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롯데월드몰점의 결정적 순간 5
지난 9월 13일 오픈한 유니클로 롯데월드몰점은 라이프웨어 브랜드의 철학을 집약한 초대형 매장이다.
브랜드와 브랜드 아닌 것을 가르는 기준은 의외로 명확하다. 브랜드 고유의 가치와 철학의 유무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브랜드와 그렇지 못한 브랜드의 기준은? 의견은 분분하겠지만 브랜드 철학을 고객 접점마다 녹여내 메시지를 전하는 ‘설득력’에 있지 않을까? 지난 9월 새롭게 문을 연 유니클로 롯데월드몰점은 약 3500㎡ 면적에 2층 규모로 유니클로의 국내 입점 매장 가운데 역대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 매장을 단순히 규모로 승부를 거는 공간으로 치부해선 곤란하다. ‘라이프웨어의 모든 것’을 표방하는 이곳은 유니클로의 브랜드 철학을 입체적이고 집약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매력적인 공간을 다섯 가지 핵심 키워드로 나눠 톺아봤다.
1 마이크로 타기팅의 결정판, UTme!
유니클로의 그래픽 티셔츠 라인 ‘UT 프로젝트’는 이제 유니클로의 대명사가 됐다. 유니클로 롯데월드몰점에서도 다양한 그래픽 티셔츠를 디스플레이한 UT 존을 만날 수 있다. 미피, 스누피, 카우스 등 유명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를 적용한 제품들 사이로 보이는 신규 서비스 ‘UTme!’는 이곳의 백미. 800여 가지 이미지 스티커를 활용해 티셔츠와 토트백을 스타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인데 소품종 대량생산체제에서 결핍으로 여겨지던 다양성과 개인화를 일정 부분 해소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유니클로 롯데월드몰점은 매장 오픈을 기념해 패션 포토그래퍼 김재훈, 콤팩트 레코드바, 발란사 등 국내 아티스트 및 브랜드 여섯 곳과 협업한 12개의 UTme! 이미지를 단독 공개해 눈길을 끈다.
2 지구를 지키는 패션, 리유니클로(RE:UNIQLO) 스튜디오
유니클로가 옷이 꼭 필요한 지역 사회를 위해 중고의류를 기증받고, 더 이상 입기 어려운 옷을 새로운 제품 및 원료로 재활용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그런데 유니클로 롯데월드몰점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2022년부터 글로벌 매장에서 선보이기 시작한 리유니클로 스튜디오를 국내 최초로 론칭한 것이다.
해지거나 손상된 티셔츠, 니트, 다운 재킷 등을 수선해 주는 서비스와 함께 70여 가지 자수 패턴을 통해 기존의 옷을 커스터마이징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개성 있고 아기자기한 그래픽 자수 패턴으로 옷의 수명을 늘리는 아이디어에서는 환경과 지역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유니클로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3 공간 안팎에 스며든 로컬라이징
유니클로 롯데월드몰점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 사회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데에 있다. 앞서 소개한 리유니클로 스튜디오 옆과 2층 피팅룸 등에서 업사이클링 아티스트 이우재 작가가 폐신문지를 활용해 만든 펄프 소재의 의자를 배치했고, 사진작가 이현준이 촬영한 잠실 일대의 4계절 영상에 맞춰 유니클로의 시즌 상품을 연출한 공간도 마련했다. 참고로 피팅룸 인근 휴게 공간에는 전면 윈도를 통해 석촌호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또한 전형성에서 탈피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전하고자 하는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세심한 배려다. 지역의 맥락과 특징을 반영한 것은 이 공간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4 결국 콘텐츠, 라이프웨어의 집약체
유니클로 롯데월드몰점은 그동안 유니클로가 전개한 다양한 캠페인과 프로젝트도 망라했다. 1층에서는 JW앤더슨, 르메르, 클레어 웨이트켈러(Clare Waight Keller) 같은 글로벌 패션 디자이너들과 협업한 라인, 유니클로의 스테디셀러를 모은 마스터피스 존 등을 만날 수 있다. 연 2회 발행하는 유니클로의 브랜디드 콘텐츠 매거진 <라이프웨어> 속 제품들로 채운 공간도 별도 구성해 큐레이션의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매장 2층에는 유니클로의 새로운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퍼프테크(Pufftech) 존과 자선 티셔츠 컬렉션 피스 포 올(Peace for All) 존도 구성해 콘텐츠를 동력으로 삼는 브랜드의 특징을 경험할 수 있다.
5 사용자의 심리까지 반영한 공간 디자인
이처럼 유니클로 롯데월드몰점은 다양한 개성과 특징들을 집약해 놓은 공간이다. 그런데 각 존이 갖는 정체성이 너무나 뚜렷하고 명확하기에 마치 양날의 검처럼 자칫 난삽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공간 디자인을 맡은 비트윈스페이스는 이를 솜씨 좋게 아울렀다. 규모에 맞게 발견하는 즐거움, 탐험하는 기쁨을 유지하되 정갈하고 일관된 톤앤매너로 전반적으로 통일된 인상을 유지했다.
소재별, 색상별, 크기별로 상품을 노출시키는 매장 특성에 맞게 옷을 고를 때나 착용할 때, 계산할 때, 심지어 이동할 때까지 상황별로 고객의 심리를 분석하고 반영했다. 비트윈스페이스 김정곤, 오환우 공동 대표는 “매장에 들어오고 나가는 일이 동네의 일상처럼 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상상했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기능적 공간을 탈피해 ‘라이프웨어’라는 테마에 걸맞게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공간을 추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