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룸의 세컨드 브랜드, 카우프만
워크룸이 또 한 번 일을 벌였다. 새롭게 출범한 브랜드는 카우프만. 책과 영화, 노래에서 건져 올린 문장을 재해석해 사물로 치환한다.
“세계는 대개 흥미로운 사물로 꽉 차 있고, 난 이 이상 추가할 생각이 없다.” 미국의 개념 미술가 더글러스 휴블러가 남긴 말이다. 워크룸은 이 말을 고쳐 쓰기로 했다. “세계는 대개 흥미로운 글로 꽉 차 있고 그것으로 무언가 만들어보기로 했다.”
디자인 스튜디오와 동명의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워크룸이 또 한 번 일을 벌였다. 새롭게 출범한 브랜드는 카우프만Kaufman. 극작가 찰리 카우프만의 이름을 빌려왔다. 워크룸 유현선 디자이너의 제안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책과 영화, 노래에서 건져 올린 문장을 재해석해 사물로 치환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2023년 영화 〈어댑테이션〉의 문장을 재료로 한 ‘각본가를 위한 셔츠’와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노래 가사로 만든 ‘베를린에 두고 온 가방’ 등 5개 제품을 출시하며 시작을 알렸다.
카우프만은 ‘Read and Buy’라는 브랜드 슬로건에 충실한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카우프만이 제공하는 콘텐츠의 절반은 글이다. 각 분야의 창작자를 소개하는 인터뷰부터 다양한 정보를 전하는 스크랩북까지, 읽는 맛이 쏠쏠한 길고 짧은 글을 꾸준히 연재하고 있다. 또 다른 절반은 그 글을 가지고 만든 제품을 선보이는 장이다. 활자와 사물의 경계를 흐림으로써 읽는 행위와 사는 행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영리한 기획인 셈. 팝업 스토어는 카우프만을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창구다. 1년 동안 무려 세 차례나 팝업 스토어를 열었는데, 디자이너 가구 브랜드 오드플랫과 함께한 세 번째 팝업 스토어에서는 카우프만이 전하는 이야기를 오프라인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도 포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