 통과해야 한다. 그 끝에는 백화점에서는 볼 수 없던 유럽의 유서 깊은 호텔 라운지 혹은 럭셔리 별장 거실을 연상케 하는 어른들의 놀이동산이 펼쳐지고 있었다.
ㅡ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총 세 개 층 규모의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집’이라는 콘셉트 아래 기획되었다고요.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층마다 다른 콘텐츠로 채워진 ‘신세계의 집’과 같은 공간이에요. 지하 1층 스위트 파크에서 들어오는 입구를 집의 포이어(현관)로 구상했고, 공간으로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프라이빗 한 공간이 존재한다는 걸 ‘하우스(집)’이라는 공간적 특성으로 표현하고자 했어요. 공간 한가운데에 커다란 보이드를 중심으로 모든 층이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을 주고자 했고요. 층마다 자리하는 푸드, 와인, 패션 등 각기 다른 콘텐츠를 서로 자연스럽게 연계하는 게 가장 큰 도전이었던 프로젝트입니다.
ㅡ 어떻게 보면 이번 공간의 브랜딩 전반을 인테리어팀에서 진행하신 거네요.
그렇죠. 저희는 인테리어팀에서 공간 브랜딩도 함께 진행하는 일이 많아요. 일반적으론 상환경(공간 마스터 플랜)을 먼저 하는데,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저희가 진행한 인테리어 콘셉트와 공간 브랜딩의 맥락이 잘 떨어졌고요. 전반적인 브랜딩과 디자인 작업은 홍콩의 디자인 스튜디오 AWOS와 함께 협업해 진행했습니다.
헤리티지 품은 하이엔드 공간 플랫폼
ㅡ 작업에 앞서 디자인 스튜디오에게 전달한 신세계백화점이 원하는 공간 전체의 콘셉트나 무드는 무엇이었나요?
일단 프라이빗 한 멤버십 공간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가장 큰 미션이 있었어요. 물론 누구나 올 수 있는 열린 공간이지만,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의 격이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예를 들어, 지하철 역사 안에 있는 푸드홀은 굉장히 대중적으로 조성돼서 누구나 편히 오고 갈 수 있잖아요.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호텔의 VIP 라운지처럼 사뭇 다른 공간으로 조성하고자 했죠.
지하 1층은 푸드홀, 1층은 와인셀라, 2층은 럭셔리 편집숍 분더샵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분더샵 메자닌’과 VIP 고객을 위한 퍼스널 쇼퍼 룸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미식 공간을 중심으로, 한층 감도 높은 상품과 아트 전시를 아우른 ‘신강 안의 작은 신강’으로 키운다는 큰 그림. 현재 이곳은 신세계 백화점 옆 기존 면세점 자리에 완성되었으며, 신세계 백화점 바로 아래 지하에는 슈퍼마켓을 콘셉트로 한 공간까지 준비가 한창이다. 올해 강남점 식품관은 그 어느 곳보다도 견고한 기획력 아래 가장 흥미로운 식품관으로 완성될 예정이다.
ㅡ ‘하우스 오브 신세계’ ‘스위트 파크’ ‘슈퍼마켓(하반기 오픈 예정)’. 공간마다 각기 다른 외부 스튜디오와 협업을 진행했어요. 한 스튜디오와 진행하면 전체 공간을 관통하는 중심을 잡기가 수월했을 텐데 이렇게 진행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희의 페르소나는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고 다양해요. 그렇다 보니 기본적으로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공간을 보면 아시겠지만 하우스 오브 신세계 공간은 굉장히 프라이빗하게 느껴지잖아요. 반면에 스위트 파크는 아주 열린 공간이고요. 각 공간마다 부여된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고유한 느낌을 완성하기 위해 각기 다른 설계사와 함께 했어요. 무엇보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를 통해서는 신세계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과 헤리티지를 보여주려 했고요.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홍콩 디자인 스튜디오 AWOS, 스위트 파크는 뉴욕의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로만 앤 윌리엄스와 협업해 완성했어요. 슈퍼마켓도 다른 팀과 함께 준비 중이고요.ㅡ 공간의 전반적인 톤앤무드를 위해 영감받거나 레퍼런스 삼은 공간이 있을까요?
홍콩에 있는 카일 앤 코(CARLYLE&CO) 호텔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로즈우드 계열인데 옷이나 아파트를 빌려주는 등 VIP만을 위한 프라이빗 한 서비스들를 제공하고 있어요. 저희 공간에도 머지 않아 2층에는 스킨케어 스파나 편집숍이 들어설 예정인데, 카일 앤 코의 호텔 프로그램을 보면서 공간 구성으로나 디자인 톤앤무드로나 많은 참고를 했던 것 같아요.
한 끗 차이 ‘디테일’
사적이고 아늑한 무드를 연출하기 위해 심어둔 공간 곳곳의 디테일을 놓쳐선 안된다. 현대 사진의 거장인 엘리 어윗의 예술 작품은 물론 아름다운 조명과 의자, 소파, 테이블 등등…. 이번 프로젝트에 함께 한 홍콩 디자인 스튜디오 AWOS(A Work of Substance)는 “집의 감각을 녹인 리테일 공간은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시도로, 인테리어 업계에도 의미 있는 결과물로 남을 것”이라며 작업을 회고하기도 했다.
ㅡ 공간의 무드를 럭셔리하게 완성해 주는 자재는 다양하잖아요. 그중에서도 원목 소재를 하우스 오브 신세계의 메인 소재로 잡은 이유가 궁금해요.
전반적인 공간 콘셉트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어느 시대를 배경으로 한 집 공간으로 완성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를 했었어요. 스튜디오 쪽에서 미드 센추리 디자인을 제안했는데 한국에서는 미드 센추리가 인테리어가 트렌드로 급물살을 탔었잖아요. 그 부분 때문에 고민은 됐지만 이 스튜디오가 유독 미드 센추리 디자인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그쪽으로 타고난 분들이라 믿고 진행하게 됐죠. 그들은 미드 센추리 디자인을 표현할 때 원목을 주로 사용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저희가 AWOS를 초이스 했던 프로젝트가 있는데, 수입차 컬렉터인 홍콩의 한 부잣집 개러지 프로젝트였어요. 창고 안에 라이브러리 공간을 만들었는데 이 무드에 반해 저희가 AWOS를 초이스 했어요.
ㅡ 무엇보다 공간의 조도가 매우 중요한 공간입니다. 조도로 ‘낮과 밤’ ‘공간의 전이’를 표현했죠.
스위트 파크에서 이곳으로 넘어올 때 조도가 5배 정도 어두워져요. 스위트 파크의 조명이 1천 룩스(LUX)라면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200룩스 밖에 안되거든요. 근데 여기서 밤이 되면 50룩스까지 더 떨어져요. 공간이 전이될 때 조명의 밝기부터 달라지니까 나도 모르게 두근거리게 만드는 기대감을 유발하는 거죠. 종종 공간이 너무 어둡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요.(웃음)
ㅡ 모든 가구와 집기류는 신세계까사와 협업해 완성했습니다.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 신세계까사와 어떠한 협업 과정을 거쳤나요?
공간에 어울리는 조명은 AWOS 스튜디오에서 직접 디자인해 제작까지 완성해 주었고, 가구의 경우 까사미아만의 디자인을 가미해 제작을 진행했어요. 까사미아와의 협업이 좋았던 점은 긴밀하게 협조가 잘된 것도 있고,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디자인의 가구를 완성할 수 있었다는 거예요.
ㅡ 아직 공간이 완성되기까지 남은 작업들이 있지만 지난 3년 간 준비해온 공간을 선보인 소감은요?
사실 이 프로젝트를 진행 하면서 직원들이 탈진 직전까지 갔거든요.(웃음) 오히려 저는 디렉터처럼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했지만 같이한 두 팀원들은 끊임없이 미션을 수행하듯 임무를 완수해나갔어요. 원래 같으면 설계와 공사 감리만 하면 되는데 지금은 집기와 조명까지 케어해야 하니 거의 매일 현장에 나가고 있거든요. 오죽하면 푸드홀에 입점한 브랜드 대표님들과 저희가 친해졌다니까요. 저희끼리는 아이를 낳는 고통과도 맞먹었다고 말하곤 하는데요. 그만큼 노력과 고통이 수반되었던 프로젝트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미공개 된 층도 있고, 현재 공개된 공간 내에서도 계속 디벨롭해 나갈 것들 것 많지만 고객 분들이 좋아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고 뿌듯한 마음으로 또 남은 작업들 잘 진행해 보겠습니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의 F&B 스토리는 다음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백화점의 밤을 열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 |F&B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