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 2019
일상의실천의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 2019’ 디자인 작업을 소개한다.

올해의 커뮤니케이션 부문 출품작을 살펴보면 그래픽 디자인 신이 상향 평준화되었다는 인상을 주지만, 큰 이목을 끄는 작품은 적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단 하나의 프로젝트만을 위한 심사인 만큼 최종 선정을 위한 강력한 당위성이 필요한 법. 따라서 이번 심사에서는 디자이너의 역량을 고루 살폈으며,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디자인으로서 커뮤니케이션 수행 능력에 비중을 뒀다. 그 결과 일상의실천의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 2019’가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편 언론 기업의 정체성을 웹 환경에 맞게 디자인한 디파이의 ‘중앙그룹 웹사이트’, 로마자와 숫자의 짜임을 절묘하게 엮은 CBR그래픽의 ‘대강포스터 워크숍 포스터’, 독자적인 브라우저로 포털의 역할을 이어가는 ‘네이버 웨일’, 공연의 확장을 시도하는 세종문화회관의 고려메멘토박스가 최종 후보에 올랐다.

공감으로 낳고 신뢰로 키웠다
일상의실천은 권준호, 김경철, 김어진이 주축인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다. 2013년 ‘매일매일 작업하자’라는 결심과 ‘일상에 녹아 있는 문제나 의구심을 실천으로 옮기자’라는 중의적인 뜻을 품고 뭉쳤다. 이들은 프로젝트를 선택할 때도 주최 측의 방향성, 취지까지 꼼꼼히 따지는데,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 2019 프로젝트에도 그 태도는 역시 어긋남이 없었다.
행사의 주최인 일상예술창작센터는 많은 사람들이 핸드메이드를 통해 사회·경제적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활로를 모색하고 지역 기반의 문화 공동체 활성화에 주력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생활 창작의 비전을 중심으로 국가와 인종을 넘어 창작자들의 교류가 이뤄지고 담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 올해 제시한 ‘남과 북’이라는 주제는 국제적 현안을 내포하면서도 ‘연결’을 지향하는 핸드메이드의 가치를 되새기는 메시지이자 문화와 산업, 창작과 창업, 일상과 예술이라는 다소 대비된 성질을 이어보고자 하는 실천이었다.
하지만 위빙, 리폼 등 공예의 속성에 집중한 이전의 주제와는 달리, 올해는 다소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주제라는 점에서 디자이너에게는 쉽지 않은 미션이었는데, 자칫 무겁게 여겨질 수 있는 ‘남과 북’이라는 키워드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핸드메이드의 속성과 연결 짓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관건이었다.

이에 일상의실천이 디자인한 메인 그래픽은 꽃과 암석, 과일과 세포, 나무와 얼음 등 서로 상이한 물성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게끔 결합한 것으로 두 물질의 접점은 남북 군사분계선에서 착안했다. 이는 분단된 영토를 암시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화합을 추구하는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의 지향점을 시각화한 것이다. 또한 배경에 적용된 N과 S는 북한의 고려항공 로고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조너선 반브록Jonathan Barnbrook의 서체 ‘독트린 스텐실’을 사용해 그래픽 요소의 당위성을 높였다. 또한 무빙 포스터는 4개의 포스터가 차례로 생성되고 변주되는 과정을 매끄럽게 이어 붙여 ‘연결’이라는 메시지를 한층 더 강조했다.
이번 그래픽 아이덴티티는 포스터와 도록에만 적용했을 뿐 리플릿이나 굿즈 그리고 올해 새로 개편한 웹사이트와 전시장에는 드러내지 않았다. 즉 이번 그래픽 아이덴티티는 주제를 부각시키는 장치일 뿐 전시장에서는 무엇보다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의 아이덴티티가 일관성 있게 명시되어야 한다는 관점 때문이었다.

이들은 올해로 3년째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의 브랜딩을 맡고 있다. 결성 초부터 인상적인 프로젝트를 선보여온 일상의실천을 눈여겨보던 일상예술창작센터가 2016년 즈음 내부 활동가를 대상으로 여는 특강에 이들을 초대해 인연을 맺었는데, 이듬해 행사 아이덴티티 프로젝트까지 의뢰한 것. 일상의실천은 점점 확장되는 행사의 규모와 그에 비해 빈약했던 브랜딩 시스템을 정비해 행사의 이미지를 180도 전환시켰고,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끄는 데도 큰 몫을 했다. 따라서 이번 프로젝트의 성과는 서로의 방향성에 대한 공감과 돈독한 신뢰로 완성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일상의실천은 올해만 해도 <잠금해제> <에이징 월드> <박원순 개인전> <광장> 등 총 9개의 전시에 ‘작가’로 참여해 무척이나 활발한 활동을 보여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다. 그런 점에서 커뮤니케이션 부문 수상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매번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소통하는 이들의 실천과 태도가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