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C
맥락을 잃지 않는 디자이너 되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길을 잃을 때마다 맥락이 그 흐름을 다잡아주는 가이드가 되어줍니다.” 확고한 디자인 철학을 가진 CFC 전채리 대표를 직접 만나보았다.


“디자인은 형태와 내용 간의 흐름이다.” 폴 랜드 Paul Rand의 이 격언만큼 디자인의 핵심과 본질을 꿰뚫는 말이 또 있을까? 올해로 7년 차인 브랜드 디자인 전문 회사 CFC는 사명에서부터 이 거장 디자이너의 생각을 계승하고 있다(회사 이름의 첫 C와 F는 각각 내용content과 형태 form를 의미한다). 형태와 내용 간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것은 맥락context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길을 잃을 때마다 맥락이 그 흐름을 다잡아주는 가이드가 되어줍니다.” CFC 창업자이자 아트 디렉터인 전채리 대표의 이 말은 CFC가 자신만의 확고한 디자인 철학 안에서 움직인다는 것을 반증한다.
전채리는 약 5년간 인터브랜드에서 근무하며 경력을 쌓았다. 이 기간 동안 그는 설득의 방식, 리서치와 사전 조사의 범위, 디자인 셀링의 노하우 등을 터득했다. 그리고 탄탄하게 쌓은 경험치에 자신만의 방식을 더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2013년 개인 스튜디오 CFC를 열었다. “논리적인 인터브랜드의 프로세스에 감성을 건드리는 저만의 장점을 더해보고 싶었어요.” 당시 스튜디오 헤르쯔를 운영하던 입사 동기 박이랑(현 현대백화점 디자인 총괄)의 행보도 용기를 내는 계기가 됐다. CFC를 빠르게 성장시킨 건 포트폴리오 사이트 비핸스에서 얻은 인기였다. 단지 로고만 노출시키는 것을 넘어 감각적인 사진을 활용한 게시물은 독립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이 신생 스튜디오가 주목받는 데 적잖은 기여를 했다. “포트폴리오 사진 또한 브랜드 경험의 일환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이렇게 공들여 사진을 촬영해놓으면 디자인 프로젝트와 별개로 사진 프로젝트도 의뢰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요.” 실제로 최근 들어 CFC에 사진을 의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니 그의 생각은 적중한 셈이다.


하나 둘 착실하게 포트폴리오를 쌓기 시작한 CFC는 클라이언트의 규모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1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수행했던 SM엔터테인먼트의 리브랜딩 프로젝트나,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공간까지 확장했던 기아자동차 브랜드 스페이스 비트360이 대표적이다. 이 중 비트360은 ‘타이포그래픽 비트’를 콘셉트로 타이포그래피에 리듬감을 부여한 플렉시블 아이덴티티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경북 문경에 기반을 둔 발효 식품 전문 생산 기업 진남농업회사법인의 비주얼 아이덴티티와 여성용 언더웨어 브랜드 비브비브의 패키지도 CFC가 꼽는 대표작이다.


여기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로고뿐 아니라 이를 풀어내는 애플리케이션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것. “저 또한 잘 만들어진 완벽한 형태의 로고에 대한 열망 때문에 브랜드 디자이너가 됐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아이덴티티 디자이너는 자신의 디자인을 가능한 한 모든 채널에서 유통시키고 인지시켜야 합니다. 때로는 로고를 보지 않고도 브랜드의 톤앤매너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죠.” 이에 따라 요즘에는 로고를 디자인한 다음 애플리케이션을 풀어나가는 것뿐 아니라 브랜드의 페르소나나 무드를 설정한 뒤 거꾸로 로고로 귀결되는 경우도 많다고. 이는 CFC가 전방위 커뮤니케이션을 목표로 해야 하는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경향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개인 스튜디오로 시작한 CFC는 이제 인원이 9명으로 늘어났다. 조직의 규모만큼 활동 반경 역시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의 아이덴티티 프로젝트와 투썸플레이스가 한남동에 오픈하는 콘셉트 스토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또 중국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해외 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다. 앞으로는 지면을 넘어 공간 안에서의 브랜딩을 구현하고 싶다는 CFC. 2019년은 맥락을 잃지 않는 디자인을 구현하는 이들의 새로운 도약의 원년이 될 것이다.



CFC에게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주어진 대상을 분석해 고유한 맥락을 발견하고 이를 적절한 형태에 담아내는 것.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셀린느. 에디 슬리먼의 셀린느가 아닌 피비 필로 시절의 셀린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이 일해보고 싶은 디자이너가 있다면?
1990년대의 폴라 셰어.
최근 들어 당신을 가장 거슬리게 하는 것은?
미세먼지와 강추위 콤보.
2019년 당신이 주목하는 것은?
여성 디자이너들의 연대와 활발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