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문화의 미래를 설계하는 디지털 건축가 카를로 라티

식문화의 새로운 경험 디자인

이탈리아 토리노와 미국의 보스턴, 영국의 런던을 기반으로 활약해온 건축가 카를로 라티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갖고 미래적인 건축과 디자인을 지향하며 미래 식문화 전반에 대한 새로운 전략과 화두를 던진다.

식문화의 미래를 설계하는 디지털 건축가 카를로 라티

이탈리아 토리노와 미국의 보스턴, 영국의 런던을 기반으로 활약해온 건축가 카를로 라티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갖고 미래적인 건축과 디자인을 지향한다. 첨단 기술에 건축과 디자인을 접목한 선구적인 연구로 세계 유수의 디자인상 수상과 더불어 <타임>지 ‘올해 최고의 발명’으로 그의 프로젝트가 두 차례나 오르는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미국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센시블 시티 랩(SENSEable City Lab) 리서치를 병행하고 있는 그는 디자인 스튜디오 카를로 라티 아소치아티(Carlo Ratti Associati)를 운영하며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미래의 식문화를 지배할 주요 기술로 꼽히는 3D 프린팅, 로봇 공학, IOT, 인공지능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는 라티는 미래 식문화 전반에 대한 새로운 전략과 화두를 던진다.

그가 디자인한 미래의 주방 ’오픈 오븐(Open Oven)’은 인공지능을 갖춘 스마트 셰프로, 자동으로 사용자의 컨디션을 파악해 최적의 영양가를 담은 식단을 계획한다. 사용자가 인공지능 셰프가 선별한 식자재를 넣고 스위치를 누르기만 하면 오븐에 장착된 3D 프린팅 기술이 식자재를 해체, 재가공해 사용자의 건강과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최상의 요리를 제공한다. 올해 세계 박람회 엑스포 개최국인 이탈리아는 식문화를 주제로 ‘지구 식량 공급, 생명의 에너지’를 타이틀로 한 전시를 진행했는데 이탈리아의 지역별 미식 문화를 홍보하는 공간의 건축 디자인을 맡은 것도 라티였다. 이탈리아의 유명 슈퍼마켓 체인점 쿱(Cooq)의 지원으로 설립된 이 공간은 미래의 슈퍼마켓을 구현했는데, 7000㎡에 펼쳐진 1500가지의 방대한 제품에 대한 정보를 담아 사용자가 제품을 집는 순간 제품 앞에 놓인 스크린에서 그 제품의 원산지, 재배 지역의 기후, 제품에 사용된 품종, 특성, 과학적 성분 비율 등 세밀한 정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정밀하게 시스템화한 디자인으로 최적의 동선을 제안하면서도 로컬 푸드를 시식할 수 있는 아날로그적 공간을 배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식음료 분야에서 그는 세계 최초로 로봇 바텐더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고객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갖고 직접 조작할 수 있는 로보틱 바텐딩 시스템인 메이커 셰이커(Makr Shakr)를 활용한 ‘바이오닉 바(Bionic Bar)’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로얄 캐리비안(Royal Caribbean)의 최신 스마트 크루즈인 ‘퀀텀 오브 더 시즈(Quantum of the Seas)’ 내부 바에 설치되어 있는데 고객이 배치된 태블릿 기기로 원하는 레시피의 음료를 주문하면 로봇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한 비율로 음료를 만든다. 고객은 직접 만든 칵테일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레시피를 남길 수 있고,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레시피는 고객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공유되고 평가되어 유기적인 아카이브를 구축해나간다. 현재는 호화 크루즈 여객선에 제공하는 럭셔리 서비스지만 나날이 가속화되는 기술의 진보를 감안하면 점차적으로 일반 가정에도 접목될 것이라고 라티는 내다보고 있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448호(2015.10)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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