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영] 링키프로젝트 박은영

디자인플러스는 올해 11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하 SDF)에 참가하는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릴레이 인터뷰 프로젝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 디자이너'를 진행한다.

[꼬꼬영] 링키프로젝트 박은영

22년간 950여 명이 신진 디자이너들을 배출한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은 명실상부 디자이너의 등용문이다. 디자인플러스는 내일의 주인공이 될 이들을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다. 여섯 번째 주자로 2024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인 다라솔 이다솔이 묻고 링키프로젝트 박은영이 답했다.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 박은영은 2015년 전시와 워크숍을 통해 장난감이자 키네틱 디자인 툴 ‘링키LINKKI’를 꾸준히 소개해 왔다. 지난해에는 이를 발전시켜 브랜드 ‘링키프로젝트’를 론칭하고 한층 더 적극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linkkiproject.com/kr
이다솔(이하 이): 다소 늦게 제품 디자인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은영(이하 박): 저는 학부에서는 공업화학과 영화연출을, 석사에서는 뉴미디어 디자인& 프로덕션을 전공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제품 디자인을 시작한 것은 핀란드 알토예술대학 석사 논문 프로젝트로 링키 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예요. 평소 재료의 물성을 탐구하는 것, 과학적 리서치로부터 영감을 받은 아트-테크놀로지 설치 작업, 비평적 디자인 등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 관심의 일환으로 석사 과정 중 내내 관련 워크숍에 참여했고요. 다학제적 연구를 강조하는 알토 예술대학의 학풍과 핀란드 특유의 열린 워크숍 문화 덕분에 모니터 앞이 아닌 직접 손으로 제작하는 디자인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졸업 후 덴마크 레고 본사에서 인턴 디자이너로 근무했는데, 전통적인 레고 블럭과 디지털 플레이를 연결하는 흥미로운 부서였답니다. 링키로 시작된 ‘design for play’에 관한 관심을 심화할 수 있었던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귀국 후엔 다학제 예술가로 활동하며, 동시에 링키로 다양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이 작업이 링키프로젝트라는 브랜드로 이어졌어요. 사실 저는 제가 이전에 했던 경험들이 모두 디자인과 접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영역과 매체에서 작업해 온 만큼 경계를 흐리고, 영역을 ‘연결’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링키 워크숍 현장.
이: 이번 SDF에선 어떤 작업을 소개할 예정인가요?

박: 링키는 움직임을 디자인하는 키네틱 빌딩블록으로 마치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듯 직관적으로 움직임을 디자인할 수 있는 토이입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기계공학이나 로봇공학 같은 기술적 주제에 키네틱 아트를 창작하듯 놀고 만들며 접근할 수 있고, 확장키트를 이용한 코딩이 가능하게 해 융합 교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업화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2016년부터 펼쳐온 다양한 교육과 전시의 노하우가 담긴 ‘내공 있는’ 제품이라고 자부합니다. 주로 해외에서 활동하다 보니 그동안 국내에는 알릴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링키의 핵심 콘셉트를 충실히 알릴 셈입니다.

이: 디자인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박: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리서치를 꽤 광범위하게 하는 편입니다. 이것까지 필요가 있을까 싶은, 당장 크게 관련 없어 보이는 것도 일단 기록해 두죠. 그다음에는 되도록 본 것, 들은 것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아이디에이션을 합니다. 나도 모르게 유사할 것을 만들 수 있는 위험에서 자유로워지고 싶고, 또한 유사한 것이 이미 있는 경우 어떻게 새로움을 더할지 고민하도록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입니다. 프로토타이핑에도 시간을 많이 들이는 편입니다. 흔히 ‘손으로 생각한다’고 하죠? 직접 손으로 만들면서 얻어지는 지혜와 아이디어를 신뢰하는 편입니다. 링키의 경우에도 셀 수 없이 많은 프로토타입 과정을 거쳤습니다. 저는 링키프로젝트 이외에도 다양한 비평적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클라이언트를 위한 실용적 디자인 솔루션보다, 디자인으로서 질문을 던지는 일련의 self-initiated 작업들인데요. 이때 고려하는 요소들은 유의미한 질문을 끌어내는 사회나 환경의 이슈들, 그리고 재미있고 새롭다고 생각하고 있는 제작의 방식, 개인적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재료, 그리고 동시대의 과학적 리서치 등입니다.

박은영이 저술한 <키네틱 아틀리에>.
이: 디자이너로서 성장과 발전을 위해 평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디자인 원칙이나 습관이 있나요?

박: 많이 보고, 많이 쉬려고 노력합니다. 동시대의 작업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유럽의 전후 아방가르드 작가 및 디자이너의 작업에서 영감을 많이 받습니다. MoMA의 웹 아카이브나 archive.org 등에서 오래된 전시 도록이나 잡지를 열람하기도 하고 인터넷 헌책방에서 절판된 관련도서도 종종 구입합니다. 링키를 디자인하기 시작했을 때는 베를린에 머물고 있었는데, 이때 말레비치를 포함한 러시안 아방가르드 아티스트들의 회화 작업들과 바우하우스 아티스트들의 토이를 접했고, 그들의 작업에서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또한 최신 기술 관련 리서치 페이퍼나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는데, 창작의 관점으로 접근할 때 기술적 리서치가 흥미로운 영감의 지점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쉬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흡수한 것들을 내 것으로 소화하며 디자인 결정에 있어 성급히 선택하지 않는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네요.

이: 앞으로 링키 프로젝트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궁금해요.

박: 링키는 처음에 리서치 작업으로 시작해 교육 및 창작 매체로 개인 작업을 위해 사용해오다가 니즈와 시장을 발견하고 제품화 단계를 거쳐 현재 막바지 단계에 있습니다. 링키프로젝트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은 개인 작업으로 해왔던 링키 작업과 접근 방법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도 제품 양산의 원가와 안전성 등을 꼼꼼히 고려해야 하죠. 협업자 및 외주업체와 의사소통, 홍보 방향 등도 마찬가지고요. 링키프로젝트라는 브랜드를 시작한 만큼 향후 링키라는 핵심 제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파생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또 다학제 디자인 스튜디오로 꾸준히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터뷰 이다솔
반려 소품 브랜드 ‘다라솔’을 운영하는 도자기 작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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