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유학을 말하다, 설수빈 디자이너

디자이너 설수빈이 자신의 영국 유학 경험을 담은 책 〈디자이너의 유학〉을 펴냈다.

디자인 유학을 말하다, 설수빈 디자이너
제일기획 아트 디렉터,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디자이너Brand experience. 2018 iF 디자인 어워드, 2020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 유수의 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영국 왕립 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 RCA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석사 과정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핀란드 알토 대학에서 서머스쿨을 수료했다. 런던에서 작업했던 ‘기억의 조각Remembeance’ 프로젝트를 밀라노 디자인 위크와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전시했고, 이것으로 코리아+스웨덴 영 디자인 어워드에서 최고상인 그랜드 프라이즈를 수상했다.

유학 과정을 책으로 펴내기로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유학을 떠난 편이라 고민이 많았다. 유학원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모든 것을 준비했고, 유학 생활을 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유학을 떠나기 전 누군가가 이런 경험과 지식을 알려줬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다.

특별히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학교 안에서의 배움과 밖에서의 배움을 구분해 적었다. 학교 안에서의 교육 못지않게 밖에도 다양한 연결과 경험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유학은 환경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환경에서 기회를 잡는 건 개인의 몫이다. 아무리 비싼 등록금을 지불했어도 학교가 과외 선생님처럼 앉혀놓고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결국 성장하기 위해선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

‘기억의 조각Remembeance’. 철거된 영국 사우스 햄턴의 폴리(Fawley) 발전소의 난간을 재활용해 의자와 테이블, 촛대를 만들었다.
‘킬린 사이드 테이블Kiln Side Table’. 20개의 세라믹 타일을 이어 붙여 만들었다. 테이블에는 손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어 수공예적 기법을 연상시킨다.

다른 유럽 디자인 대학의 유학생들을 인터뷰해 수록한 점도 눈길을 끈다.
영국에서 지내는 동안 유럽에서 열리는 디자인 페어 등 행사에 자주 방문했다. 워낙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다른 디자인 학교의 한인 유학생들과 교류하는 자리가 만들어지며 자연스레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학교마다 학풍도 다르고, 사람마다 유학 중에 경험한 에피소드가 제각각이다 보니 이를 한데 모아둔 것도 유학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리라 생각했다.

앞서 말했듯 다소 늦은 나이에 유학을 떠났다. 한국에서 이미 어느 정도 안정적인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말이다.
오래전부터 유학을 꿈꿨지만 여러 조건과 상황으로 실천하지 못했다. 그런데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쌓은 지 5년쯤 되어가던 시점에 더 이상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향성을 재정립할 필요를 느꼈다. 회사 타이틀이나 프로젝트를 빼면 내가 어떤 디자이너인지 설명하기 어려웠다. 외국 대학의 디자인 교육과 환경을 경험하면서 돌파구를 찾고 싶었다. 무엇보다 유학에 대한 갈증이 늘 마음 한편에 있었기에 이를 해소하려는 마음이 컸다.

사실 요즘은 예전처럼 유학이 디자이너로서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맞다. 혹자는 유학을 다녀오면 글로벌 기업에 취업하거나 고액 연봉을 받는 것을 상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그럼에도 시야를 넓히고 경험을 확장하는 일은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디자인 유학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유익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54호(2024.08)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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