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서울, 스탠다드에이가 기획한 북촌 한옥마을의 선물 가게

한국의 맛과 멋, 여유와 쉼이 있는 로컬 기프트 숍

어느 순간 나타나 북촌 한옥마을에 새로운 인상을 더하고 있는 2층짜리 선물 가게. 기획과 함께 공간 디렉팅 및 가구 디자인을 담당한 스탠다드에이의 이야기로 ‘같이 서울’을 소개한다.

같이 서울, 스탠다드에이가 기획한 북촌 한옥마을의 선물 가게
‘같이 서울’ 외관. 건축은 착착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높은 담장 위로 삐죽 튀어나온 나무를 그늘 삼아 구불구불한 삼청동 한옥마을 언덕길을 오르다 마주한 붉은빛의 2층 건물. 작은 마당에는 “WE ARE OPEN”이라고 적힌 푯말이 세워져 있다. 한 면을 통창으로 시원스럽게 내어준 1층 외관과 시야를 가로막는 담과 대문이 없는 것에서부터 이미 한옥마을을 찾아온 낯선 이들을 환대하는 공간임이 여실히 느껴진다.

​이곳은 “과거의 한국만큼 현재의 한국을 표현한 물건과 먹거리”를 선보이는 북촌 한옥마을의 선물 가게 ‘같이 서울(KACHI SEOUL)’이다. 한국의 맛과 멋을 소개한다는 모토로 지난 7월 말 일부를 오픈했다. 적산가옥 목조주택의 특징을 반영하면서도 여유롭고 편안한 인테리어의 이곳은, 단지 기념품 쇼핑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피하거나 무더위의 열기를 식히고 추위에 언 몸을 녹일 수 있는 쉼터가 되고자 한다.

1층은 기프트 숍으로 운영되며 간단한 음료와 스낵을 제공한다. 누구든 편안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다.

“예로부터 반가운 손님을 반기는 동물인 ‘까치’, 그리고 동시대 서울을 ‘같이’ 즐기면 좋겠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어요. 국문으로는 ‘같이’, 영문으로는 ‘kachi’를 사용합니다.” 스탠다드에이의 류윤하 실장에게 이름에 담긴 의미를 묻자 돌아온 답변. ‘같이 서울’은 가구 스튜디오 스탠다드에이의 기획으로 완성됐다. 원목을 주재료로 생활 가구를 디자인·제작하는 베테랑 브랜드답게 공간 및 가구 디자인도 담당했다.

Interview

류윤하 스탠다드에이 브랜딩 및 제품 디자인 총괄

스탠다드에이는 이 프로젝트에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나요?

​북촌 한옥마을 안에 오랫동안 방치된 적산가옥이 관광객의 쉼터로 활용되기를 바라는 건축주의 의뢰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한옥마을은 담으로 둘러싸여 개방된 공간이 없고, 특히 북촌은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보니 여행객이 관광하며 쉼을 얻기에 다소 열악한 환경입니다. 북촌의 언덕길을 힘들게 올라온 이방인들에게 꼭대기에 있는 이 집이 쉼터가 되면 좋겠다는 의도로 1층을 휴게 공간으로 기획했어요. 스탠다드에이는 이 부분에서 건축주와 착착 스튜디오의 중간 다리 역할로 공간을 풍성하게 만드는 고민을 더했습니다. 더불어 판매되는 제품의 초기 큐레이팅과 가구 디자인, 제작을 담당했어요.

‘같이 서울’을 찾은 관광객들
북촌과 그 일대에는 이미 여러 기념품 및 기프트 숍이 있어요. ‘선물 가게’라는 콘셉트를 정하고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고자 했나요?

선물 가게를 기획하고 제일 처음 한 것이 구글링이에요. 관광객이 실제 어떤 기념품을 사가서 선물하고 있는지 검색해서 사진들을 살펴봤어요. 그러면서 느낀 점은, 그 기념품들이 정작 실제 로컬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본 적 없는 제품이라는 거예요. 이를 통해 두 가지 목표를 세워 기획을 진행했어요.

먼저, 내외국인 구분 없이 모두가 갖고 싶은 제품들을 준비하자. 리빙 시장에서 오랜 시간을 버텨온바, 감도 높은 물건에서 얻을 수 있는 ‘기분 좋음’을 잘 알고 있어요. 크기와 가격을 떠나 모두에게 그런 기분 좋음을 선사할 힘과 이야기를 지닌 물건들을 선택했습니다.

둘째로 여유로운 분위기와 동선이에요. 여행 중 선물을 사기 위해 들렸던 공간들을 떠올렸을 때 너무 많은 제품으로 인해 ‘물량 공세’를 하는 느낌을 주었던 곳보단 공간과 물건을 찬찬히 둘러볼 수 있게 배려된 곳에서 편안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같이 서울’ 내·외부에 충분한 여유 공간을 만들어 둔 건 선물 받을 이 못지않게 선물을 고르는 이의 마음도 즐거울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에요.

재단장한 건물은 붉은빛의 벽과 낮은 담이 특징이다.
건축과 공간 디자인은 착착 스튜디오와 함께했어요. 외관은 현대식 건물처럼 보이지만 내부에 사용된 한옥의 요소가 인상적인데요. 공간을 만들면서 무엇에 중점을 뒀나요?

아주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한옥마을이 위치하지만, ‘같이 서울’이 속한 구획에는 다양한 건축 양식이 뒤섞여 재밌는 풍경을 만들어내요. ‘같이 서울’은 그 경계의 첫 번째 집으로 주변 한옥과의 어울림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종로구의 까다로운 건축법을 지키면서 건물의 사용 용도를 분명히 해야 했기 때문에 건물의 1층과 2층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1층의 경우는 건물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 주변의 한옥과 분위기를 맞췄어요. 외관의 경우 붉은 느낌이 들도록 칠을 해 갑자기 나타낸 새 건물의 느낌보다 원래 있던 듯한 느낌을 주려고 했습니다. 2층은 건물 원형을 최대한 복원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건물이 지어졌을 당시의 느낌을 구현하고자 했어요.

포인트가 되는 공간이 궁금해요.

가장 주요한 포인트는 집의 형태보다는 외부의 낮은 담이에요. 기존의 높은 담을 허물고 행인들이 편하게 걸터앉을 수 있는 높이로 설계했어요. 이는 건축주의 처음 의도인 꼭대기 집이 지녀야 할 배려라고 생각했습니다.

1층의 공사 현장과 오픈 직후의 모습
스탠다드에이의 장기를 살려 공간 및 가구 디자인에 관해 특별히 신경 쓴 디테일이 있다면요?

적산가옥의 목조 주택 특성상 기둥을 해체하거나 이동하는 것이 어려워요. 1층의 활용에 가장 큰 복병이었죠. 착착 스튜디오와 긴 논의 끝에 입구의 위치를 바꾸는 해결책을 찾아 무사히 오픈하게 되었어요. 기존에 사용하던 출입 동선은 바뀌었지만, 공간에서는 연속성을 지니면 좋겠다고 생각해 벽의 질감이나 벽지의 선택, 바닥의 종류를 선택할 땐 기존 건물에서 영감받은 디테일을 고려했습니다. 새롭게 제작한 가구에도 옛집에 남아있던 나무 쇠기를 이용한 고정 방식을 활용했어요. 이 집에서 태어나고 자라 최근까지 주인이셨던 할아버님께서 보신다면 곳곳에서 향수를 느끼시지 않을까 싶어요. 초대해야겠어요. (웃음)

각 층의 운영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소개해주세요.

현재 1층은 선물 가게로 운영되며 간단한 음료와 스낵을 제공하고 있어요. 2층은 참여형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준비 중입니다. ‘같이 서울’은 2층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정말 좋아요. 롯데타워부터 남산서울타워와 경복궁까지, 서울의 랜드마크가 한눈에 담기죠. 이런 풍경을 지닌 곳이라 많이 분들이 오셔서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해요.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고 2층에서도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합니다.

간단한 음료와 스낵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8월에는 스탠다드에이의 오랜 친구이자 남해 로컬 브랜드 돌창고 팀의 두 가지 음료 메뉴를 선보이고 있어요. 앞으로도 여러 브랜드와 협업해 음료의 종류를 늘려갈 계획이에요.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제품이 있다면요?

제주의 돌멩이 모양을 닮은 오두제의 크레파스, 한국 부채를 새롭게 해석한 김현주 스튜디오의 부채, 수토메 아포테케리와 함께 만든 ‘같이 서울’의 시그니처 향 ‘100 Years’와 ‘Morning in Seoul’이 담긴 리추얼 스프레이입니다. 참고로 오픈하고 2주가 지난 지금,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은 ‘같이 서울’의 로고를 담당해 준 제로퍼제로의 제품들이에요. 개인적으로도 제로퍼제로가 풀어낸 서울, 한국의 모습을 좋아해요.

선물이라고 하면 왠지 근사한 포장이 필요할 것 같아요.

사실 다른 선물 가게와 조금 다르게 90% 이상의 손님이 외국인 관광객이다 보니 과한 포장보다는 콤팩트한 패키지를 선호하세요. 이에 맞춰 ‘같이 서울’에서도 선물 포장이나 패키지를 변화해 나가려고 해요.

‘같이 서울’을 찾은 관광객들
오픈 첫날부터 서울, 그리고 한국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몸소 느꼈다고 했어요.

올해 초 공사를 막 시작했을 무렵부터 어떤 공간이 생기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2층 건물이라 더욱더 주목받은 것 같기도 하고요. 하루에도 몇 번씩 갑작스러운 비가 쏟아지는 장마 기간이라 그런지 비와 더위를 피해 실내로 들어온 분들도 적지 않았는데요. 어떤 이유로 찾아왔든 나갈 때 한결 기분 좋아진 표정을 엿볼 수 있었어요. 딱 그런 역할의 공간을 기대했기 때문에 뿌듯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음료와 스낵이 있는 북촌 한옥마을의 선물 가게 ‘같이 서울’
앞으로 ‘같이 서울’이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나요?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 되길 바라요. 앞서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오픈을 준비하면서 건축주, 착착 스튜디오와 함께 가장 많이 나눈 얘기도 이것 같아요. 근사한 한옥 풍경을 내려다보기 위해 북촌 한옥마을의 골목길을 오르신다면, 그 오르막에 지칠 때 ‘같이 서울’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런 분들에게 쉴만한 작은 쉼터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곳은 위치적 특성상 외국인 관광객분들이 90% 이상이에요. 다시 오시는 분들이 드물기 때문에 단골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주변 누군가 한국에 간다면 북촌 ‘같이 서울’에 가보라고 이야기될 수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같이 서울 KACHI SEOUL

기획·공간 디렉팅·가구 디자인 스탠다드에이
건축·공간 디렉팅 착착 스튜디오
심볼디자인 제로퍼제로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35-96
운영 시간 10:00 – 17:00 (화요일 휴무) *가오픈 기간 이후 변동될 수 있음
웹사이트 인스타그램

자료 제공 및 협조 스탠다드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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