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이즈나이스의 첫 번째 F&B 브랜드, 베지 스튜디오

일상에 들어온 풍요로운 채소 한 그릇

브랜드명은 물론, 메뉴와 공간 디자인까지, 오로지 채소가 지닌 친절함과 깨끗함, 아름다움과 힘을 전하는 데 집중한 베지 스튜디오에서 장진아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베이스이즈나이스의 첫 번째 F&B 브랜드, 베지 스튜디오

‘베지 스튜디오(Vege Studio)’는 채소 요리를 판매하는 곳이다. 그런데 채소 요리들이 아니라 채소 요리 하나만 판다. 9가지 채소가 담긴 한 그릇. 메뉴 이름도 정직하다. 바로, 채소밥. ‘베이스이즈나이스(Base is nice)’를 운영하는 장진아 대표는 채소의 이로움과 채소를 경험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베이스이즈나이스를 찾는 모습에서 베지 스튜디오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베지 스튜디오는 번잡스럽지만 평화로운 경의선 숲길 맞은편 상가 1층에 위치한 작은 회색 공간이다. 전면 통창의 파란색 프레임을 제외하고 모두 회색. 이곳의 주인공이 채소이기 때문이다.

© VEGE STUDIO

Interview

장진아 베이스이즈나이스, 베지 스튜디오 대표

푸드 스타일리스트, 레스토랑 컨설턴트, 식음 기획자 등 음식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다가 2020년 채소 친화 식공간 ‘베이스이즈나이스’를 오픈했다. 베이스이즈나이스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에 선정되기도. 채소의 매력과 색다른 채소 레시피를 담은 <허 베지터블스(Her vegetables)>와 20가지의 아침 레시피를 담은 <나이스 모닝(Nice Morning)>, 두 권의 책을 썼다. 베이스이즈나이스에서 채소를 다루고 손님을 마주하던 경험을 토대로 지난 7월, ‘베지 스튜디오’를 시작했다.

베이스이즈나이스의 두 번째 공간

‘베이스이즈나이스의 첫 번째 F&B 브랜드’라고 소개해주셨어요.

일단 베이스이즈나이스는 저의 커리어를 기반으로 만든 식공간이에요. 처음부터 ‘레스토랑’이 아닌 ‘식공간’이라고 소개했죠. 제가 만든 음식을 손님들께 내어 드리기도 하지만, 음식을 매개로 한 다른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베지 스튜디오를 만들게 된 데에는 ‘장진아’라는 기획자의 커리어가 바탕이 된 게 아니라 베이스이즈나이스를 운영하면서 깨닫고 배운 것들이 동력이 되었어요. 그래서 베이스이즈나이스라는 식공간이 만든 첫 번째 F&B 브랜드라고 생각했습니다. 좀 더 명료하고 확실하게, 음식으로 저의 메시지를 확산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마포구 도화동에 위치한 베이스이즈나이스 © VEGE STUDIO
베이스이즈나이스의 제철 채소 한 상 © VEGE STUDIO
베이스이즈나이스를 운영하며 어떤 필요성을 느낀 걸까요?

제가 외국에서 오래 살다가 돌아와서 한국의 채소를 다시 마주했을 때, 너무 귀하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데서 느끼지 못한 풍미와 여러 가지 매력을 발견했죠. 그리고 우리의 식탁을 봤는데, 한국인의 식탁에는 항상 채소가 있지만 대접받지 못하는 재료인 거예요. 외식 신은 너무 육식 위주였고요. ‘하루에 한 번쯤 채소를 주인공으로 한 식사를 하면 어떨까?’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채소가 갖는 이로움과, 우리 생각보다 식생활에서 채소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오시는 분들도 베이스이즈나이스가 제안하는 채소 위주의 한 끼 식사를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하셨고요. 그러면서 이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메시지와 경험이 되는지 느꼈어요.

음식의 본질은 에너지원으로서 매일매일 우리의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근본적인 힘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일상성이 있을 때 음식이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베이스이즈나이스가 한 달에 한 번 치열하게 와야 하는 곳이 되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다음에 어떤 프로젝트를 한다면 조금 더 캐주얼하고 간소하고, 그래서 예약 없이 더 많은 사람이 자주, 쉽게 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어야 되겠다고요. 그러면서 베지 스튜디오가 만들어졌습니다.

베지 스튜디오 외관. 이름과 함께 4개의 형용사가 창에 적혀 있다. © VEGE STUDIO
‘베지 스튜디오’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를 담았나요?

많은 분이 베이스이즈나이스의 ‘베이스’를 채소로 알고 계시는데요. 여기서 베이스는 제주, 도쿄, 뉴욕에서 쌓은 저의 모든 맛의 경험을 의미해요. 그런 맛의 경험을 베이스로 좋은 것을 만들겠다는 마음이었다면, 베지 스튜디오는 거기에 ‘채소’라는 확실한 키워드를 더한 거죠. 그런데 사실 이 이름은 함께 쓰인 수식어를 포함한 것이 풀 네임이에요. (웃음) 그래야 의미가 완성돼요.

Kind, Clean, Stylish, Powerful, 이렇게 4개죠?

맞아요. 이 4개의 형용사는 제가 매일 채소를 마주하며 발견한 거예요. 채소를 가장 잘 설명하는 형용사들이라고 생각해요. 가까이에 있고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의 식재료라는 점에서 친절하고, 속성은 굉장히 깨끗하죠. 모양과 색깔, 그 자체로 멋스러움이 있고요. 그리고 채소가 지닌 영양소와 효능을 파워풀하다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여기에 오시면 채소밥에 들어가는 재료가 지닌 영양소와 효능을 담은 카드를 보여드려요. 이 작은 완두콩과 호박씨, 통곡물이 우리 몸 안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안다면 엄청난 채소라고 느끼실 거예요.

채소밥의 이로움을 담은 뉴트리션 카드. 간소한 한 끼 식사라 하더라도 이를 통해 누리는 영양분과 효능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싶어 만들었다고. 일러스트 또한 채소의 색감이 돋보이게 하기 위해 블랙으로 진행했다. 일러스트는 릴래시 작가의 작업. © VEGE STUDIO

정체성이 담긴 한 그릇

장진아 대표가 고심해 찾은 회색 도기 그릇에 가지런히 담긴 채소밥. “제가 인위적으로 만든 모양이나 색깔은 하나도 없어요.” 균형의 메시지가 담긴 달걀과 버섯도 한자리를 차지한다. © VEGE STUDIO
채소와 일상성의 교집합을 찾아 한 가지 메뉴를 선보이기까지 어떤 고민이 있었나요?

준비 과정을 시스템화할 수 있으면서 저의 메시지를 명료하게 담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그러면 조금 더 간편한 음식이어야 되는데, 그러기에 한 그릇 채소 음식은 샐러드가 대표적이죠. 제가 10년간 뉴욕에서 먹고 살았던 그 샐러드와 지금 여기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샐러드의 구성이 거의 같아요. ‘샐러드는 왜 진화하지 않지?’ 먼저 이 질문을 저에게 했죠. 그리고 생채소 위주의 샐러드는 차가운 음식이기 때문에 한국 사람에게 만족감을 주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에겐 비빔밥이라는 메뉴가 있지만, 둘 다 내가 오늘 행복하게 한 끼를 잘 먹고 싶을 때 선택하는 메뉴는 아니잖아요.

간소하되 몸과 마음이 풍요로운 한 그릇 채소 음식이 제가 해야 할 음식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베지 스튜디오의 유일한 메뉴인 채소밥을 선보이게 됐습니다. (웃음) 채소밥은 100% 통곡물밥이에요. 저는 통곡물도 채소로 접근했지만, 한국 사람은 곡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통곡물밥이 베이스가 되고 그 위에 채소 본연의 색과 식감, 풍미를 존중하며 조리한 다양한 채소와 제가 빼놓지 않는 달걀이 올라갑니다. 저는 이곳에서 채소만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채소 친화적이며, 균형적인 식사에 대한 메시지가 이 한 그릇에 담겼습니다.

처음에 저에게 주스를 권하시면서 이곳 주스는 좀 다르다고 하셨어요. (웃음) 그리고 깻잎과 아보카도로 만든 주스를 내주셨는데요.

보통 음식을 먹을 때 꼭 곁들이는 음료가 있어요. 여기서 주스는 그냥 곁들이는 음료가 아니라 한 그릇에 다 담기지 않은 다른 채소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만든 또 하나의 채소 요리예요. 그래서 주스로 잘 먹지 않는 채소가 주인공인 두 가지 주스를 함께 준비했어요.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그레이 톤의 내부 공간. 벽에 있는 타일이 마치 그림 같다. © VEGE STUDIO
공간 디자인의 모티브는 그릇이라고요.

저는 음식이 담기는 그릇이 첫 번째 그릇이고, 그 음식이 있는 공간이 두 번째 그릇이라고 생각해요. 이곳의 주인공은 채소예요. 채소가 지닌 색감을 잘 담아내려면 그릇은 나름의 심플함이 있어야 하죠. 여기에는 딱 하나의 그릇만 필요하잖아요. 샐러드도, 비빔밥도 아닌 채소밥을 위해 정말 오랫동안 고심해서 찾은 그릇입니다. (웃음) 그릇을 가장 먼저 골랐고, 그릇에서부터 공간의 톤과 무드를 결정했어요. 전반적으로 그릇과 같은 그레이 톤으로, 벽의 타일은 그레이 톤과 채소가 지닌 내추럴함의 접점을 공간에 드러내고 싶어 바다를 연상케 하는 패턴 타일로 포인트를 줬어요.

이렇게 작은 주방에서 이토록 풍성한 맛의 채소 요리가 탄생한다는 게 놀라워요. 단정한 공간과 아름다운 플레이팅에 한 그릇 음식이지만 대접받는 기분도 들고요.

베이스이즈나이스에서도 그런 질문 많이 들어요. “여기서 요리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여기는 더 작죠. 채소의 힘이에요. (웃음) 그리고 그런 말씀도 많이 하세요. 대접받는 기분이고, 자기에게 선물하는 느낌이라고요. 오픈한 지 아직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두 번 방문해주신 고객이 계셨어요. 오늘은 혼자 오셨네요, 그랬더니 사실 내일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자기한테 에너지를 주고 싶어서 찾아왔다는 거예요. 비가 엄청나게 오는 날이었는데도요. 간소하게, 더 편하게, 일상적으로. 공간도 서비스와 요리를 효율적으로 해내기 위해 바 좌석을 선택한 건데요. 베이스이즈나이스와 같은 감상을 받으시는 걸 보고 이 또한 채소의 힘이라고 느꼈어요.

몸과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채소 한 그릇 © VEGE STUDIO
앞으로 베지 스튜디오는 어떻게 운영되나요?

디너를 준비하고 있어요. 똑같은 재료들로 저녁을 위한 또 다른 음식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낮에는 이 채소밥을 베지 스튜디오만의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 내가 나를 위해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풍요로운 한 그릇 음식으로 생각하시면서 일상적으로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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