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흉물? 영국 셰필드 아파트의 변신

브루탈리즘의 미를 복원한 파크 힐 주거단지

잉글랜드 중북부에 위치한 셰필드에는 당시 유행했던 브루탈리즘 양식으로 지어진 대규모 주거단지 파크 힐이 있다. 1961년 완공 이후 지금까지 거주자들은 그래피티와 발코니에 페인트칠을 하면서 자신만의 특성을 드러냈다. 여기에 힌트를 얻어 건축사무소는 발코니를 이루는 측면 벽에 흙빛을 보완할 수 있는 파랑, 초록, 보라색을 채색해 파크 힐에 새롭고 미묘한 변화를 가져다준다.

도심 속 흉물? 영국 셰필드 아파트의 변신
Park Hill in Sheffield ⓒPaolo Margari

1961년 브루탈리즘 양식의 대규모 주거단지

잉글랜드 중북부에 위치한 셰필드Sheffield에는 그 당시 유행했던 브루탈리즘 양식으로 지어진 대규모 주거단지가 있다. 1961년 완공된 파크 힐Park hill 주거단지는 빈민가에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여 슬럼화된 도시를 부흥시킬 목적으로 지어졌다. 1953년 셰필드 시의회의 도시 건축가인 존 루이스 워머슬리John Lewis Womersley의 감독 하에 젊은 건축가 잭 린Jack Lynn과 아이버 스미스Ivor Smith가 파크 힐의 설계를 맡았다. 파크 힐은 995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고 유럽에서 가장 큰 주택 개발 단지로 꼽힌다.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셰필드의 언덕 위에 위치하며 거대한 4개의 블록이 연결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블록과 블록 사이는 3층마다 다리로 연결하여 출입 통로를 만들고 이 다리는 ‘하늘의 거리streets in the sky’라고 불려졌다. 파크 힐은 하늘의 거리와 콘크리트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는 파사드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빈민가 특유의 공동체적인 특성을 살리기 위해 각 집 현관문 앞에는 3.5M 남짓의 공간을 확보하여 세대 간의 소통을 용이하게 했다.

Park Hill in Sheffield ⓒTim Crocker

이 건축물은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e d’habitation에서 볼 수 있는 브루탈리즘 양식을 표명했다. 브루탈리즘Brutalism 양식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매우 인기를 끌었던 건축 양식이다. 2차 대전 이후 많은 도시들이 폐허가 되면서 건물을 빠르게 재건해야 했는데 값싼 콘크리트와 철근을 사용하여 비용을 줄이고 구조와 재료의 특성을 살린 실용주의적인 건축물이 대거 등장하였고 히 영국과 동유럽의 공산권 국가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Park Hill in Sheffield ⓒJulian Varas

파크 힐 주거단지는 너비가 좁은 다층의 주거 단지이지만 통풍이 용이하며 언덕 위에 있어 채광과 도시 경관을 누릴 수 있다. 지역난방과 개별 세대에 속한 욕실, 현대적인 상하수도 체계를 갖춘 주거공간으로 거주자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완성도 높은 건물이였다. 노출 콘크리트 골조에 노랑, 오렌지, 빨강 등 색색의 벽돌로 커튼월을 쌓아 시각적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파크 힐 단지는 영국 주택과 모더니즘 건축 역사에서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1998년 2급 보존 건축물로 지정되었다.

Park Hill in Sheffield ⓒMikhail Riches

하지만 완공 이후의 명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건물의 유지보수가 제때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범죄 및 빈곤율이 영국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악명을 떨치게 되었다. 이후 2004년 부동산 개발업체인 어반 스플래시Urban Splash가 건물을 인수하고 영국 건축디자인 회사인 호킨스/브라운 Hawkins/Brown과 도시 디자인 회사인 스튜디오 이그리트 웨스트Studio Egret West가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1단계 재생작업에 들어갔다. 재생은 총 5단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최근에 3단계까지 완료되었다.

기존 건물의 구조와 디자인을 재현하다

런던의 건축사무소 미하일 리치스Mikhail Riches의 2단계는 기존 건물의 구조와 디자인을 재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기존의 형태를 보존하는 것뿐 아니라 단열재를 통한 열교현상을 줄이고 에너지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을 주요한 목표로 하였다. 하지만 기존 건물이 가진 콘크리트의 상태와 낮은 천장, 보여지는 것만큼 반복적이지 않은 그리드 구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2급 보존 건축물이였기 때문에 거대한 냉교 역할을 하는 콘크리트를 덧씌우는 것은 필수적이었다. 그래서 각 방의 콘크리트의 양면을 단열해야 했다. 단열이 필요한 주요 영역 중 하나는 드러난 발코니이며 1단계의 조사에서 건물의 불필요한 열손실을 만드는 최악의 요인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스튜디오는 발코니에 단열 패널을 도입했다. 건축사무소 미하일 리치스의 작업은 건물 전체의 에너지 효율성을 향상시켰고 이는 전력량 감소로 이어져 경제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되었다. 또한 연간 운영 탄소배출량이 평방미터당 151kg에서 20kg로 감소하여 87% 향상되었다.

Park Hill in Sheffield ⓒTim Crocker

예전 거주자들은 그래피티와 발코니에 페인트칠을 하면서 자신만의 특성을 드러냈다. 거주자들이 살았던 방식에서 힌트를 얻어 건축 스튜디오는 발코니를 이루는 측면 벽에 벽돌이 가진 흙빛을 보완할 수 있는 파랑, 초록, 보라색을 선택해 집으로 들어가는 빛의 밝기를 향상시키고 새로운 거주자들이 건물 전체에서 자신의 집을 더 잘 포착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방식은 파사드에서 안쪽으로 깊게 들어간 발코니의 특징을 두드러지게 한다. 앞에서 바라볼 때는 전면의 색만 보이지만 파사드를 바라보면서 옆으로 이동할 때 드러나는 새로운 색들은 파크 힐에 새롭고 미묘한 변화를 가져다 준다.

Park Hill in Sheffield ⓒTim Crocker

스튜디오는 각각의 발코니 색에 해당하는 색으로 세대의 현관문을 칠하고 현관문 앞 바닥은 이전 거주자들이 아파트에 개성을 부여하기 위해 더했던 리놀륨 바닥 패턴을 참조해 디자인했다. 건물 내부를 구성하던 기존의 레이아웃은 현대적인 공간 기준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36개의 다양한 레이아웃으로 대체하였다. 문제가 있는 유형을 제거함으로써 나머지 기존 유형을 재구성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모든 세대는 좋은 전망을 가진 개방형 평면 주거 공간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기존의 외부 벽돌과 창문 개구부 및 경계벽을 보전하기 때문에 비용 효율성이 높고 건설 폐기물을 최소화한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