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매거진 열전
브랜드 매거진은 미디어 커머스의 원조 격이다. 조금은 느린 방식으로, 하지만 단단한 물성 위에 새긴 브랜드의 정신은 콘텐츠의 범람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모두가 미디어 커머스를 외치는 시대다. 속 보이는 판매 전략보다 브랜드를 향한 공감과 지지를 얻는 게 더 중요해지면서 너나없이 콘텐츠에 자신의 목소리를 태워 보낸다. 브랜드 매거진은 미디어 커머스의 원조 격이다. 조금은 느린 방식으로, 하지만 단단한 물성 위에 새긴 브랜드의 정신은 콘텐츠의 범람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잃어버린 물성을 찾아서, 〈매터〉
월간 〈디자인〉은 지난 526호에서 CMF 디자인을 집중 조명한 바 있다. 모든 것이 쉽게 휘발되어버리는 비물성의 시대. 역설적으로 창작자와 대중은 소재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매터〉는 이런 시대정신을 발 빠르게 간파한 잡지다. 소재와 디자인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소재 연구 스타트업 ‘랩엠제로’가 발행하며 지난 5월 창간호를 선보였다. 소재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한다는 기획 의도부터 흥미롭다. 이들이 주목한 첫 번째 소재는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에서 21세기 지구 파괴의 주범으로 전락한 플라스틱. 환경적 관점과 동시에 플라스틱이 만들어낸 역사적 변화에 대해 좀 더 폭넓은 시각으로 접근한 점이 눈길을 끈다. 〈매터〉 임나리 편집장은 10월 중순 발행을 예정으로 준비 중인 2호의 주제는 ‘나무’가 될 것이라고 귀띔해주었다.
발행 랩엠제로
창간 연도 2022년
발행 주기 연 2회
디자인 홍박사, hongbaksa.com
〈&워커스〉
바야흐로 대퇴사의 시대, 대이직의 시대다(가히 엑소더스급이라 할만하다). 일이 시대의 화두가 된 오늘날 HR테크 기업 원티드랩이 흥미로운 매거진을 창간했다. 〈&워커스〉라는 이름의 이 무가지는 ‘성장하는 사람들의 지식 매거진’을 표방한다. 〈&워커스〉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겁다. 특히 스타트업을 주제로 다룬 2호의 경우 공개 3일 만에 제작물 전량이 소진됐다. 각 챕터의 판형을 달리 구성한 뒤 중철 제본으로 마무리했는데 이전 호와 완전히 달라진 디자인은 이 매거진이 아직 성장중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그래서 더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발행 원티드랩
창간 연도 2022년
발행 주기 연 2회
디자인 오수민(원티드랩) 발행
지구를 구하는 미션, 〈1.5°C〉
지난여름 우리는 80년 만의 기록적 폭우를 경험하며 기후 위기의 현실을 절감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C 이내로 억제하는 것은 이제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됐다. 신재생에너지 기업 ‘소울에너지’와 크리에이티브 임팩트 컴퍼니 ‘볼드피리어드’가 함께 만드는 이 기후 위기 대응 매거진은 인류 생존의 마지노선을 지킨다는 기업의 진정성을 대변한다. 스튜디오 고민은 과감하고 감각적인 레이아웃으로 진정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트렌디한 잡지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제 겨우 3호를 발행했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뜨거운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발행 소울에너지, 볼드피리어드
창간 연도 2021년
발행 주기 계간
디자인 스튜디오 고민(대표 안서영·이영하), studiogomin.com
자발적 미맹들을 위한 음식 문화 계몽서, 〈F〉
지금 당장 TV를 켜고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한 50개쯤 넘겨보자. 얼마나 많은 음식 콘텐츠가 방영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맛있게 먹는 법, 맛있게 요리하는 법에 몰두하는 것치고 식‘문화’를 깊이 있게 다루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다. 이는 비미디어컴퍼니와 우아한형제들의 협업으로 탄생한 푸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F〉가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미디어컴퍼니가 JOH 시절부터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B〉를 발행하며 쌓은 노하우를 고스란히 식문화로 전이시킨 점이 흥미롭다. 간결한 레이아웃과 감각적인 사진은 이 잡지의 또 다른 볼거리. 창간호 ‘소금’ 편을 시작으로 치즈, 커피, 꿀, 라면 등 음식과 식재료를 종횡으로 훑으며 자발적 미맹들을 위한 음식 문화 계몽서를 표방한다.
발행 우아한형제들, 비미디어컴퍼니
창간 연도 2018년
발행 주기 격월
디자인 최유원(비미디어 컴퍼니 아트 디렉터)
브랜드 매거진, 라이프스타일을 입다 〈시리즈〉
어번 빈티지 캐주얼 편집 브랜드 ‘시리즈’가 발행하는 동명의 잡지로 연 2회 발행한다. 2007년 브랜드 론칭과 함께 창간한 잡지이니 처음부터 콘텐츠를 브랜딩의 핵심에 뒀다고 할 수 있다. 장인, 빈티지, 수선 등 매호 새롭게 떠오르는 문화나 라이프스타일 한 가지 이슈를 선택해 집중 조명한다. 지난 3월에는 통권 31호 ‘숙, 박’ 편을 선보였다.
발행 시리즈(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창간 연도 2007년
발행 주기 연 2회
디자인 이수정(C Co.), c-co.kr
곧 피어날 SME를 위한 잡지, 〈find〉
경제학자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는 말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고. 그의 의도는 적정 기술의 가치를 설명하는 것이었지만 사실 모든 것이 그렇지 않나? SME(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 브랜드가 주목받는 오늘날의 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을 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이 SME들의 판테온이라 할 만하다. 다년간 네이버 디자인을 운영하며 콘텐츠 운영 노하우를 적층한 디자인프레스가 네이버와 협업해 발행하는 〈화인드find〉는 수많은 SME 가운데 매력적인 브랜드를 엄선해 소개한다. 계절마다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고 그에 맞는 브랜드들을 큐레이션하는데 지금까지 창간호 ‘스위트홈’과 ‘아웃고잉’을 발행했으며 가을호로 미식의 세계를 탐구할 예정이다. 아트 디렉션을 맡은 프론트도어는 알파벳을 겹겹이 쌓은 제호로 만개하기 직전의 꽃봉오리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find’의 첫 자를 국문 ‘화’로 표기하는 건 활짝 피어날 SME를 꽃에 비유한 일종의 언어유희인데 제호 디자인으로 이를 시각화했다.
발행 디자인프레스, 네이버
창간 연도 2022년
발행 주기 계간
디자인 프론트도어(대표 강민정·민경문), frontdoor.kr
〈find〉를 만날 수 있는 방법
1 매달 특정 일자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데이’ ‘매거진 받아보기’ 신청
2 네이버 리빙판/디자인프레스 블로그/헤이팝에서 진행하는 매거진 신청 이벤트 참여
3 서울, 광주, 부산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 〈find〉에 소개된 전국 핫 플레이스 200여 곳
Interview
송재훈 네이버 쇼핑라이브 책임 리더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에 꿈꾸지 못하던 것들이 가능해진 변화에 주목했다. 변화의 핵심은 ‘개인’, ‘작은 것’, ‘다양성’이 중요해지고 존중받는 시대로 가고 있다는 거였다. 네이버는 SME들과 새로운 시대를 디자인해보자는 의지가 있고 이들의 성장이 곧 네이버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확신도 있다. 이는 2016년 ‘프로젝트 꽃’(*)이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들의 철학과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낼 최적의 그릇이 바로 종이 매거진이라고 생각했다. 이것만이 가지는 느낌, 감각, 취향이 SME의 정신을 잘 대변할 것이라 본 것이다. 〈find〉가 청년들의 과감한 도전 정신을 고취시키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한다.
(*) 다양한 SME와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네이버의 캠페인.
Interview
김만나 디자인프레스·〈find〉 편집장
〈find〉의 창간 의도가 궁금하다.
국내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생태계의 주인공은 SME다. 그들의 중요성을 인식한 네이버가 5년간 네이버 디자인 판을 진행한 공력이 있는 디자인프레스와 함께 매체를 창간하게 됐다. 특별히 디자인프레스의 모회사인 디자인하우스가 유서 깊은 미디어사이기에 이 둘의 시너지를 기대한 것이다. 〈find〉의 핵심은 SME 스스로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책을 만들면서 SME가 창작자인 동시에 사업가 역할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find〉를 보면, 당신도 언젠가 이 매력적인 일에 도전해보고 싶을 것이다.
SME의 선정 기준과 구성 방식은?
스마트스토어에서 상세 페이지를 비롯한 스토리 전달력, 세일즈 방식 등을 두루 살핀다. 고유한 브랜드 스토리가 있는지, 네이버 안에서 성장하는 SME인지 살펴 매호 주제에 맞는 10명을 선정한다. 그들이 발견한 ‘창작 법칙’을 함께 소개해 SME가 되려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책 한 권은 긴 호흡이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또 지루하지 않게끔 디자이너와 해결책을 찾아갔다. 10명의 SME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이들을 둘러싼 다양한 가치를 드러내고자 했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매뉴얼’이라는 콘셉트 또한 책 곳곳에 녹여냈는데 ‘SME Q&A’ 레이아웃에서 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