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들이 찾는 최고의 힐링 여행지, 그레이스 팜
프리츠커상 수상자 SANAA의 자연 속 건축물
프리츠커 수상자 SANAA 건축사사무소가 완성한 9만 평 대지 위 자연과 건축의 만남, 그레이스 팜
뉴요커들은 주말에 자연을 찾으러 어디로 향할까? 자동차를 타고 맨해튼 북쪽으로 1시간 20분을 달리면 코네티컷주 뉴 캐넌(New Canaan)의 복합문화시설 그레이스 팜(Grace Farms)에 도착하는데 요즘 이곳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약 9만 평 규모에 달하는 푸른 대지 위 그레이스 팜은 비영리재단 그레이스 팜스 파운데이션이 운영 중인 곳으로, 2015년 10월 공식 개장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카페 공간은 물론 전시와 명상 등 여러 문화 프로그램을 활발히 개최하며 꾸준히 운영되어 왔다. 이미 수년 전부터 많은 사람이 찾던 이곳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 치열한 아스팔트 도심을 뒤로하고 자연에서의 휴식을 찾는 뉴요커들이 그레이스 팜을 선택하는 데에는 ‘자연’과 ‘건축’이라는 두 키워드가 매력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프리츠커 수상자가 자연 속에 완성한 건축물의 매력을 살펴보자.
SANAA의 건축적 의도 : 자연과 건축의 만남
그레이스 팜은 약 9만 평 규모의 자연 부지에 유리로 둘러싸인 다섯 개 실내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술 전시, 문화 행사, 교육 프로그램, 웰빙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 중인 건축물에 유리와 목재라는 건축적 재료를 사용해 자연과 인간의 경계를 최대한 허물고자 했다. 푸른 언덕의 유려한 곡선을 따라 건축물 역시 굽이치는 물결처럼 디자인되어 마치 자연과 하나가 된 모습이다.
이렇듯 자연과 건축의 유기적 연결을 완성한 주인공은 바로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 상 수상 경력을 보유한 일본 건축사사무소 ‘SANAA(Sejima And Nishizawa And Associates)’. SANAA는 건축가 가즈요 세지마(Kazuyo Sejima)와 류에 니시자와(Ryue Nishizawa)가 함께 운영 중인 건축사무소로 세지마의 제자로 일했던 니시자와가 독립할 무렵 세지마의 제안으로 둘은 동료가 되었고 평소에는 각자의 설계사무실에서 일하다 SANAA 앞으로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함께 일하는 중이다.
SANAA는 미니멀리즘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혁신적인 건축 디자인으로 인정받으며 단순한 형태와 재료를 사용해 공간의 연속성과 투명성을 창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대표 작품으로는 그레이스 팜과 루브르 랑스 박물관(Louvre-Lens Museum)과 뉴 뮤지엄(New Museum)이 있다. SANAA는 공간의 유연성과 사용자 경험에 중점을 두며, 건축물이 단순 물리적 구조물에 그치는 것이 아닌 사람과 상호작용하고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디자인 철학을 전개 중으로 그레이스 팜 역시 이러한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건축가에게 프로젝트 설계를 의뢰한 건축주는 바로 그레이스 팜스 재단이라는 종교단체였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은 건축주와 교인들이 종교적인 공동체를 형성하며 활동하던 부지로 목초가 우거지고 습지와 연못, 경사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건축주가 건축가에게 요청한 것은 크게 네 가지였다. 첫째, 종교적인 커뮤니티 시설로 갖추어질 것. 둘째, 종교로서의 정의를 추구하는 시설이 될 것. 셋째, 신앙적인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장소가 될 것. 넷째 자연을 경험하는 장소가 될 것. 건축가 카즈요와 니시자와는 처음 이 장소에 방문했을 때부터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 매료되었다. 특히 부지 곳곳에 연못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을 특별한 요소로 여겼고 건물이 자연에 반항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한 디자인의 콘셉트는 자연과 하나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아 ‘The River’가 된 것이다. 이러한 콘셉트는 메인 건축물의 이름에도 담았다.
건축가는 메인 건물인 ‘리버 빌딩(River Building)’이 자연 풍경의 일부가 되게끔 하면서, 자칫 이질적인 건축물로 비쳐 시선을 끌지 않게끔 치밀하게 설계했다. 전면 유리창을 통해서는 아름다운 주변 환경과 변화하는 계절을 즐길 수 있도록 했으며, 구릉지형에 자리 잡은 리버 빌딩의 건축적 구조는 언덕에서 시작해 길고 완만한 경사를 따라 굽이굽이 흘러내리는 형태로 완성했다. 또한 자연의 소재로서 기둥과 대들보를 제외하고 지붕과 천정의 마감재는 나무를 사용해 유리, 콘크리트, 강철, 목재로 구성된 메인 건물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긴 지붕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지붕 아래 형성된 산책로와 안뜰을 따라 걷다 보면 인간은 건축물 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선사 받는다.
고유한 디자인으로 다양한 경험을
공간은 크게 메인 빌딩인 리버 빌딩과 코트, 자연 보호 구역, 커뮤니티 가든 네 곳으로 나뉜다.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리버 빌딩에는 자연 풍경을 응시하며 건강한 한 끼 식사와 커피나 티를 즐길 수 있는 ‘커먼스(Commons)’, 다양한 도서와 학습자료를 볼 수 있으며 조용히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라이브러리(Library)’, 명상과 예배를 위한 공간 ‘예배당(Sanctuary)’,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과 워크숍이 진행되는 아트 스튜디오(Art Studio)’가 자리한다.
종교 비영리 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인 만큼 예배당이 건축적 하이라이트 공간이다. 모든 사람이 예배를 드리며 설교단 뒤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건물의 기둥을 없앴는데 이를 지탱하기 위해 천장에 나무 보와 케이블을 구조재로 사용했다. 또한 앞으로 갈수록 예배당의 바닥은 슬로프로 경사지는데 모든 좌석은 기울어지지 않고 수평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모든 의자의 길이를 다르게 해 수평을 맞춘 것으로, 다른 곳에는 없는 이곳만을 위한 의자 디자인으로 완성되었다. 그레이스 팜의 모든 가구는 SANAA가 디자인했다.
코트는 유일하게 그라운드 레벨에서 한 층 선큰 되도록 했다. 이는 농구 같은 구기 종목을 진행할 때 충분한 천장고가 필요했기 때문. 지붕을 더 높게 높일 수도 있었지만 건축가는 그러지 않았다. 전체적인 지붕이 대지에 순응하는 구조로 의도하고자 했으며 어느 곳 하나 튀어나오지 않도록 흘러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이곳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다양한 경험을 만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SANAA의 그레이스 팜 디자인은 이미 건축 업계에서 수없이 샤라웃을 받으며 전 세계 곳곳에서 모작을 만날 수 있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건축가의 사명감과 가치관이 녹아든 건축에 깃든 오리지널리티는 누구도 모방할 수 없을 테다. 그레이스 팜처럼 뉴요커에게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휴식을 선사하는 곳은 많지 않다. 산책로와 하이킹 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샌가 일상의 스트레스가 모두 해소되고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될 것이다. 지금 이곳을 방문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뉴욕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은 반드시 일정에 추가해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