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선으로,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이 하는 일
신작 〈식물에 관한 오해〉에서 시작해 올해 상반기에 진행한 MBC 2024 총선 개표방송과 WayV의 미니 앨범 〈Give Me That〉 일러스트 작업까지 이야기 나눴다.

우리는 어디서든 식물을 본다. 하지만 존 버거가 〈본다는 것의 의미〉에 썼듯 “당신이 앞에 두고 서 있는 그 들판을(은) 당신 자신의 삶과 동일한 비례를 가진 것으로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플랜테리어와 홈가드닝의 식물 시장은 커졌지만, 그 바퀴를 움직이는 동력에는 대한 관심도 마찬가지다. 16년간 식물세밀화를 그려온 이소영은 누구보다 식물과 그 너머의 세계를 세밀하게 들여다본 사람. 그가 〈식물에 관한 오해〉라는 책을 펴냈다. 제목 그대로 식물세밀화가·원예학 연구자로서 이소영이 그간 맞닥뜨린 식물에 관한 오해와 편견을 모은 책이다. 기존 시선에서 벗어나 식물의 다채로운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길 권하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식물에 관한 우리의 시선과 태도를 생각해 보게 한다.
Interview
이소영 식물세밀화가, 원예학 연구자

모든 이해는 오해로부터 시작된다
요즘 작가님 작업실의 화단 풍경이 궁금해요.
화단에는 나리와 원추리가 만개 중입니다. 맥문동도 보랏빛 꽃을 피우기 시작했네요. 이맘때는 아침과 밤에 만나는 꽃도 달라요. 아침에 산책하다 보면 메꽃과 닭의장풀이 꽃이 피어 있는데, 오후가 되면 이들 꽃은 금세 져버리죠. 대신 노란 달맞이꽃이 까만 여름밤을 밝혀줘요.

〈식물에 관한 오해〉는 작가님의 4번째 단독 저서이고, 〈식물과 나〉 이후 3년 만의 신작이에요. 이 책은 어떤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나요?
몇 달 전, 산에서 식물을 둘러보는데 제 옆을 지나던 어르신 한 분이 꽃 핀 회양목 앞에서 꽃향기에 감탄하시더라고요. “어머, 이 향기 뭐야?” 하시면서요. (웃음) 제가 회양목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이게 학교에 심는 그 회양목이 맞냐며, 매일 보면서도 이렇게 꽃향기가 짙은지 몰랐다고 놀라셨어요.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죠. “내가 너희를 오해하고 있었네, 미안해.”
저에게는 이런 일이 참 많았어요. 식물을 기록하며 식물 곁에 있어온 시간은 우리 인간이 식물에 가지고 있는 오해와 편견을 몸소 체험하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앞서 이야기한 회양목만 해도 우리는 늘 1미터 이하로 전정된 모습만 보죠. 하지만 산에서 자생하는 화양목은 3미터 이상 자라고, 봄에 피는 꽃의 향기도 정말 강하거든요.
〈식물에 관한 오해〉에는 우리가 식물에 갖고 있는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제가 〈서울신문〉에 8년째 기고하고 있는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의 원고를 기반으로 엮은 책이에요.
16년간 마주한 식물에 관한 크고 작은 오해와 편견이 무척 많았을 것 같아요. 그중 49가지 이야기를 선택하는 것이 어렵진 않았나요?
제가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우선 선별했어요. 도시 틈새 식물, 가을에 피는 벚꽃, 식테크와 식물 문화에 관한 꼭지는 제가 가장 우선순위에 두었던 원고들입니다.


도시 틈새 식물에서 시작해 ‘틈새’라는 공간으로, 5월 꽃 시장에서 시작해 꽃의 유통 과정과 구조로 확장되는 이야기를 보며 식물을 통해 세계가 확장되는 느낌과 함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는데요. 늘 식물과 함께 더 넓은 세계를 이야기해 주셨지만, 이번 책이 유독 그러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식물을 공부하다 보면 식물뿐만 아니라 저를 포함한 인간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됩니다. 숲에 있는 식물을 도시로 가져온 인류의 사정, 식물 자생지를 훼손한 인간의 욕망, 개발을 위해 나무를 베고 기후 핑계를 대는 인간의 위선 같은 걸 자연스레 접하게 돼요.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죠. 우리는 본능적으로 지적받는 걸 꺼리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우리가 식물에 원하는 건 우리 삶에 교훈과 힘이 될 만한 아름답고 다정한 이야기이기 쉽고요. 그렇지만 저는 무해한 이야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식물이 처한 환경을 떠올리면, 그건 회피예요.
아마 이 지점에서 〈식물에 관한 오해〉가 이전의 제 책들과 다르고, 조금 날 서 있다고도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이번 책에는 식물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간종에 관한 비판의식도 담겨 있거든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무래도 책을 출간하기까지 저 스스로가 단단해지는 시간도 필요했고, 독자님들이 이 책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근거와 데이터를 마련하는 기간도 필요했어요.



‘식물에 관한 오해’라는 이름은 본문 챕터명이기도 해요. 이를 책 제목으로 결정한 것은 작가님의 뜻이었나요?
제목은 제가 정했어요. 편집자님께서 말씀하시길, 출판사 내부에서는 제목이 좀 딱딱하지 않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해요. 받아들이기 나름이겠지만, 오히려 저는 이 제목이 로맨틱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오해’라는 단어로부터 오해를 푸는 장면이 가장 먼저 연상되거든요. 오해를 푸는 용기라는 것, 다시 말해 내가 틀리거나 잘못했음을 인정하고 행동으로서 과오를 반성하는 것. 인류가 자연에 취할 수 있는 가장 로맨틱한 태도 아닐까요.
이유 있는 표지 및 내지 디자인
책의 구성과 만듦새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어요. 본문은 4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고, 챕터별 도비라에는 본문에 등장하는 식물의 학명이 적혀있어요. 책에 등장한 모든 식물의 학명을 모은 인덱스 페이지도 있고요. 학명을 충실하게 담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학생들에게도 식물을 학명으로 인식하라고 늘 이야기해요. 식물을 학명으로 이해하는 것이 식물을 오해하지 않을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이에요. 예를 들어, 책 속 보리수나무에 얽힌 오해의 경우에도, 보리수나무와 인도보리수, 뜰보리수, 세 종의 학명만 알면 하지 않을 오해거든요. 저는 내는 책마다 학명을 꼭 기재하고 있어요.

커버를 벗긴 속표지 그림은 2021년 신종 발표된 한국앉은부채의 도해도라고요. 예전부터 표지에 도해도 넣고 싶다고 하셨어요.
저는 국립수목원에서 식물세밀화를 처음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때 제가 그린 그림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채색 식물세밀화가 아닌, 흑백 도해도(라인 드로잉)였습니다. 신종이나 미기록종이 발견되면 인류가 남기는 기록에는 바로 이 흑백 도해도가 있습니다. 과학 일러스트로서의 식물세밀화는 흑백 도해도로서 발전해 온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늘 아쉬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도해도는 연구를 위한 기록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디자인적으로 채색 식물세밀화 못지않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지만 채색 식물세밀화의 화려함에 가려져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언젠가는 흑백 도해도를 전면에 내새운 작업물을 만들고 싶었어요.
마침 2021년에 성균관대학교 김승철 교수님 연구팀이 발견한 신종인 한국앉은부채를 그리게 되었고, 〈식물에 관한 오해〉 표지에 이 그림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커버에 사용된 채색 식물세밀화는 어떤 식물들인가요?
책 속 49가지 식물 이야기의 주인공들이에요. 앞표지에는 솔체꽃과 하늘타리, 쪽과 함박꽃나무, 뒤표지에는 당근, 구절초, 차나무 등이 있어요.

〈식물에 관한 오해〉에 식물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이유에 대해 적어주셨어요. 식물을 글과 책으로 꾸준히 기록하는 이유도 같을까요?
제가 쓰는 글에는 식물을 그림으로 그리는 과정에서 얻은 관찰 결과, 사유 같은 것들이 담겨 있어요. 제가 그림만 그리지 않고 글을 쓰는 이유는, 식물세밀화가가 식물세밀화를 기록, 수집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대중에게 전시하고 교육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습니다. 식물은 연구자들이 연구만 해서 보존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힘을 더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대중에게 글, 그림, 사진, 영상 등으로 식물을 이야기하죠.
이름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나와 상관없는 생물이 곤경에 처했을 때와 이름만이라도 들어본 생물, 내가 아는 생물이 곤경에 처했을 때, 인간의 공감 깊이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지구의 기득권자인 인간을 상대로 식물 이야기를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곳에서 만난 식물세밀화


얼마 전 런던에 다녀오셨다고요. 어떤 목적으로 떠난 여행이었나요?
런던은 출장으로 다녀왔어요. 목적지는 첼시피직가든(Chelsea Physic Garden)이었어요. 첼시피직가든은 350여 년간 약용식물만을 수집, 연구, 교육, 전시해 온 식물원이에요. 제가 최근 시작한 프로젝트 중 하나가 우리나라에 있는 약용 식물원 한 군데의 헤리티지 플랜트(유산 식물)를 기록하는 것이라서, 프로젝트 시작 전 이곳의 선례와도 같은 첼시피직가든을 견학하게 됐어요. 이번 출장 덕분에 첼시피직가든의 식물을 기록한 책 과 일러스트레이터 엘리자베스 블랙웰(Elizabeth Blackwell)의 작업을 자세히 알게 되었어요. 제가 식물세밀화를 그린다는 걸 알고 직원분이 엘리자베스 블랙웰과 그가 그린 정원의 식물을 알려주시더라고요.
MBC 2024 총선 개표방송
〈식물에 관한 오해〉에도 제안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가 많아요. 올해 상반기에는 작가님이 제안받은 색다른 프로젝트들이 눈에 띄었어요. MBC 2024 총선 개표방송 〈선택 2024〉와 WayV(웨이션브이)의 미니 5집 앨범 〈Give Me That〉작업에 대해 여쭤보고자 합니다. 먼저 먼저 방송사의 개표방송 콘텐츠는 1년 전부터 팀을 꾸려 준비할 만큼 심혈을 기울여 제작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어떤 제안을 받았나요?


작년 겨울 MBC선거방송기획단 측으로부터 처음 연락을 받았습니다. 2024년 총선 개표방송을 준비 중이며, 식물세밀화로 저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당시 제가 한창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들이 있어서 당장은 진행이 힘들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한 달 정도를 기다려주셨어요. 감사했죠.
처음 기획은 지역을 대표하는 식물을 그리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식물세밀화가 워낙 시간이 오래 걸리는 터라 방송 일정을 맞추기 어려울 것 같아, 기존에 그렸던 그림을 활용하는 것으로 합의가 되었습니다. 단, 선거일 계절에 맞춰 봄에 꽃을 피우는 ‘봄꽃 식물’로 주제를 한정했어요.

‘선택 2024’은 조금 더 일러스트레이션 작업 같았어요.
선거일이 초봄이기 때문에 MBC 측에서는 화사하고 싱그러운 느낌의 결과를 원하셨어요. 그에 맞춰 꽃과 잎 위주로 스케치를 한 후 확인을 받고, 한 글자씩 채색이 완성될 때마다 사진을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특정 색이 도드라져 혹여나 정치색으로 오해받는 것을 피하고자 채색 과정에서 특별히 조심했어요. 선거 방송인 만큼 제 작업물로 오해가 생길 여지를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앞서 말씀 주신 것처럼 일정을 조율해야 했고 또 조심스러운 면도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이 작업을 해야겠다 마음먹은 이유가 궁금해요.
제가 이 작업을 수락한 이유는 한 가지였어요. ‘우리 주변 식물의 존재와 식물세밀화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다면 좋겠다.’ 당시 제안을 수락하면서도 담당 작가님께 이 말씀을 드렸거든요. 후에 방송에서 식물 세밀화에 관한 자막도 달아주시고, 식물의 열매, 씨앗 등 모든 부위를 빠짐없이 알차게 디자인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WayV 미니 5집 앨범 〈Give Me That〉
WayV의 미니 5집 앨범 〈Give Me That〉(Collection ver.)의 일러스트 작업은 작가님의 협업 중 가장 특별한 작업이 아니었나 싶어요. 어떤 부분이 작가님의 마음을 움직였나요?
생물 연구자들 모두 마찬가지일 텐데요. 조사하고 관찰하고 기록하다 보면, 평소 음악을 굉장히 많이 듣게 됩니다. 조사하느라 전역을 이동할 때, 표본 만들 때, 그림 그릴 때. 보통 식물 작업을 한다고 하면 클래식이나 반주곡을 들을 거라고 상상하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는 케이팝을 많이 들어요. SM엔터테인먼트 PRISM 프로덕션의 아티스트인 WayV, 샤이니 모두 제가 일할 때 자주 듣는 아티스트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저는 이 아티스트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이고, 함께 작업하게 되어 영광이었죠.

이 앨범을 위해 몇 개의 일러스트를 작업하셨나요?
채색 그림과 흑백 도해도, 두 방법으로 각각 다섯 종의 동물을 그렸습니다. 총 10컷을 그렸네요.
작가님의 곤충 그림에 낯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식물을 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물도 그리게 됩니다. 이를 통틀어 자연사 그림(Natural History Illustration)이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저는 2017년쯤 노르웨이의 식량자원을 그리면서 곤충을 그리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우리나라 나무에 매개하는 20여 목별 곤충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업은 그간의 것들과 조금 달랐어요. 가장 큰 차이는 ‘실존’하는 생물종을 ‘기록’하는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었죠.

형태를 정확히 그리는 세밀화 작업의 특성상 가상의 곤충을 그리는 것이 어렵진 않으셨나요?
생물종을 그릴 때 보고 그릴 재료를 얻는 과정이 가장 길고 힘듭니다. 곤충은 채집 후 제작된 표본을 그리기 때문에 보통 표본을 제공해 줄 연구기관과 협의가 필요하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SM 측에서 3D 목업을 제작해 두셨더라고요. 곤충 표본과 거의 비슷한 형태였어요. 이 목업과 사진을 참고해 작업하다 보니, 실제 곤충 그림을 그릴 때와 다를 게 없었습니다. 다만, 이 작업의 목적은 ‘기록’이 아니기 때문에 디자인적으로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위해 여러 번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둘 다 새로운 업계, 새로운 형태의 협업이었는데요. 이 작업에 대한 작가님의 소회가 궁금해요.
한 필드에서 오래 일하고 경력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냉정한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줄어들어요. 듣기 좋은 말만 해주고, 제대로 된 평가를 해줄 사람은 없어지는 거죠. 그렇게 고립되기 시작하는 거고요. 새로운 필드에서 저는 과거의 경력이 아니라 현재 내놓은 작업물로만 평가받게 됩니다. 그렇게 세밀한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나를 돌아보고, 성장도 할 수 있어요. 내 속도가 아닌 타인의 속도, 필드의 속도에 맞추는 훈련도 하고, 스스로에게 자극을 줄 수도 있죠.
조금 다른 말일 수도 있지만, 생물 진화의 힘은 ‘적응력’에 있습니다. 환경에 적응할 노력의 여지가 있는가 없는가는 고립의 문제와도 연관되고요. 그런 차원에서, 오래도록 한 필드에서 일해온 저에게 상반기 협업들은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할 원동력이 되어주었어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하나 소개해 주신다면.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보호수 등 오래된 나무를 그림으로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입니다. 개발과 급변하는 기후로 어제 서 있던 나무가 오늘 쓰러지고 사라지는 일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거든요. 언젠간 해야지 했던 일인데, 문득 하루빨리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장은 저와 물리적으로 가까운 수도권 천연기념물부터 기록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작업과 별개로 요즘 작가님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식물 외의 관심사라면 그나마 동물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지금 다섯 살 난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고, 형편이 닿을 때는 SNS에 올라온, 도움이 필요한 유기 동물의 구조를 돕거나 이동 봉사를 합니다. 유기 동물 실태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것은 심적으로 괴롭지만, 제 괴로움이 동물들이 겪는 처참함에는 아주 조금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다 인간이 만든 일이잖아요. 매일 남의 손을 빌려 안락사란 구실로 동물을 죽이면서, 슬프고 괴롭다고 현실을 회피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과거에 구조해 새 가족에게 입양 보낸 유기견들이 행복하게 사는 근황을 SNS에서 볼 때는 너무나 기뻐요.


〈식물에 관한 오해〉에는 식물로부터 특정 계절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마지막으로 주변과 식물을 들여다보려는 사람들을 위해, 다가올 8월의 식물을 알려주세요.
8월에는 가을을 상징하는 보랏빛 꽃들이 피기 시작합니다. 개미취와 벌개미취, 솔체꽃, 그리고 부추속 식물들이요. 사실 식물 중 꽃이 보라색인 경우는 노란색, 흰색, 붉은색 꽃에 비해 훨씬 적은데요. 이맘때만큼은 정원이 보랏빛이 돼요. 더위를 핑계로 우리에게 주어진 제철 행운, 제철 풍경을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