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인테리어를 재정의하다
공간 디자이너가 말하는 폴스타4
쿠페형 전기 SUV 폴스타4는 자동차 공간을 새롭게 정의한다. 공간 디자이너 백종환과 폴스타4의 인테리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폴스타4는 자동차 공간을 새롭게 정의한다. 더 넓어진 뒷좌석에 앉아 시트를 뒤로 젖히면 하늘이 보이고, 어두운 밤에는 은은한 조명이 감돌며 방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간결하게 구성된 공간은 우주선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공간 디자이너 백종환과 폴스타4의 인테리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 폴스타에 대한 인상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처음에는 폴스타가 볼보에서 독립한 전기차 브랜드라는 것과 CEO가 디자이너 출신이라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 지식 없이도 폴스타 모델들은 ‘디자이너가 만든 차’라는 인상을 물씬 풍긴다. 얼핏 볼보의 디자인을 연상시키면서 폴스타만의 아이덴티티가 조금씩 묻어나는 점이 흥미롭다.
폴스타4를 직접 경험해보니 어땠나?
기술과 디자인이 조화롭게 구현됐다는 인상을 받았다. 내부 공간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디자인하고 디테일을 통해 완성도를 높인 점이 돋보였다. 대부분의 기능을 디지털화해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니 내부 공간이 한층 미니멀해졌다. 특히 앰비언트 라이트를 굉장히 가는 라인으로 구현했는데, 기술과 미의 조화가 엿보이는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뒤 유리를 없앤 디자인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프레임이 있고 사방이 열린 구조다. 어떻게 보면 벽 없이 기둥과 지붕만 있는 정자를 닮았다. 이 정자를 한지 문으로 막으면 하나의 방이 된다. 즉 공간에서 막힌 면의 유무는 인간이 공간을 경험하는 데 상당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그런 점에서 뒷좌석에서 경험하는 공간감은 지금까지의 차에서 경험한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공간감이 폴스타4의 차별점이 될 수 있을까?
다른 차에 비해 공간감을 많이 고민한 차라는 게 느껴진다. 뒤 유리를 없애는 대신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를 크게 설계해 하늘을 향해 열었다. 그 덕에 답답한 느낌 없이 안락하게 공간을 누릴 수 있다. 가령 밤에 조명을 켜면 ‘차 안’이 아닌 하나의 방처럼 느껴질 것이다. 나아가 유리였던 면이 솔리드한 벽이 되면 그 안에서의 경험, 즉 프로그램도 달라진다. 막힌 벽에 스피커를 둘 수도 있고, 뒷좌석에서는 영상을 시청할 수도 있다. 마치 비행기에서처럼 말이다. 이처럼 뒤 유리를 없앤 시도는 자동차 공간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자동차 인테리어에서 디스플레이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폴스타4에 적용한 디스플레이의 장단점을 꼽는다면?
센터 디스플레이의 가장 큰 특징은 화면을 최대 5분할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영역별로 배분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레이아웃을 갖췄다. 휴대폰 디바이스와 같은 논리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넓은 스크린은 티맵 등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때 특히 유용하다. 다만 글러브 박스나 에어컨처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능은 수동 버튼으로 빼놓았더라면 더 편리하지 않았을까. 물론 이 또한 아직 디지털에 완전히 적응되지 않았기 때문에 드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기술 변화에 따라 자동차의 모습이 달라졌고 폴스타4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앞으로 자동차 디자인은 어떻게 변화할까?
전기차는 미래지향적이고 기술 혁신적인 면모가 강조되어왔다. 자동차가 디바이스가 되어가는 시점인 만큼 디지털 역량과 기술의 중요성이 커질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자동차도 결국 인간이 사용하는 이동 수단이기에 아날로그적 미학이 접목될 때 그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근미래에 자율 주행이 상용화된다면 자동차 공간의 개념이 완전히 바뀔 것이고, 그에 따라 디자인도 변화할 것이다. 예컨대 뒤 유리뿐 아니라 사방의 유리를 막아버릴 수도 있다. 내부 레이아웃 역시 차내에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폴스타4는 그러한 미래를 내다보는 자동차로, 모빌리티 공간의 잠재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