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변화에 대응하는 아크릴 가구 브랜드, 빌드웰러

아크릴 소재를 활용한 모듈러 시스템 가구 브랜드 빌드웰러는 가구를 통한 공간의 지속 가능성과 합리적 해결책을 제안한다.

공간 변화에 대응하는 아크릴 가구 브랜드, 빌드웰러

통계청이 발표한 ‘2023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 지역의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인구가 넘쳐나는 만큼 건물도 포화 상태라고 할 만하지만, 여전히 도심의 거리는 재건축·재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새 건물을 짓기에 여념이 없다. 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한 후 설계 사무소에서 실무를 경험한 김유석·정우열 빌드웰러 대표는 짓고 부수는 행위에 염증을 느꼈다. 이들은 새로 짓는 건물이 많음에도 사람들이 언제나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현상에 의문을 품고 ‘제한된 면적을 많은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 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아크릴 소재를 활용한 모듈러 시스템 가구 브랜드 빌드웰러다. 주거 공간의 높은 차가借家 비율과 잦은 이사 주기, 상업 공간의 짧은 리뉴얼 주기를 고려했을 때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모듈러 가구가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았다.


아크릴을 선택한 이유는?

컬러풀한 아크릴 가구가 돋보이는 쇼룸.

아크릴을 선택한 이유는 소품종 대량생산이 용이하고, 다양한 배색이 가능하며, 레이저 커팅 외에 별도 마감이 필요 없는 데다 내수성과 내열성 또한 우수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명도도 조절할 수 있어 조명과 함께 사용할 경우 다양한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 디자인 과정에서는 구조적, 기능적으로 꼭 필요한 요소만 남겼다. 9mm 직경의 파이프와 아크릴 5T, 10T, 15T 판재 등 모두 구조 실험에 통과한, 기능에 맞는 최소의 크기와 두께를 사용한다.

컬러풀한 아크릴 가구가 돋보이는 쇼룸.

비즈니스 초기의 주요 타깃은 주체적으로 공간을 꾸미는 데 관심 많은 신혼부부를 비롯한 20~40대였다. 이에 맞춰 주거 공간에 필요한 다이닝 테이블, 수납장, 의자 등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 빌드웰러의 행보는 뜻밖이다. 빌드웰러가 고안한 ‘스토어 모듈러 시스템’과 ‘스토어 솔루션 서비스’는 새로운 공간과 콘텐츠를 보여줘야 하는 브랜드 마케팅에서 힌트를 얻었다. 개인 혹은 가족 단위의 리빙 브랜드로 시작해 기업과 협업하는 B2B까지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이 새로운 서비스는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기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빌드웰러의 방향성과 맞아떨어졌다. 서울 같은 대도시는 새로운 공간을 구축하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필요한 기간 동안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편이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했다.

공간에 맞춘 가구 솔루션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삼각형 그물 모양의 트러스 구조를 만들어 하중을 지탱하는 의자 CH1. 15가지 색으로 좌판과 등받이를 조합해 225가지의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

디자인 과정처럼 공간 서비스 가격도 꽤 합리적이다. 빌드웰러의 가구는 가격이 별도로 책정된 것이 아니라 선택된 부분들(상판, 등받이, 마감 방식 등)의 합이 자연스럽게 가격을 결정하는데, 이를 공간에도 적용했다. 특히 ‘가구 렌털’ 개념인 스토어 솔루션 서비스 비용은 공간에 배치한 총 가구 가격의 15%로 책정되며 하루에 0.8%씩 추가된다. 자주 행사를 기획하는 브랜드들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어느 곳에서든 공간을 만들어내며 가구의 기능을 충족시키는 데다 지속 가능성까지 고려할 수 있는 빌드웰러를 찾게 된다. 빌드웰러 입장에서도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가 지역을 누비며 스스로 홍보 채널이 되어주니 윈윈인 셈이다. 짧은 연혁이지만 빌드웰러가 시사하는 바는 비교적 명확하다. 제품을 만든다고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이용해주리라 기대해선 안 된다는 것. 제품으로 어떤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이해시키는 것까지 디자이너의 몫이라 할 수 있다.

빌드웰러의 모듈러 파츠.

빌드웰러 웹사이트에서 디자인 과정과 생각들을 일러스트레이션, 영상, 사진 등으로 감상할 수 있다. 브랜드의 스토리를 입체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다.

빌드웰러 론칭 초기에는 투명, 반투명, 불투명과 같은 모노톤 제품이 주를 이뤘지만 생각과 달리 사람들이 다양한 색을 선호해 지금은 15가지 색으로 운영한다. 북유럽 브랜드, 미드센추리 모던 가구   등이 유행하며 컬러풀한 가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한 것 같다. 원목 가구를 선호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철제, 합판, 아크릴 등 찾는 소재 역시 다양해졌다. 인테리어와 가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커지며 기능과 합리성에 치중되었던 부분이 심미성, 완결성, 지속 가능성으로 확장되는 것을 느낀다. 과거에는 직접 매장에 들러 가구를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전자 상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온라인 구매가 증가한 점 또한 흥미롭다. 고객들은 온라인상에서 단순히 제품 자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매력적인 이야기, 다른 브랜드와 차별되는 고유성 등을 두루 살핀다.

빌드웰러

빌드웰러 크루.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54호(2024.08)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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