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유니는 황정민 주연의 연극 〈맥베스〉의 비주얼을 어떻게 디렉팅했을까?

독특한 비주얼의 연극 포스터를 탄생시킨 아트디렉터 요시다 유니와 연극 〈맥베스〉의 김미혜 프로듀서 인터뷰

요시다 유니는 황정민 주연의 연극 〈맥베스〉의 비주얼을 어떻게 디렉팅했을까?

포스터는 작품의 얼굴이다. 최근 한 연극 포스터에서 참신한 얼굴이 발견했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아트디렉터 요시다 유니연극 〈맥베스〉의 포스터를 디렉팅한 것. 그녀가 한국 프로덕션과 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주연 배우의 제스처와 의상을 활용해 작품의 이야기를 은밀하게 드러낸 포스터의 반응은 무척 뜨거웠다. 배우 황정민 원캐스트로, 모든 회차에서 그가 맥베스를 연기한다는 소식과 함께 포스터는 작품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더하기에 충분했다. 공연 개막 전부터 깊은 인상을 남긴 이번 포스터 작업은 어떻게 성사됐을까? 연극 〈맥베스〉의 김미혜 프로듀서와 아트디렉터 요시다 유니의 이야기를 들었다.

포스터 촬영 현장 스케치. 배우 김소진, 황정민과 아트디렉터 요시다 유니, 양정웅 연출가. 제공: 샘컴퍼니

Interview

김미혜 프로듀서, 요시다 유니 아트디렉터

김미혜는 2010년 샘컴퍼니를 설립하고 바로 제작자로 뛰어들었다. 같은 해 첫 번째 제작 작품인 뮤지컬 〈넌센세이션〉을 선보였다. 꾸준히 창작 뮤지컬과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있으며 2023년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창작 부문 프로듀서상을 수상했다. 〈맥베스〉는 샘컴퍼니의 여섯 번째 연극 시리즈이다.
요시다 유니는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세계적인 아트디렉터이다. 패션브랜드, 광고, 잡지, 아티스트의 비주얼 디렉팅을 한다. 놀라운 아이디어를 CG 하나 없이 수작업으로 완성하는, 아날로그적 특성이 돋보이는 작업을 한다.
샘컴퍼니를 단순 매니지먼트로 알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연극과 뮤지컬 제작사로서 그동안 어떤 작품을 선보여왔나요?

김미혜 뮤지컬은 〈넌센세이션〉, 〈어쌔신〉, 〈완전보험주식회사〉, 〈오케피〉, 〈시티오브엔젤〉, 〈미세스 다웃파이어〉,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제작했고요. 연극은 〈헤롤드&모드〉, 〈로미오와 줄리엣〉, 〈오이디푸스〉, 〈리차드3세〉, 〈파우스트〉 그리고 이번 〈맥베스〉의 개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꾸준히 고전을 연극 무대로 가져오고 있어요. 현대에 고전을 주목하는 이유와 그 연장선에서 연극 〈맥베스〉를 소개해주세요.

김미혜 수백 년 동안 사랑받고 있는 고전 작품들은 인간 본질을 다루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요. 그 이야기는 현대 우리 삶과 아주 밀접하게 닿아 있죠. 이러한 점이 현대에도 고전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이번 〈맥베스〉는 주인공 맥베스가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서서히 타락하는 과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처음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분들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될 거예요.

포스터 촬영 현장 스케치 제공: 샘컴퍼니
포스터 촬영 현장에서 요시다 유니. 제공: 샘컴퍼니
아트디렉터 요시다 유니와의 협업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기존의 연극 홍보 방식에 어떤 문제의식이 있었을까요?

김미혜 기존 방식에 문제는 아니었으나 연극과 뮤지컬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기존의 공연스러운 포스터가 아닌 좀 더 넓은 시야로, 다양한 관객층의 니즈를 충족시켜 보고 싶었어요.

요시다 씨에게 특별히 요청한 부분이 있다면요?

김미혜 특정한 이미지나 방향성 등 저희가 제안하는 것보다 요시다 씨의 감각을 믿고 싶었어요. ‘맥베스’라는 소재로 본인이 생각하는 방향을 제시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멋있게 이미지 시안을 보내줬어요. 한국에 올 때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의상뿐 아니라 작은 쥬얼리와 소품까지 직접 준비해서 가져와 준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번 포스터 디자인 작업에서 중점을 두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요시다 유니 이번 포스터는 맥베스 역의 황정민 배우와 레이디 맥베스 역의 김소진 배우, 두 분을 촬영해 2장의 포스터를 한 세트처럼 구성했습니다. 메인 포스터 속 김소진 배우는 블랙 컬러의 등이 살짝 파인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요. 지퍼가 열린 모양이 마치 검 같죠. 맥베스에게 살인을 부추기는 레이디 맥베스를 검으로 표현한 거예요. 단지 멕베스가 검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레이디 멕베스에 의해 검을 든 이미지를 담아내고 싶어서 이런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리버스 버전의 포스터는 메인 포스터의 숨은 뒷이야기처럼 보입니다. 이번에는 김소진 배우가 황정민 배우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데요. 드레스 디자인 때문에 맥베스에게 왕관을 씌우는 것 같죠. 이는 레이디 맥베스가 맥베스를 왕위에 올리는 인물이라는 것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메인 포스터 제공: 샘컴퍼니
리버스 버전 포스터 제공: 샘컴퍼니
〈맥베스〉 포스터의 타이포그래피도 인상적이에요. 두꺼운 세리프인데 가로획의 꼬리가 독특하게 뻗어 있죠. 타이포 디자인에 어떤 느낌을 담고자 했나요?

요시다 유니 타이포 디자인은 심플하면서도 조금은 의지를 품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한글로 폰트를 만드는 것은 처음이라 어떻게 보일지 걱정했는데요. 맥베스의 날카로운 검처럼 엣지를 의식한 라인으로 만들었습니다.

요시다 씨가 생각하는 공연(연극과 뮤지컬) 포스터 디자인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요시다 유니 공연 포스터의 어려운 점은 실제로 공연을 보고 생각할 수 없다는 거예요. 희곡을 읽고 어떤 부분을 전해야 할지 고민하는데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도 안 되죠. 그 균형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내용이 조금 전해지면서 어떤 느낌이 될지, 보러 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하는 비주얼이 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공연을 보고 다시 포스터를 보았을 때 ‘아, 이런 거였구나’ 생각되도록, 납득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항상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맥베스〉 작업에서 아쉽게 채택되지 못한 아이디어가 있나요?

요시다 유니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말할 수 없지만, 상당히 많은 아이디어를 내요. 제 안에서 납득되지 않으면 안 되는 포인트를 전부 다 납득시킬 때까지, 계속 끈기 있게 작업합니다.

마지막으로 두 분의 작업 소회를 들려주세요.

김미혜 매우 영광이었고, 함께 작업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요시다 유니 이번에 이 포스터가 공개됐을 때 일본이나 해외에서도 많은 호응을 받았어요. 아직 한국에서의 작업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 더 공부해서 더 많은 한국 분들이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번에 이런 기회를 주신 김미혜 대표님께도 너무 감사드려요. 촬영도 굉장히 따뜻한 분위기로 맞이해 주셔서 즐겁고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분들과 이렇게 함께 작업하며 또 하나의 보물이 늘어난 것 같은 기분이에요.

포스터 촬영 현장 스케치 제공: 샘컴퍼니

연극 〈맥베스〉 포스터 디자인
프로듀서 김미혜
아트디렉터 요시다 유니
사진 노주한

연극 〈맥베스〉
기간 2024년 7월 13일 – 8월 18일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서울시 중구 장충단로 59)
출연진 황정민, 김소진, 송일국, 송영창, 남윤호, 홍성원
프로듀서 김미혜, 연출 양정웅
무대미술·조명디자이너 여신동, 음향디자인 안형록
음악감독 케이헤르쯔(KxxHz), 영상디자인 김장연, 의상디자인 김미정
분장디자인 전주영, 소품디자인 노주연, 무술 유상섭, 이원행
무대감독 김상훈, 제작PD 한소정
기획·제작 샘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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