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서울시 유리지공예상, 그 첫걸음의 이야기

한국 공예문화 및 산업 발전을 위한 첫걸음, 2024 제1회 서울시 유리지공예상 기념전

제1회 서울시 유리지공예상, 그 첫걸음의 이야기

오늘 서울공예박물관에서는 제 1회 서울시 유리지공예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시상식이 열렸다. 157개 응모작 중 강석근 작가의 한국 전통 함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지구의 언어>가 유리지공예상 제 1회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서울시 유리지공예상’은 우리나라 현대공예 1세대를 대표하는 고 유리지 작가(1945~2013)의 뜻을 기리고 한국 공예 문화 산업 발전을 도모하고자 2023년 제정된 상으로 유리지공예상의 배경과 수상작과 최종 파이널리스트 작품까지 빠르게 톺아보았다.

오래도록 걸어갈 유리지공예상의 첫걸음

국가대표 금속공예가이자 선진 금속공예 기법을 처음 들여온 선구자 고 유리지 서울대 응용미술과 명예교수. 그는 1970년대 미국 유학 이후 국내 현대 금속공예의 성립과 발전 과정에 크게 기여했다. 금속공예, 장신구, 환경조형물, 장례용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품세계를 선보였으며, 1981년 그가 서울대 미술대학 공예전공 교수로 부임하며 교육자이자 미술관인으로 활약했다. 2004년에는 공예 전문 미술관 ‘치우금속공예관’을 설립하고 2010년에는 직접 관장을 역임하며 현대금속공예를 연구 및 전시하고 차세대 공예가 지원에 힘썼다. 그러나 2013년 갑작스레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그의 유족은 미술관 명칭을 ‘유리지공예관’으로 바꿔 오늘날까지 운영 중이다.

생전에도 작가이자 교육자로서 한국 공예에 관심과 애정을 보여왔던 유리지 작가의 뜻이 유족들에 의해 이어져 오늘날의 ‘유리지공예상’이 탄생했다. 유리지 공예관장·유영국미술문화재단 이사를 역임하고 있는 그의 동생 유자야 씨와 유영국 미술문화재단 이사장과 이사로 한국 문화예술계와 연을 맺어온 유진, 유건 씨는 2022년 7월 공예상 운영 기금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서울시에 전했다. 이후 2023년 7월 유리지공예관과의 업무 협약을 통해 서울공예박물관이 해당 공예상의 운영을 맡게 되었다.


제 1회 유리지공예상은 어떻게?

제 1회 서울시 유리지공예상은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36일간의 공모를 통해 총 157건의 작품을 접수 받았다. 공예, 미술, 무형 유산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1차 심사위원회의 서류심사를 통해 20건의 결선 진출작을 선정했고, 2차 실물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작을 결정했다. 수상자에게는 서울시장 명의의 상장과 상패, 다음 회 ‘서울시 유리지공예상’ 심사위원 자격이 주어진다. 또한 후원기관인 ‘유리지 공예관’에서는 프랑스 파리의 ‘시테 데자르’ 레지던시 프로그램 3개월 참여 기회와 개인전 개최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특히 제 1회 유리지공예상 시상식 현장에서는 트로피에 이목이 쏠렸는데 공예사답게 고 유리지 작가의 후배이자 동료 금속공예가인 서도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맡아 선보였다. 유리지 작가의 생전의 뜻을 이어가는 전시인 만큼 유리지 작가가 생전 즐겨 작업하던 ‘새싹’을 모티브로 디자인되었다. 망치로 두들기는 정교하고 섬세한 수작업을 통해 유리지 작가를 오마주 하는 동시에 장인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진정한 공예 정신을 담아냈다.


Winner : 강석근 <지구의 언어>

수상작으로 선정된 강석근 작가의 <지구의 언어>는 한국 전통 함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작가는 본인의 인상적 기억과 감성이 담긴 ‘바람, 파도, 바위’등을 나무로 조형화하고 지구를 구성하는 자연 물질인 금속, 옻칠, 돌 등으로 작품의 질감과 색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 심사 기준은 ‘예술성’ ‘동시대성’ ‘창의성’ ‘실용성’ 이 네 가지에 주안점을 두고 평가했는데 강석근 작가의 작품은 아래와 같이 충족되었다.

*함지 : 큰 통나무를 깎아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많은 분량의 음식이나 다양한 사물을 담거나 씻는 데 사용하던 전통 목기로 포용과 정(情), 풍요를 상징한다.

예술성
견고한 느티나무를 두께 3mm도 안 되게 얇게 깎아 자연건조시킨 후 옻칠을 거듭하며 굽는 과정에서 함지의 기형을 자연스러운 곡선이 되게 하고, 외부 표면에 옻칠에 금속(황동, 구리 등)을 섞어 여러 차례 흩뿌려 산화시킴으로써 마치 청동기 같은 독특한 표면 질감과 색을 만들어 냈다.

동시대성
포용과 정(情),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우리 전통 함지의 이미지를 지니면서도 기법과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창의성
나이테 층별 함수율과 수축률을 고려한 자연 건조를 통해 자연스러운 곡선이 생겨나도록 백골을 제작했음은 물론, 목기에 옻칠 열경화 기법(250℃ 가마에서 구워 옻칠을 건조시키는 동시에 목기를 도자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기법으로 뜨거운 액체를 담아도 불변)을 국내 최초로 적용하는 등 수준 높은 제작기술을 보여주었다.

실용성
쓸모를 지닌 그릇이면서도 변죽 한편에 자연석을 부착하여, 사용하는 와중에도 멋스러운 여유를 느끼게 한다.

백골 제작의 공법이 특수하고, 국내 최초로 목기에
옻칠 열경화 기법을 적용하는 등 수준 높은 기술을 보여주었다.
또한 몇 가지 광물질을 이용하여 표면에 낸 빛깔이 작품에 예술성을 더했다.

-제 1회 유리지공예상 수상작 심사평-


한 가수의 노랫말처럼 머나먼 여정과도 같았다.
이번 수상은 나의 작가 인생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강석근 작가 수상 소감-

강석근 작가는 2021년 로에베(LOEWE)재단 공예상 ‘파이널리스트’, 2021년 룩셈부르크 아트 프라이즈를 수상한 바 있다. 작가의 작품은 현재 온양민속박물관, 호림박물관, 영국 빅토리아앤앤버트뮤지엄, 스위스 리트베르크박물관 등 국내외에 소장되어 있다.


Finalists : 19인

공예·미술·무형유산 분야 전문가 9인으로 구성된 1차 심사위원회는 예술성, 동시대성, 창의성, 실용성을 기준으로 서류 심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금속 8건, 도자 4건, 유리 4건, 목 3건, 섬유 1건 등 총 20건이 결선에 진출했다. 2차 실물심사 역시 동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2차 심사위원회에서 진행했으며 수상자 강석근 작가를 제외한 19인의 작품 중 주목하면 좋을 작품 10선을 소개한다.

권인혜 <요람의 숨결> (2023) / 소재 : 정은

곰팡이와 같은 작은 생명체들의 군집과 그 생명력을 유기적인 형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수백 개의 은선을 하나씩 구부리고 꼬아 나가며 불규칙하면서도 섬세한 형상의 기물을 제작하였다.

길성식 <사물> (2024) / 소재 : 유리

형태와 빛의 조화에 방점을 둔 작품이다. 블로잉(Glass Blowing) 기법으로 형태를 잡은 뒤 연마 기법으로 표면에 격자를 새겨 넣었다.형태와 빛의 조화에 방점을 둔 작품이다. 블로잉(Glass Blowing) 기법으로 형태를 잡은 뒤 연마 기법으로 표면에 격자를 새겨 넣었다.

김동인 <結莟 2403V> (2024) / 소재 : 도자

도자 형성 방법 중 슬립 캐스팅(Slip Casting)의 페틀링(Fettling) 기법을 활용한 작품이다. 페틀링은 석고 몰드의 분할선에 의해 기물 표면에 생긴 틀 자국으로 대개는 지우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그 흔적을 그대로 남겨 조형화하였다.

박성훈 <VOID #17> (2023) / 소재 : 유리

유리에 숨을 불어넣어 작업하는 블로잉(Blowing)으로 형태를 만들고, 갈고 깎아내는 콜드워킹(Coldworking)으로 표면을 장식한 작품이다.

신혜정 <숨겨진 이면 11> (2023) / 소재 : 정은

자연물을 수집, 관찰하고 이를 스케치하여 제작된 장신구(브로치)이다. 주재료로 정은(sterling silver)을 사용하였고 자연물의 형태를 성형한 후 망치질로 표면을 마감하였다.

이경노 <백동 수복강녕 박쥐 잎닫이> (2024) / 소재 : 백동

나무로 제작되던 조선시대 반닫이(앞닫이) 전체를 백동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수복강녕과 부를 기원하는 박쥐문이 조이기법으로 새겨져 있다.

이인화 <물질허상_감정의 기억> (2023) / 소재 : 백자

백자 안에 생명과 시간의 시작점이 되는 빛을 담아내고자 하는 작가의 오랜 작업의 화두가 시각적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이태훈 <해질녘의 민들레 홀씨> (2024) / 소재 : 유리

해 질 녘 작업실 마당에서 우연히 보게 된 민들레 꽃씨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다. 큰 색유리 덩어리에서 얇은 유리실을 뽑은 뒤 이를 한 데 모아 블로잉(Glass Blowing) 기법으로 숨을 불어 넣어 제작하였다.

정은진 <다각형의 접는 발> (2023) / 소재 : 노방(실크)

노방천으로 다각형의 개체들을 만들어 다시 이어붙인 작품으로 벽이나 공간에 펼쳐 걸거나, 보관할 때는 부채의 합죽선과 같이 접을 수 있게 제작되었다.

편예린 <자연의 몽상> (2022) / 소재 : 백자·석기토·안료

침식과 풍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돌의 형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돌에 새겨진 실제 흔적을 석고로 떠낸 뒤 점토를 눌러 형태를 잡고 여기에 작가가 작업 당시의 계절과 풍경 등에서 영감을 받은 감성을 도자 표면의 질감이나 색으로 표현하였다.

수상작을 포함한 결선 진출작 20점은 8월 27일부터 10월 3일까지 서울공예박물관에서 무료로 전시된다. 금속, 도자, 유리, 목, 섬유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공예의 현주소를 보여줄 예정이다. 한편 서울공예박물관은 9월 6일 연계프로그램으로 수상 작가 강석근과의 아티스트 토크를 개최한다. 이번 아티스트 토크는 국제 아트페어 키아프·프리즈를 맞이해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아트위크’ 기간을 더욱 특별하게 장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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