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 깊은 주방 문화를 만드는가구, 브랜드뮤지엄오브모던키친

뮤지엄오브모던키친은 단순한 주방 가구가 아닌 '주방을 통한 문화' 만들기에 주력한다.

사려 깊은 주방 문화를 만드는가구, 브랜드뮤지엄오브모던키친

최적의 비용과 최고의 만족을 위한 커스터마이징 주방을 만든다.

가구 재배치나 소품만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침실이나 거실과 달리 배수, 가스, 환풍 등의 설비가 필요한 주방 인테리어는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어느 정도 규모와 시설을 갖춘 기업 위주로 주방 가구 시장이 형성된 이유다. 하지만 뮤지엄오브모던키친Museum of Modern Kitchen(이하 MMK)의 박기민 대표는 주방만이 누군가를 위해 사려 깊은 시간을 보내는 의미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에 자신만의 의지와 신념을 담은 맞춤형 주방 가구 브랜드를 만들었다.

미드센추리 시대의 특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센츄리 라인. 17가지 색으로 표현 가능한 센츄리 라인 중 화이트 오크 우드 프레임 타입은 따뜻한 감성을 전한다.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 아이웨어 브랜드 윤 매장, 더현대 VIP 룸 등을 디자인한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라보토리를 10년 넘게 공동 운영했던 그는 불현듯 찾아온 슬럼프를 주방에서 시간을 보내며 극복했다. 직접 요리한 음식을 초대한 지인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 속에서 주방의 힘을 목격했다고. 당시 기억을 바탕으로 설립한 MMK는 현재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건설사, 건축가, 시행사 등과 협업하는 B2B와 집을 레노베이션하며 주방 가구를 별도 의뢰하는 B2C를 병행하고 있다.

에센셜 라인 중 메탈 타입. 알루미늄의 물성을 강조하되 바이브레이션 가공으로 따뜻한 질감을 표현했다.

첫째, 노동력으로 물리적 대가를 받는 것, 둘째, 커리어를 통해 성장하는 것, 셋째,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는 것. 이는 박기민 대표의 직업관인데 라보토리를 통해 앞선 둘을 경험한 그가 디자이너로서 찾은 세 번째 단계가 바로 주방 문화 만들기였다.

후암동의 MMK

가구가 아닌 ‘주방을 통한 문화’를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내건 만큼 쇼룸의 입지부터 남다르다. 후암동 한적한 골목에 자리 잡은 MMK 쇼룸은 남산 길과 이어지는데 박기민은 이를 ‘감정이입 동선’이라 부른다. 목돈이 들어가는 주방 인테리어를 결심하고 기대와 설렘을 품은 채 매장을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사계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큐레이션한 주방 오브제와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브랜드의 지향점을 드러낸다. 일러스트레이터 사키와 협업한 키친웨어 전시 〈생생한 환대〉, 와인 바 ‘마나 서울’ 이윤경 대표와 함께하는 ‘사적인 요리 수업’ 등이 MMK가 추구하는 주방 문화를 보여준다. 이는 자연스레 콘텐츠가 되어 홍보비를 별도로 책정하지 않고도 인스타그램 팔로워 11만 명을 모으는 결과로 이어졌다. 브랜드 론칭 2년 만에 이룬 고무적 성과다.

MMK는 에센셜, 센츄리, 무빙, 엣지, 누드 등 기본 라인에 다양한 전문가와 협업하는 컬래버레이션 라인까지 갖추고 있는데, 구조와 조건이 다른 주방의 특성상 맞춤형 주문 제작 방식으로 진행한다.

기존 붙박이 형태의 주방 가구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레이아웃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무빙 라인.

사실 미터당 가격을 책정하는 맞춤형 디자인이 누군가에게 심리적 허들로 작용할 수 있다. MMK는 퍼니처 라인과 패브릭 PB 상품을 마련해 이 부담감을 상쇄하고자 했다. 사이드 테이블, 트롤리, 수납장 등으로 구성한 퍼니처 라인은 MMK의 디자인 DNA를 공유한다. PB 상품은 앞치마, 티타월 등 패브릭 제품으로 주방 문화에 가볍게 동참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기획했다.

퍼니처 라인. 가구로서의 실용성과 오브제로서의 기능을 모두 만족시킨다.

MMK의 공간과 사물을 통한 기분 좋은 경험이 자신만의 주방에 대한 로망으로 번지며 많은 사람들이 주방 문화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는 박기민의 바람은 이로써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 것 같다.

Interview

MMK 박기민 대표
브랜드명에 ‘뮤지엄’을 넣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빠듯한 일정 때문에 자주 여행을 다니진 못하지만 여행할 때 꼭 들르는 곳이 박물관이다. 여행 후 가장 기억에 남는 곳 또한 박물관이더라. 의미 있는 물건을 기록하고 소장하고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만드는 주방 문화가 누군가에게 박물관 같은 존재이길 바란다. 더불어 ‘새로움’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었는데 ‘현대의’, ‘최신의’라는 뜻의 ‘모던’을 대체할 만한 것을 찾지 못했다. 의미 있고 영감을 주는 현대의 주방 공간을 제안하고자 하는 우리의 방향성을 담아 이름 지었다.

맞춤형 주문 제작 방식으로 주방 가구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개인 맞춤형 디자인이라면 고객의 만족을 100% 채울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시간과 비용이 제한된 상황에서 만족도라는 건 비용 대비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의 만족과 고객의 만족은 일치할까? 여섯 가지 디자인 타입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결국 시간 투자 대비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였다.

MMK의 가장 기본이 되는 에센셜 라인. 17가지 컬러 시스템을 활용해 개성 있는 주방을 연출할 수 있다.
솔직히 MMK의 주방 가구는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집이어야 들일 수 있을 것 같은 부담도 있다.

아파트에 사는 인구가 과반수를 넘어선 시대, 비슷한 레이아웃의 아파트에서만 살아본 사람이라면 붙박이로 이미 가구가 설치된 모습만 봐서 주방은 더 손댈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MMK는 오히려 앞으로의 아파트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요즘 아파트 건설사에서는 분양금이나 자가 부담금 등을 줄이기 위해 기본 골조의 인테리어만 제공하고 입주자가 자유롭게 꾸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추세다. 4인 가족이 기준이던 시대에는 부부 방, 자녀방 등으로 공간을 구분했다. 수납 기능도 정말 중요했다. 하지만 1~2인 가족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은 침실 취미방, 옷방 등으로 기능에 따라 방을 구분한다. 주방과 거실이 확실히 구분되던 아파트 레이아웃이 지금은 하나로 합쳐진 LDK 형태인 점도 눈에 띈다. 그래서 MMK는 각자의 삶에 알맞게, 소형 평수라도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도록 주방의 가구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들었는데 두 지역을 먼저 공략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동남아는 현재 자본 유입이 많고 개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마치 한국의 1960~1970년대를 보는 것 같다. 특히 한국처럼 아파트가 늘고 있어 정량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미국은 인건비와 재료비가 워낙 비싸 인테리어 시공 비용 자체가 높다. 실제로 최근 보스턴에서 연락이 왔는데, MMK의 주방 가구를 100세대 정도에 설치하고 싶다고 했다. 디자인과 품질 면에서 뒤지지 않는 MMK를 선택 안 할 이유가 없다고 하더라. 5년 뒤 완공이라 아직 결정이 난 건 아니지만 현지 업체와 비교했을 때 디자인, 운송, 설치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해도 한국이 미국보다 저렴하다고 한다. 여기서 미국 시장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디자이너의 가구 브랜드가 리빙 신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고객이 충분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을 만큼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는 기능이나 디자인 그 이상을 의미한다. 또한 가구 생태계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 기획부터 생산까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리빙 신 모두가 살아남는다. 공장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 데 관심을 갖는 이유다.

쇼룸 B존. 에센셜 라인, 센츄리 라인, 무빙 라인, 엣지 라인, 누드 라인 등 MMK의 제품을 만날 수 있다.
국내에는 불탑, 폴리폼, 다다, 라이히트 등의 해외 프리미엄 주방 가구 브랜드가 들어와 있다. 이러한 시장을 의식해 하이엔드 제품 라인을 구성할 계획은 없나?

소수만 누리는 하이엔드보다 많은 사람들이 MMK를 소비하는 대중 브랜드가 되기를 지향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다.

최근 유튜브를 개설했다. 마케팅 목적인가?

공장 목업 작업부터 실제 공간에 설치하기까지 전 과정을 담은 영상을 아카이빙하기 위해 시작했다. 홍보보다 고객에게 우리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설명하기 위한 채널에 가깝다. 생산 과정을 공개하니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가까운 미래에 선보일 MMK의 다음 프로젝트가 있다면?

퓨처리즘을 주제로 백경 소재의 주방 가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까지 출시한 제품이 어느 공간에나 무난하게 어울리는 디자인이었다면, 퓨처리즘 주방 가구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진화하는 MMK를 보여주고자 기획했다. 내부에서도 우스갯소리로 퓨처리즘 가구는 전체 매출의 5%도 안 될 거라고 하지만 시장성보다 우리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준비 중이다.

쇼룸 C존. 박물관의 기념품점처럼 MMK가 큐레이션한 테이블웨어와 작가와의 협업 제품을 선보인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54호(2024.08)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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