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성이 담긴 자전적 이야기, 무니토

‘소파 맛집’으로 알려진 무니토는 지극히 자전적인 조형석 대표의 일상에서 시작했다. 2021년 바이헤이데이를 인수한 이들은 본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보편성이 담긴 자전적 이야기, 무니토

취향의 다변화에 대응하는 가구를 만든다

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조형석은 결혼 준비를 하며 처음 가구 구입을 위해 시장을 둘러봤다. 목조형 가구 디자인을 전공해 평소 가구 시장을 눈여겨보긴 했지만 실제 소비자가 되어보니 디자인과 가격 면에서 커다란 구멍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이엔드 브랜드 아니면 국내 가구 기업의 브랜드, 디자이너 브랜드는 그 사이에서 작은 점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다양성은 부족했고 가격대는 극과 극이었다. 빈틈을 채워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것이 향후 리빙 시장의 새로운 길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신한 순간이었다.

타임리스 소파. 무니토 초기 브랜딩을 완성해준 베스트셀러인 타임리스 소파. 삶의 변화에 맞춰 모듈을 재배치하거나 추가할 수 있다.

2016년 조형석의 결혼과 함께 가구 브랜드 무니토가 시작됐다. 지금은 ‘소파 맛집’으로 알려졌지만 처음에는 토털 리빙 브랜드를 지향하며 모든 제품군을 다뤘다. 하지만 사업을 운영하면서 브랜드의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히트 상품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년도 채 안 돼 리빙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모듈러 형식의 타임리스 소파는 무니토의 사업 안정화에 큰 공을 세운 스테디셀러다. 물론 이전에도 모듈러 소파가 있었지만 무니토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공간의 변화에 따라 재배치가 용이하고 추가 구입해 기존 제품과 결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하며 디테일을 더했다. 형태와 색상이 무난하고 확장성도 갖춰 20평대에서 30평대, 그 이상의 평형대로 공간이 바뀌어도 꾸준히 타임리스 소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볼더 소파는 여러 사람이 앉았을 경우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디자인했다.

사실 이것은 자신이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생활 환경이 바뀌며 몸소 경험한 자전적 이야기를 디자인으로 풀어낸 것이기도 했다. 이후 출시한 콤피 소파는 포근한 패브릭 소재와 부드러운 곡선 형태로 쉼과 아늑함, 따뜻함을 전달하려는 브랜드의 메시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소파 맛집’이라는 영예가 고맙긴 하지만 그보다 넓은 범위를 아우르는 가구 브랜드라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인지시키고자 2년 전부터 침대를 집중 홍보 중이다. 타임리스 소파와 같은 결의 타임리스 패밀리 베드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쓰는 침실을 제안하고, 집에서도 호텔 침실과 같은 로망을 실현할 수 있도록 침대 헤드와 사이드 테이블 구성의 스위트 시리즈를 선보였다.

가구 카테고리를 좀 더 확장하고자 기획한 침대 시리즈. 호텔 같은 침실을 연출할 수 있도록 침대 헤드와 사이드 테이블로 구성되었다.

기본 디자인을 탄탄하게 다지며 신뢰를 쌓은 무니토는 최근 시장의 변화에 반응하고 다양성을 제시하는 브랜드로 한 걸음 더 성장하고자 외부 디자이너와 협업을 시작했다. 취향이 확고한 자신의 디자인 스타일을 바꾸기보다 기존 무니토와는 다른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외부 디렉터와 손잡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공간 디자이너 백종환의 L 라운지 체어, 디자인 스튜디오 폼어스위드러브의 옴니 소파, 산업 디자이너 최중호의 느와르 소파 등이다.

최중호스튜디오와 협업한 올가을 신상품, 느와르 소파.

어디서나 잘 어울리는 무난한 색과 형태의 가구를 선보이던 기존 방향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브랜드 고유의 색을 유지하기보다 과감한 변화를 선택한 건 과거 통용되었던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 결국 ‘어느 누구에게도 아닌’ 디자인이 될 수 있다는 함정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개인 취향의 시대가 도래한 지금, 소비자의 필요보다 조금 더 앞서 준비하고 맞이하는 것이야말로 브랜드가 롱런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Interview

조형석 무니토 대표
2018년 고지훈 파인우드리빙 대표를 만났다. 그와 손잡은 뒤 브랜드에 변화가 있었다면?

경영, 회계에 관한 충분한 지식이 없는 디자이너가 창업 후 으레 겪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매출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다. 디자인과 생산, 판매에만 급급할 뿐이었다. 언젠가는 사업화하는 데 브레이크가 걸리겠다는 것이 감지됐다. 불안감을 안고 창업 경험이 있는 선배들을 찾아다녔다. 사라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이유를 파헤쳐보니 모두 경영과 관련이 있었다. 이때 우연히 고지훈 대표에게 연락을 받았고 파인우드리빙 내의 브랜드로 합류하게 되었다. 그의 곁에서 경영을 배우고 숫자를 읽는 눈을 키우고 있다. 파인우드리빙이 운영하는 리빙 편집숍 무브먼트랩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가 더 높아지면서 운영 또한 이전보다 수월해졌다.

온라인 커머스와 소셜 미디어의 활용이 활발한 요즘 시대에 브랜드의 디지털 마케팅은 필수인 것 같다.

지금은 다들 숨 쉬듯 하는 홍보 방법이지만 당시에는 인스타그램 유료 광고를 막 시작할 때였다. 혼자서 광고 집행을 조금씩 해보고 있었는데 고지훈 대표가 예산과 팔로워 유입률, 매출 등의 숫자를 어떻게 연결하고 해석하는지 알려줬다. 그는 디자인에 대해서는 절대 평가하지 않는다. 디자이너를 존중하며 선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만 제품 출시 이후에는 그 디자인에 대해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숫자와 논리로 평가한다.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의 라이프스타일을 상상하며 만든 알터 소파.
유럽의 움직임을 한국에 전하는 안테나 같은 리빙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과 한국의 리빙 문화를 비교해본다면?

기업 디자이너로 일할 당시 트렌드 분석 일을 맡아 했다. 유럽의 많은 공간 양식 중 상당수가 한국으로 유입됐는데 유독 변하지 않는 부분이 거실이더라. 아파트 가구 대부분이 TV를 중심으로 반대편에 큼지막한 소파를 놓는 구조다. 최근 들어 미미하게 이러한 거실 레이아웃이 바뀌고 있기는 하다.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감각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1인용 소파와 라운지체어, 데이베드 등으로 가구를 큐레이션해 전형적인 거실 구조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보는 부분은 한국에서 라운지체어의 경쟁자는 안마 의자인 것 같다. 거대한 몸집이던 안마 의자가 심지어 디자인도 점점 라운지체어처럼 변하고 있다.

팬데믹 시기에 리빙 브랜드들이 수혜를 입었다고 하던데, 무니토는 어땠나?

덕분에 무니토도 함박웃음을 지었다.(웃음) 당시 포근한 이미지의 콤피 소파와 모듈러 가구인 타임리스 소파가 무니토 론칭 이후 최대 매출을 찍었다. 그때의 수익이 잉여 자금이 되어 지금은 브랜드 운영과 외부 전문가와의 협업에 투자하고 있다.

무니토 안에 디자인 스튜디오 개념의 B2B 팀이 별도로 존재한다고.

가구와 공간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인테리어를 전공한 팀원
한 명이 무니토 가구를 꼭 쓰지 않아도 브랜드의 무드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는 것도 B2B의 방법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제안해 시작했다. 숙박 프로젝트는 대부분 무니토 가구로 공간을 채우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최근 도서문화재단 씨앗에서 운영하는 리브랩 프로젝트는 여러 층위의 사용자가 공간을 이용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모든 걸 새롭게 디자인한 사례다. 무니토 가구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브랜드 특유의 편안하고 따뜻한 감성을 담고자 노력했다. B2B 프로젝트를 통해 가구 영역을 벗어난, 좀 더 넓은 범위의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이런 성격의 프로젝트 덕분에 가전제품 브랜드에서 협업 개발 의뢰가 들어와 현재 진행 중이다. 가전제품이 점점 가구화되고 있는 시장이 반영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스웨덴의 디자인 스튜디오 폼어스위드러브와 협업한 옴니 소파. 1인 소파를 메인으로 구성했으며 강렬한 색감과 개성 있는 형태가 눈에 띈다.
최근 출시한 옴니 소파, 알터 소파, 볼더 소파는 그동안 보여준 소파 디자인과 비교해 형태적 개성이 뚜렷하다.

그동안 선보인 제품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사는 30대 부부인 나의 경험이 그대로 반영된 디자인이었다. 이제는 소비자 타깃을 조금 더 세밀하게 구분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주거와 업무 공간의 개념이 흐릿한 라이프스타일, 반려동물 등 가족 구성원과 생활양식이 다양화됐으니까. 옴니 소파는 1인 소파를 메인으로 구성한 라인으로 거실의 포인트가 되고, 알터 소파는 노트북을 들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일하는 사람을 상상하며 디자인했다. 볼더 소파는 구성상 여러 사람이 앉았을 경우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디자인은 매출을 우선시하기보다 무니토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한 제품이다. 제품이 대중성이 있다고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건 아니니까. 요즘 케이팝 시장도 소수의 취향에 맞춘 음악이 사랑받지 않나.

케이팝 시장에 비유한 것이 흥미롭다.

이수만, 양현석 등 개인 프로듀서가 세운 엔터테인먼트가 기업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 가구 회사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산업이 이동해야 디자이너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디자이너의 원맨 파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파인우드리빙과 함께하는 것이고, 우리 세대가 살아남아야 다음 세대의 디자이너가 이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다. 예시를 하나 더 들자면, 박재범은 뮤지션으로서 본업도 잘하고 팬도 많으며 원소주 같은 사업도 일으키는 사람이다. 하지만 만약 박재범 혼자서 움직였다면 그저 히트곡 많은 가수로만 남았을 것이다. CJ ENM과 손잡고 산업화했기에 힙합을 주인공으로 한 새로운 신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2021년 7월, 가구 브랜드 바이헤이데이를 인수했다.

시장의 다양성을 위해 절대 사라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몇몇 디자이너의 브랜드가 있는데, 바이헤이데이가 그중 하나다. 팬데믹을 거치며 생긴 잉여 자금으로 어디에 투자할까 고민하던 중 바이헤이데이가 매각을 원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때 고지훈 대표가 바이헤이데이 인수를 제안했다. 무니토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으로 세컨드 브랜드를 론칭할 수도 있었지만, 제로 베이스보다 빌드업이 더 빠르다고 판단해 인수를 선택했다. 10년 넘게 브랜드를 유지했다는 것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고, 기본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또한 이점이었다. 하지만 보수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도 상당했다. 바이헤이데이의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설계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그동안 쌓인 고객 문의와 서비스 등을 처리하며 다시 신뢰를 쌓는 데만 1년을 투자했다.

바이헤이데이를 인수하며 오피스 카테고리가 추가된 셈이다. 무니토가 바이헤이데이를 인수한 후 변화된 점은 무엇인가?

오피스 시장의 흥미로운 점은 구매자와 사용자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구매자인 오너는 효율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큰 관심사이고, 실사용자인 직원은 비용을 줄이기보다 더 나은 업무 환경을 바란다. 또 국내 대기업의 오피스 가구와 고가의 해외 가구 브랜드로 시장이 양분되어 있다. 바이헤이데이는 그 중간을 차지하고자 한다. 무니토가 감성적 접근까지 고려한다면 바이헤이데이는 ‘쓸모’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바이헤이데이의 오피스 라인, LEFF.
K-팝, K-푸드, K-뷰티 등 메이드 인 코리아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디자이너가 체감하는 K-리빙의 반응은?

한국의 위상이 예전보다 높아진 걸 느낀다. 스웨덴의 디자인 스튜디오 폼어스위드러브와 협업해 옴니 소파를 만들 때도 지금의 한국이기에 협업 제안을 흔쾌히 받아준 것이라고 본다. 역으로 해외 디자이너들의 제안도 받고 있다. 디자인 신에서 누구나 알 만한 슈퍼 디자이너의 연락을 받기도 했고 젊은 디자이너들이 패기 넘치는 메일을 보내오기도 한다. 해외 디자이너들의 적극적인 영업 태도가 인상적이다.

무니토가 그리는 미래의 이상적인 리빙 문화란?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는 문화가 널리 퍼지면 좋겠다. 그렇다면 가족 중심의 가구 구성보다 더 다양한 구도를 생각할 것이고, 자신의 취향도 더 적극적으로 찾으며 반영하고 싶어 할 것이다. 다채로운 생활 공간이 탄생되길 바란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54호(2024.08)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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