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일상 생활을 돕는 가구 디자인

포터리반 X 마이클 그레이브스 디자인의 모두를 위한 가구 컬렉션

미국 가구 및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포터리반과 마이클 그레이브스 디자인이 만났다.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가구 디자인을 제시한 것. 심미성과 편리성을 모두 겸비한 획기적인 가구 디자인을 살펴본다.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일상 생활을 돕는 가구 디자인

심미성과 편리성을 모두 겸비한 가구 컬렉션

상시적으로나 일시적으로 장애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불편들을 마주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그런 불편은 가장 편안해야 할 공간인 집에서도 계속된다. 높이가 맞지 않는 식탁과 세면대, 바퀴나 보행기로는 넘기 힘든 두텁고 각진 문턱, 의료 보조 기구를 사용하기 힘든 좁은 공간 등. 사소해보이는 차이만으로도 삶의 질이 떨어지고, 더러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보조하기 위해 고안된 안전바나 환자용 침대 등의 장치들이 있지만, 기능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들이기 때문에 집을 아늑한 개인 공간이라기보다는 의료 시설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미국 가구 및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포터리반(Pottery Barn)이 접근성을 중시하는 디자인 브랜드 마이클 그레이브스 디자인(Michael Graves Design)과 협업하여, 이런 심미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이용자들의 이동을 도울 수 있는 가구 컬렉션을 만들었다. 포터리반의 기존 인기 컬렉션인 소살리토(Sausalito), 케이맨(Cayman), 팜하우스(Farmhouse)의 디자인을 수정 및 확장한 가구들이다. 미니멀하고 세련된 스타일에서부터 따뜻한 전원주택의 느낌까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뉴트럴 톤의 보편적인 디자인들이 포함되어 활용성을 높였다. 컬렉션 구성 그대로 새 집을 꾸미기에도 좋으며, 한 두 가지 아이템을 기존의 집 인테리어에 어울리게 추가하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함께 사는 가족들이 가구를 재배치하거나 일상생활 동선을 바꿔야 할 필요가 없다. 포터리반은 보도자료에서 “제품의 품질이나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고도 장애, 부상을 겪었거나 집에서 노후를 보내는 소비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컬렉션이라고 설명했다.

컬렉션에서 가장 많은 디테일이 돋보이는 아이템은 침대 프레임이다. 프레임 헤드보드 쪽에는 이용자가 몸을 일으키거나, 침대 위에 앉고 누울 때 지지할 수 있는 작은 팔걸이가 설치됐다. 이 팔걸이의 윗부분은 손으로 가볍게 쥐기 좋은 형태와 굵기로, 누워있는 동안 자세를 바꿀 때에도 이용할 수 있다. 팔걸이의 길이는 일반적인 베개의 세로 길이에 맞췄다. 팔걸이가 너무 길면 침대에 오르내리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어서다.

침대의 발치에는 옷이나 양말, 신발을 갈아신을 때 앉을 수 있는 벤치가 프레임의 일부로 연결되어 있다. 뇌졸중이나 신체적 불편으로 몸의 균형을 잡기 어려운 경우, 옷을 갈아입을 때 단단하고 안정적인 의자에 앉을 필요가 있다. 바닥이 푹신한 매트리스에 앉거나 따로 제작된 가벼운 벤치에 앉으면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다. 포터리반은 침대 프레임의 끝 부분을 확장해 벤치로 만들어, 더욱 지지력이 강한 앉을 곳을 제공한다. 이 벤치의 높이는 일반적인 침대 벤치보다 약간 높은 약 48cm다. 낮은 의자에 무릎을 90도 이상 꺾어 앉을 때는 그만큼 다시 일어나는 데 훨씬 더 많은 힘이 든다는 점을 고려하여 높이를 높인 것이다.

침대의 아랫부분은 수납에 욕심을 내지 않고 바닥으로부터 약 23cm 정도 떨어져 있다. 일반적인 크기의 휠체어 발판에 발을 올려두었을 때 충분히 안으로 넣을 수 있는 정도의 높이다.

침대 프레임에 반영된 핵심적인 특징들은 서랍장에서도 볼 수 있다. 상판의 가장자리에는 손으로 쥐기 좋은 크기의 촉감 좋은 돌출 난간을 만들어, 이용자가 서랍장을 여닫거나 그 앞을 지나갈 때 안전바처럼 잡고 몸을 의지할 수 있게 했다. 이 난간은 서랍장 위에 놓인 물건이 쉽게 굴러떨어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벽 역할도 한다. 덕분에 손을 섬세하게 제어하는 것이 어렵거나 몸을 숙이기가 어려운 사람들의 불편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

서랍장의 아랫부분은 침대 프레임과 마찬가지로 바닥으로부터 약 23cm 가량 떨어져 있다. 포터리반의 기존 컬렉션 디자인에서 서랍장의 맨 아랫칸을 빼낸 형태다. 부상이 나아 휠체어 발판을 넣을 여유 공간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게 됐다면, 그 자리에 수납박스 등을 넣어 아래 공간을 활용하면 된다. 한 손으로 잡고 가벼운 힘만으로도 열 수 있게 만든 커다란 손잡이와 부드러운 사용감도 이 서랍장들의 특징이다. 서랍장을 이용하는 동안 앉을 수 있도록, 컬렉션에는 서랍장과 어울리는 1인용 수납 스툴이 추가됐다.

​침대 옆 협탁 역시 비슷하게 물건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난간을 갖고 있으며 서랍의 아랫칸이 없다. 서랍 윗칸은 수면 중 호흡을 돕는 양압기를 넣으면 딱 맞는 크기로 제작됐다. 서랍 안에 전원 콘센트가 포함되어 있고, 튜브를 침대 방향으로 뺄 수 있도록 측면에 적합한 크기의 구멍이 나 있다. 전면에서는 구멍도, 전선도 보이지 않는다.

1인용 안락의자는 앉았다 일어나는 일이 수월하도록 양옆의 팔걸이를 기존 제품보다 조금 더 길게 디자인했다. 일부 제품의 등받이 뒤에는 손으로 잡기 좋은 크기이면서 심미적인 목재 안전바를 부착했다.

포터리반은 앞서 2022년에도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접근성을 높인 가구와 가정용품들을 만들어 공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마이클 그레이브스 디자인’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의 범용성과 품질을 한층 높였다는 것이 포터리반의 설명이다. ‘안전과 스타일을 모두 고려한’ 이 가구들의 도움을 받아 누구나 자신감과 자부심을 잃지 않고 집 안을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마이클 그레이브스 디자인’의 창립자인 마이클 그레이브스는 미국 국가 예술훈장을 받는 등 한 시대를 대표한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가 중 한 명이면서 주방과 생활용품을 디자인한 제품 디자이너이기도 했다. 그는 2003년 하반신 마비를 겪은 후로 은퇴하기까지 자신과 같은 휠체어 사용자들을 포함한 장애인들을 위한 생활용품을 디자인한 바 있다. ‘마이클 그레이브스 디자인’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 수 있도록, 무엇보다 존엄성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접근성 있는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모두가 아름답고 목적에 부합하는 가구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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