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의 색과 패턴을 입은 한국 식료품 브랜드 ‘포틀럭’
미국에서 탄생한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한국의 맛과 멋
통통 튀는 디자인의 고추장과 쌈장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한식에 얽힌 어린 시절 추억부터 '포틀럭'이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 패키지 디자인과 앞으로의 계획까지. 포틀럭의 설립자 겸 CEO인 젠 아르스노에게 물었다.
한국 식료품 브랜드 ‘포틀럭(Potluck)’의 설립자인 젠 아르스노(Jen Arsenault)는 어머니가 한국 본가에서 담근 장으로 만든 요리와 함께 자랐다. 그녀는 K팝과 K뷰티, 한국 드라마 등 한국 문화의 달라진 위상과 함께 맛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이러한 수요를 충족하는 고품질의 한국 식료품에 대한 선택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포틀럭을 시작했다. “정통성 있으면서도 재밌고 신선한 느낌을 주는 브랜드를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디자인 스튜디오 ‘리그렛 온리(Regrets Only)’와 함께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패키지 디자인은 70년대에 머물러 있고, 수입 제품 중 상당수가 여전히 한국어로 되어 있어요. 한식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죠.” 첫 제품은 첨가물을 넣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생산한 고추장과 쌈장. 올해 3월 포틀럭을 론칭하고 바쁜 일정을 보내는 젠 아르스노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Interview
젠 아르스노 포틀럭 설립자 겸 CEO
어머니가 해준 요리에 관한 추억을 더 들려줄 수 있나요?
어머니의 한국 음식을 아주 오래전부터 먹어왔어요. 저는 한국 혼혈이고 어머니는 매일 저를 위해 요리해 주셨어요.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땐 점심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주셨는데, 1학년 때는 검은 종이(김)를 먹는다고 놀림을 받기도 했죠. 어머니의 된장찌개와 떡볶이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어머니는 속초에서 자라셨고, 가족이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며 한때는 일종의 케이터링 사업도 하셨다고 해요.
포틀럭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저는 대형 부동산 투자 회사부터 소규모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브랜드를 구축하고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에이전시에서 일했어요. 그 이전에는 패션과 뷰티 분야에서 운영 업무를 했고요.
‘포틀럭(Potluck)’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를 담았나요? 한국 식료품을 선보이는 브랜드에 미국의 음식 문화를 뜻하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가 궁금해요.
포틀럭은 사람과 음식이 모이는 모임으로, 반찬이 놓이는 방식과 비슷해요. 포틀럭에서는 전체가 각 부분의 합보다 더 큰데, 저는 종종 한식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리고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식 이름을 선택했죠. 미국에서 한식이 갖는 장벽 중 하나는 한식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인데요. 브랜드 이름에서부터 그러한 부분을 해소하고 싶었어요.
모든 제품을 전통 방식으로 한국에서 생산한다고요. 어떤 이들과 함께하고 있나요? 첫 제품을 고추장과 쌈장으로 구성한 이유는요?
솔직히 말하면 이미 만들어진 제품들로 시작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에요. 초기 자금이 여유롭지 않았고, R&D는 비용이 많이 들죠. 한국에서 생산되는 많은 고품질 제품들을 여기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기도 하고요. 고추장과 쌈장은 한식의 기본이라서 시작하기에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생산 과정의 어려움도 물론 있었죠. 쌈장의 경우, 저희와 함께하는 분들은 보통 청국장을 사용하는데요. 이는 냉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희의 요구에 맞춰 조정해야 했어요.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패키지 및 웹 디자인을 리그렛 온리와 함께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에이전시에서 일하면서 많은 디자이너를 만나고 함께 일한 경험이 있어요. 리그렛 온리는 제가 사는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로컬 스튜디오이고, 첫 미팅에서부터 그들의 탁월한 재능을 느꼈어요. 원래는 다른 디자이너와 시작한 디자인 시스템의 확장을 요청했는데, 그들이 보자기에서 영감을 받은 방향성을 포함한 추가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결국 함께하게 되었죠.
그들이 포틀럭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도 궁금해요.
리그렛 온리는 포틀럭을 매우 흥미로워했어요. 포틀럭이라는 이름도 좋아했고, 제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점도 잘 이해하고 있었어요.
보자기에서 영감받은 디자인의 디테일에 대해 물어볼게요. 재밌고 신선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전통과 신뢰, 진정성을 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들려주세요.
보자기는 전체적인 디자인에 영감을 주었고, 새로운 에셋과 디자인을 제작하는 데에 기틀이 되었죠. 패키지는 고추장과 쌈장, 각각의 맛 프로필을 반영한 패턴과 색상 블록으로 디자인됐어요. 웹사이트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패턴과 색상의 섹션으로 구성되었고요.
최근 미국의 많은 식품 패키지 디자인은 이전 유행인 미니멀리즘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러스트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포틀럭의 패키지 디자인은 미니멀하지도, 획일적이지도 않아서 새로운 느낌을 주죠. 한국 고유의 문화(보자기)에 뿌리를 둔 구조로, 색상과 패턴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거예요.
“우리는 한식이 어느 한 요소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질감, 크기, 풍미로 이루어진 풍부한 ‘태라피스트(tapestry)’라는 점에서 착안했고,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진 한국 전통 보자기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패치워크 구조는 단순한 패브릭 사각형을 아름답고 다양하며 복잡한 구성으로 바꿔주죠.
이렇게 탄생한 아이덴티티는 재료, 요리, 사람이 모여 독특하고 더욱 풍성한 전체를 만들어내는, 이름 그대로의 본질을 구현해요. ‘1+1=3’의 정신은 믹스 앤 매치를 장려해 최고의 요리 행위인 즉흥성과 놀이 감각을 브랜드에 불어넣어요.”
_ 리그렛 온리
포틀럭의 시장 반응은 어떤가요?
올해 3월에 웹사이트를 오픈해서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반응은 좋아요. 현재 55개의 매장에 입점해 있으며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레스토랑과 샌드위치 숍을 위한 음식 서비스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고, 새로운 제품군도 개발 중입니다.
그동안 어떤 분들이 포틀럭의 고추장과 쌈장을 찾았는지 궁금해요.
고객층은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해요. 저는 주로 도시에 살며 미식에 관심 있는 고소득 여성이 우리의 고객이 될 거라고 예상했어요. 실제로 그런 분들도 있지만, 바비큐나 그릴 요리를 위해 포틀럭을 구매하는 중년의 백인 남성 고객도 상당수예요.
가까운 목표나 계획에 대해 들려주세요.
앞으로 몇 년 동안 만들고 싶은 제품과 목표로 하는 협업이 많아요. 현재는 자금에 대한 제약이 있지만, 소규모 투자 유치를 진행해 음식 서비스와 추가 제품군에 투자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