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시간, 희녹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

차경으로 완성한 희녹의 첫 번째 공간

희녹이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북촌의 경치를 온전히 머금은 이곳에서 탈취제, 룸 스프레이 등 희녹의 다양한 제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전환의 시간, 희녹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

희녹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은은한 향으로 손짓하는 공간으로부터 등 돌려야 한다.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풍경이 희녹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 공간 디자인의 가장 큰 축이었기 때문이다. 왼편으로는 안국동 윤보선가의 긴 돌담이, 오른편으로는 건물들 사이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안동교회의 첨탑이 한눈에 들어오는, 북촌의 오래된 풍경이 우리를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잠시 멀어지게 한다.

희녹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 © 희녹
희녹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 © 희녹

희녹은 첫 번째 쇼룸을 만들며 ‘전환’이라는 키워드를 가져왔다. ‘라이프 애티켓’ 브랜드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희녹이 선보이는 제품은 탈취제, 핸드워시, 룸 스프레이 등으로 사용하는 순간 빠르게 나와 주변의 상태를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제품과 브랜드가 선사하는 경험이 전환이기에, 그것을 공간에서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자리를 계약한 뒤 몇 번 이곳에 와서 그저 가만히 있어 보곤 했는데, 이 경치 자체가 충분히 좋고 한국적이었습니다. 여기서 저희가 해야 하는 것은 결국 경치를 그대로 담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희녹 마케팅 매니저의 설명이다.

희녹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내려다보이는 윤보선길 © 희녹
활짝 열린 전면 유리창이 마치 풍경을 담은 액자처럼 보인다. © 희녹

풍경을 통한 전환의 시간을 전하기 위해 희녹은 ‘차경(借景)‘의 방식을 택했다. 의미 그대로 ‘경치를 빌린다’는 차경은 창과 문, 누마루 등을 통해 건축물이 자연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한 전통 건축 기법이다. 선조들은 이렇게 소유하는 것이 아닌 조화를 이룸으로써 자연과 관계를 맺었다. 희녹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의 면적 자체는 넓지 않지만 전면을 통창으로 만들어 오랜 시간이 만들어 낸 가장 한국적인 풍경을 가득 품었다. 이 통창은 출입구와 함께 좌우로 활짝 열리기도 하며, 안과 밖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낸다.

희녹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는 1층과 반 층 내려온 지하 1층 구조이다. 1층은 전환의 감각에 집중하는 동시에 한국적인 요소를 덜어내고 풍경과 균형을 이루도록 디자인되었다. 그러면서 북촌의 거리, 문화유산 틈에서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자 했다. 어우러짐, 그리고 차경의 태도는 희녹이 제품을 연구하고 디자인하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인테리어는 건축 디자인, 인테리어, 가구 및 오브제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언라벨이 진행했다. 여러 소재를 믹스매치하는 것이 특기인 언라벨이 콘크리트, 우드, 스테인리스 스틸 등 현대적 소재를 가져와 한국적 감성과 매치시켰다. 각각의 소재에 핸드 샌딩과 같은 수작업을 거쳐 절제되면서도 온기 있는 공간을 완성했다. 고재로 만든 선반과 그 위에 비치된 몇 개의 제품.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 갈 수 있도록 내부는 넉넉하게 비웠다.

​지하 1층에는 희녹의 전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제주 편백을 주성분으로 인공향이나 색소를 사용하지 않는 희녹의 제품들이 전환을 선사하는 공간인 셈이다. 지하 1층은 마치 동굴에 들어온 듯한 아늑함이 있는데, 이곳 역시 어우러짐, 편안함을 위해 제품을 위한 강한 스포트라이트 조명은 배제했다. 세라믹 아티스트 이명진 작가의 조명이 마치 돌 틈새로 들어온 한 줄기 빛처럼 은은하게 공간을 채울 뿐이다.

100여 년 된 고재로 만든 선반 © 희녹

한편, 희녹은 오감으로 감각하는 전환의 경험을 위해 사운드 아티스트 허남훈 감독과 함께 공간을 채우는 음악을 만들었다. 희녹이 자연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원료를 얻듯, 한여름 제주 편백 숲에서 편백나무가 내는 그대로의 진동과 숲의 소리, 가지와 가지가 부딪히거나 땅에 닿는 소리 등을 획득해 희녹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만을 위한 음악으로 탄생시켰다. 소리는 1층에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며 더욱 진해진다. 그 익숙하면서도 낯선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도 좋겠다.

희녹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 외관. 알루미늄 체어는 김현성 작가 작품. © 희녹

안국역 1번 출구로 나와 ‘윤보선길’이라고 명명된 고즈넉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희녹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 통창 앞에는 금속공예가 김현성 작가의 알루미늄 체어가 놓여 있다. 청량하고 시원한 기운을 품은 이 알루미늄 체어는 늦여름의 열기를 식히며 희녹이 선사하는 전환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한다. 그때가 저녁 6시라면, 오후 한적한 거리의 차분한 공기와 안동교회에서 들려오는 종소리가 우리의 감각을 더 멀리 데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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