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몬스터 2
세상을 놀라게 한 유쾌한 아이웨어 브랜드
안경 하나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는 젠틀몬스터. 이들은 제품과 공간, 스타일링뿐 아니라 대중문화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일에도 박차를 가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Interview
송호섭 해외 브랜드 관리팀 팀장
신나정 브랜드 관리팀 팀장
배재호 공간 디자인팀 팀장
“소비가 이루어지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디자인했다.”
젠틀몬스터는 브랜드 가치를 전하는 데에 공간 디자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번 특별한 주제와 콘셉트를 구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브랜드는 사람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경험을 통해 힘을 갖기 때문이다. SNS를 비롯해 온라인에서는 온갖 좋은 것, 트렌디한 것이 보이는데 실제 우리가 경험하는 상업 공간은 사람들의 취향과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현재 대중이 관심을 가질 만한 새롭고 멋진 것을 상업 공간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좋은 브랜딩 전략이 되기도 했지만 또 다른 차원에선 새로운 상업 공간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소비는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생활과 같다. 소비가 이루어지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만 해도 서울의 5개 지역을 비롯해 대구, 부산 등의 플래그십 스토어마다 디자인 콘셉트가 모두 다르다. 각각의 주제나 콘셉트는 어떻게 정하는지 궁금하다.
보통 기획 단계에서 대표를 포함해 공간 디자인팀과 비주얼 디렉팅팀을 기반으로 한 4~5명이 콘셉트를 정한다. 이후 10명 정도가 팀을 이뤄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는데 직급에 관계없이 디자이너 한 명이 PM을 맡아 진행하는 식이다. 젠틀몬스터는 사내에 유명 디자이너도 없고 원맨 팀이 아니기 때문에 주제를 정할 때도 저마다 흥미를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난상토론을 벌인다. 결국 추상적인 관념부터 구체적인 사물, 현실과 상상,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데 무엇이든 새로운 실험을 통해 ‘세상을 놀라게 해주자’라는 브랜드 목표를 구현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가장 최근에는 ‘엔트로피’를 테마로 신사 플래그십 스토어를 리뉴얼 오픈했다. 매번 새로운 콘셉트를 구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매장의 리뉴얼은 일정한 주기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다.
플래그십 스토어를 리뉴얼하는 데에는 일정한 주기가 없다. 대표님이 가끔 우스갯소리로 “내가 더 이상 거기를 못 보겠다”고 하는데 직원들 역시 비슷한 시기에 같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바로 그때가 리뉴얼 시점이 되는 것이다.(웃음)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다 보니 직원들도 보는 눈이 높아지고, 어느 순간 아무런 변화 없이 마치 멈춰 있는 듯한 공간을 보면 모두가 자연스럽게 리뉴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플래그십 스토어를 둘러보면서, 지금 이 시점에 우리 매장을 처음 방문하는 손님이 있다면 과연 이런 공간을 보여주는 것이 브랜드 정체성에 맞는지 모두가 스스로 고민하는 셈이다.
매번 새로운 주제를 정하고 구현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텐데.
기획은 물론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두 내부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계속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쉽진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최근 리뉴얼한 신사 플래그십 스토어를 기점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성의 주제를 강조할 계획이다. ‘목욕탕’, ‘홈’, ‘키친’처럼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주제보다는 ‘엔트로피’와 같이 무형의 개념이나 느낌, 상상할 수 없는 범위의 이야기를 공간에 풀어내는 것이다. 물론 일상적인 키워드를 주제로 할 때는 한 번 봤을 때 명확한 이미지를 남길 수 있지만 이는 금세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도 현실에서 늘 보고 접하는 것보다는 가시적인 형태가 없는 개념이나 실제로 본 적 없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 무엇보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젠틀몬스터의 프로젝트를 알기 때문에 놀라움을 주고 브랜드가 지닌 감각, 감수성을 좀 더 오롯이 보여주기 위해서 직접적인 것보다는 해석의 여지가 많은 주제가 낫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곧 중국 내에 세 번째로 오픈하는 청두 플래그십 스토어의 주제도 ‘쓰나미 이후의 새로운 세대(The new generation after Tsunamai)’로 정했는데 강력한 쓰나미 이후 새롭게 등장한 생명체의 아름다움, 조형적 형태를 상상하며 완성했다.
젠틀몬스터를 널리 알린 데에는 퀀텀 프로젝트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2년이 넘게 진행한 프로젝트의 막을 내렸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초기에는 2주에 한 번씩 주제와 콘셉트를 바꾸다가 나중에는 한 달에 한 번으로 교체하며 총 36회를 진행하고 마쳤다. 퀀텀 프로젝트는 끊임없이 뭔가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플래그십 스토어 못지않은,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여러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시도, 구조적인 실험을 홍대 쇼룸에 집중해 계속 선보이다 보니 확산되지 못하고 한곳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의 목표는 상업 공간임에도 이곳에서 끊임없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 매장을 찾은 이들의 반응이 “아, 또 바뀌었네”로 그치더라. 그 변화를 더 이상 놀라운 것이 아닌,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순간 프로젝트의 목적을 잃은 것이라 판단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신사동에는 배트(BAT)라는 새로운 공간이 문을 열었다. 젠틀몬스터가 운영하는 공간임에도 아이웨어는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도대체 무얼 하는 곳인지, 무엇을 위한 공간인지 궁금했다.
퀀텀 프로젝트의 경우 매번 새로운 실험을 하고 회를 거듭할수록 완성도와 퀄리티가 높아졌지만 사람들 반응은 늘 ‘예쁘다’, ‘멋지다’ ‘아름답다’ 같은 단편적인 말에 그쳤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사람들은 단순한 감상보다는 콘텐츠에 직접 참여했을 때 그에 대한 경험과 감정을 좀 더 정확하게 인식하고, 다양하게 표현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제는 공간보다는 콘텐츠 자체를 바꿔야 브랜드의 정체성을 밀도 있게 체감할 수 있겠다는 판단 아래 배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첫 시즌에는 ‘커피 인 더 팜(Coffee in the farm)’을 주제로 새로운 카페를 선보였다면, 두 번째 시즌에는 ‘코믹 북, 더 레드(Comic book, the red)’를 주제로 만화방을 선보였는데 배트 프로젝트는 불시에 시작하고 끝내는 것이 그 핵심이다. 예측할 수 없을 때 갑자기 문을 닫고, 준비가 되면 여는 식으로 의미가 굳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지금은 배트의 세 번째 프로젝트로 청각, 촉각 등 오감을 모두 자극할 수 있는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데, 빠르면 7월 초에 공개할 예정이다.
공간의 목적 자체가 다른 만큼 배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접근 방식이랄지 임하는 태도가 일반 플래그십 스토어 작업과 다를 것 같다.
맞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지점마다 매장 크기부터 주제, 분위기까지 모두 다르지만 작업할 땐 제품 그 자체를 공통적으로 가장 우선시한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동선에서 제품이 잘 보여야 하고, 아무리 좋은 인테리어에 획기적인 오브제를 설치한다고 해도 판매의 흐름을 방해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젠틀몬스터 매장이 아무리 예술적이고 실험적이라 해도 상업 공간인 만큼 제품을 전시하고 진열하는 부분에선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배트 프로젝트는 아무런 규제 없이 자유롭게 공간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으므로 마치 젠틀몬스터 개인 작업과 같다.
올해 3월에는 신사 패러럴(Parallel) 매장도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 역시 여느 플래그십 스토어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젠틀몬스터가 시중에서 판매하지 않는 제품을 선보이는 공간이다. 유니크함을 강조한 디자인을 하다 보면 상업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일정한 선을 넘는 경우가 있지 않나. 우리 브랜드의 제품군이 40~50개 정도 되는데, 워낙 다양하다 보니 결과물이 컬렉션과 맞지 않거나 컬러가 너무 튀는 식으로 개성이 강한 디자인은 제외시킨다. 신사 패러럴은 바로 이러한 제품의 소수 모델만 모아서 한정적으로 판매하는 공간으로, 우리도 이런 디자인을 할 수 있고 이런 감수성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공간 역시 미니멀하고 목가적인 느낌으로 젠틀몬스터의 여느 매장과는 밀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게 같은 브랜드인가 의심할 수 있다. 톤 자체를 젠더리스로 잡아 격정적인 느낌보다는 정적인 힘을 보여주면서 제품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사람도 이중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지 않나. 제품이나 공간 모두에서 젠틀몬스터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위치 또한 신사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 맞은편이기 때문에 그 차이를 더 극명하게 느낄 것이다.
2016년 뉴욕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시작으로 홍콩, 중국 등 해외의 다양한 도시에도 매장을 오픈했다. 해외의 경우 국내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지 않았는지, 콘셉트나 주제를 정하는 데에서 특별한 전략이 있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해외 플래그십 스토어 역시 내부 디자인팀이 현지에서 세 달 정도 상주하며 작업한다. 해외 브랜딩팀에서 부동산을 개발하면 공간 디자인팀이 적합한지 확인한 뒤 설계, 디자인하며 허가까지 받고 마무리하는 식이다. 다만 뉴욕 소호에 문을 연 첫 해외 플래그십 스토어는 처음부터 국내와 동일한 프로세스로 진행하는 것이 이질감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현지의 유명 건축가,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했다. 처음부터 ‘메이드 인 코리아’를 내세우며 젠틀몬스터의 역량을 어필하기보다는 라파엘 데 카르덴나(Rafael de Cardenas), 무이(mooi) 등 세계적인 건축가·디자이너 브랜드와 함께 일하며 이름을 알리는 것이 더 유효하다는 판단이었다. 게다가 네트워크가 워낙 중요한 미국에선 업계나 유명인들 사이에서 먼저 인정받는 톱 다운(top down) 마케팅이 유효하다. 젠틀몬스터 미국 법인은 2014년에 설립했지만 플래그십 스토어는 2016년에 문을 열었는데, 우리가 어떤 브랜드인지를 업계에 알리고 인지시키며 그들로 하여금 전파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그만큼 시간이 걸린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틸다 스윈튼과도 작업했다. 또 지난 4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는 무이와 함께 론칭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협업이 눈에 띈다.
틸다 스윈튼은 미국 현지에서 우리와 함께 일하는 PR 에이전시를 통해 젠틀몬스터를 알게 됐다고 들었다. 이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촬영하기 위해 방한했을 때, 신사 플래그십 스토어를 방문하고 미팅까지 하며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단순히 스타 이름을 내세운 것이 아니라, 틸다 스윈튼이 제품 디자인부터 케이스 제작, 캠페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 참여했기 때문에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무이는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무이의 가구, 조명 등을 사용한 것을 계기로 인연이 시작되었는데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제품 디자인까지 함께 선보이게 되었다. 워낙 패턴, 소재에 대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이를 잘 활용하기로 유명한 만큼 협업 역시 이러한 특징을 제품에도 과감하게 접목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아이웨어 제품으로 웨어러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컬래버레이션이란 서로 다른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분명히 보여줄 때 시너지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처럼 젠틀몬스터가 협업하는 브랜드는 자기만의 색, 개성이 명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의 명성에 힘입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합이 협업의 조건이다. 정체성이 모호한 디자이너 브랜드보다는 확실한 자기만의 색이 있는 쪽과 함께하는 것이 과정과 결과 모두 훨씬 더 재미있다.
젠틀몬스터는 국내에서 반응이 좋아 해외에 진출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했다고 들었다. 현재 해외 플래그십 스토어는 모두 몇 개이며 어떻게 운영해나갈 계획인지 궁금하다.
해외 법인은 미국과 중국 두 곳에 있으며, 플래그십 스토어는 현재를 기준으로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그리고 홍콩, 미국 뉴욕까지 4곳에서 운영한다. 곧 중국 청두와 미국 LA에도 새로운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유럽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 외에 백화점 내 매장을 비롯한 매점의 경우, 20여 개 국가에 300여 곳 정도 됐는데 현재 50여 곳으로 줄였다. 플래그십 스토어뿐 아니라 리테일을 비롯해 모든 매장을 일관된 퀄리티로 직접 관리, 운영하기 위해서다. 젠틀몬스터는 세일즈가 아니라 브랜딩을 좇는 회사이기 때문에 브랜드의 생명력을 단축시키는 무분별한 확대는 지양한다. 또 한 가지, 젠틀몬스터는 세일이 없는데 이 역시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거래처를 많이 둘 경우, 그쪽에서 재고 처리를 위해 자체적으로 할인을 하기 때문이다. 아, 젠틀몬스터에는 소위 말하는 ‘직원가’도 없다.(웃음) 만약 젠틀몬스터 선글라스가 20만 원인데 어떤 상황에서 무슨 이유로든 누군가 13만 원에 샀다면 더 이상 아무도 제값에 사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젠틀몬스터에 다니는 아는 형이 있더라도 모두 정가에 사야 한다.(웃음)
노세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직원가’가 없는 것은 정말 파격이다. 이 외에 특별한 사내 문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직원 모두에게 창의성이 중요한 만큼 이를 위한 특별한 제도나 프로그램이 있을 것 같다.
우리 회사 전 직원이 250명 정도 된다. 본사에서 근무하는 150명 외에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일하는 직원까지 모두 정직원인데 일 년에 한 번씩 해외 어디든 원하는 장소에 갈 수 있도록 항공권을 제공해준다. 많은 걸 보고 느끼는 경험 자체가 직원들의 역량을 높이는 것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역시 특정한 장소를 방문해서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고객 응대 방식에 적용될 수 있다. 또 한 가지, 젠틀몬스터에는 특별한 규칙이 있는데, 사내에서 다른 구성원의 뒷담화를 하거나 자신의 연봉을 공개하면 퇴사해야 한다. ‘설마, 뒷담화한다고 자르겠어?’라고 생각하겠지만 진짜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다.(웃음)
그렇다면 젠틀몬스터에서는 무엇을 기준으로 인재를 선발하나? 사원을 뽑기 위한 특별한 기준이 있을 것 같은데.
사내 인사팀이 따로 없기 때문에 각 팀별로 채용한다. 공통적인 특징은 학력 조건이 없다는 것으로, 공간 디자인팀의 경우 업무 능력은 포트폴리오로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력서도 받지 않는다.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팀원들과의 화합과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아는 태도인데, 디자이너가 자신의 의견을 어필하지 못하면 결국엔 자리에 앉아서 같은 일만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결국 한 사람이 모든 걸 결정하는 원맨 팀처럼 되고, 그러다 보면 팀원 모두가 의욕이 사라지기 때문에 결과물 역시 재미없게 나오기 마련이다. 팍팍 튀는 아이디어로 난상토론도 벌일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에는 스눕바이의 코스피 상장 예정과 함께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 계열 투자회사인 L커터튼이 투자를 검토하는 등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로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
젠틀몬스터를 이끌고 있는 스눕바이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은 기정사실이다. L커터튼 역시 젠틀몬스터에 투자 계획을 밝혔는데, 같은 패션 분야에 있으니 향후 해외 쇼룸 오픈이랄지 여러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무래도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패션계에 자극제 역할을 하는 곳이 미미하지 않았나. 새로운 파장이 필요한 시점에 젠틀몬스터가 어필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젠틀몬스터는 아직 설립한 지 6년밖에 안 된 회사다. 하지만 우리는 회의할 때 향후 10년, 아니 30년 뒤의 계획도 세운다. 흔히 우리가 명품이라 부르는 브랜드에는 50~60년 이상의 역사가 있지 않나. 성장의 한계가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그렇게 생존한 데에는 그만큼의 노고가 있었고 에너지를 쏟았다는 반증이다. 젠틀몬스터 역시 아이웨어의 명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흔히 말하는 ‘럭셔리’를 넘어서 가치와 차원이 다른, 뛰어나게 잘 만드는 브랜드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젠틀몬스터의 라이벌은 아이웨어 브랜드가 아닐 것 같다. 굳이 꼽는다면 무엇인가?
라이벌은 잘 모르겠고, 요즘 테슬라의 관점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한다. 테슬라의 궁극적인 목표는 화성에 사람이 살게 하는 것이 아닌가. 그 꿈에 가까워지기 위해 한 단계 한 단계 점진적으로 기술을 발전시켜나가는 모습이 젠틀몬스터에도 존재한다고 본다. 젠틀몬스터 역시 아이웨어 제품 하나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큰 목표를 가지고 브랜드를 운영해나가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만한 재능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단순히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팔기 위해 모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굳이 라이벌을 꼽는다면 스눕바이에서 론칭하는 또 다른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제품군이나 타깃은 다르더라도 공간적인 연출부터 제품을 보여주는 방식, 고객을 대하는 태도 등이 아무래도 비슷할 테니까. 우리가 만드는 또 다른 브랜드가 우리의 라이벌인, 나 자신과의 싸움, 뭐 이런 게 되지 않을까.(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