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Our Typeface〉
글자로 써 내려가는 궁극의 브랜딩
현대카드가 전용 서체 '유앤아이'의 헤리티지를 기념하는 책 <아워 타입페이스>를 출간했다. 세 번의 변화를 거친 유앤아이의 여정을 따라가며 현대카드의 디자인과 브랜딩 히스토리, 한국 서체 디자인의 흐름을 샅샅이 톺아보는 책이다.
한국 타이포그래피 역사에서 현대카드가 차지하는 위상은 남다르다. 한국 기업 서체의 효시로 꼽히는 현대카드 전용 서체 ‘유앤아이’는 2003년 개발 이래 오늘날까지 그 아성을 뛰어넘은 사례가 없을 만큼 위상이 공고하다. 8월에 현대카드가 출간한 아카이브 북 〈아워 타입페이스Our Typeface〉는 지난 20여 년간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며 진화해온 유앤아이의 헤리티지를 기념하는 책이다. 전은경 전 월간 〈디자인〉 편집장(현 그란데클립 디렉터)이 기획을 맡은 이 책은 세 번의 변화를 거친 유앤아이의 여정을 따라가며 현대카드의 디자인과 브랜딩 히스토리, 더 나아가 한국 서체 디자인의 흐름을 샅샅이 톺아본다.
책은 크게 3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장 ‘Three Eras’는 유앤아이 서체의 역사를 디자인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신용카드의 가로·세로 비례를 적용한 ‘유앤아이’, 가독성과 사용성을 강화한 ‘유앤아이모던’, 디지털 환경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국내 기업 서체 중 최초로 가변 서체로 만든 ‘유앤아이뉴’의 개발 과정과 디자인 특징을 면밀히 분석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시대에 부응하는 글자를 만들기 위해 개발을 거듭해온 현대카드의 지난한 노력을 담았다.
이어지는 ‘Thoughts’는 전문가의 시선에서 유앤아이의 면면을 살피는 장이다. 서체 디자인과 기업 브랜딩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 11명의 입을 빌려 유앤아이의 디자인사적 가치와 영향력을 조명한다. 외부 필진뿐 아니라 유앤아이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한 현대카드 구성원의 목소리를 충실히 담은 점이 눈에 띄는데, “임직원의 높은 민도가 뒷받침되었기에 유앤아이가 강력한 브랜드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의 설명에 비추어보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마지막 ‘Expressions’에는 카드 및 캠페인, 제품, 공간, 무형의 문화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현대카드 전 영역에서 일관되게 사용한 유앤아이의 실제 적용 사례를 모았다. 한편 북 디자인 곳곳에도 유앤아이의 핵심 모티프인 1:1.58 카드 플레이트 비율을 적용한 점이 흥미롭다. 책의 판형과 그리드뿐 아니라 쉬이 포착하기 힘든 내지 레이아웃 단락 구성과 이미지 비례에도 플레이트 비율이 숨어 있다. 손안의 카드를 만지거나 책장을 넘기는 일상적인 행위에서도 현대카드 디자인이 느껴지도록 한 것. 노련한 브랜딩 감각이 묻어나는 〈아워 타입페이스〉는 그 자체로 브랜드 정체성을 체험할 수 있는 통로인 셈이다. 한편 10월 13일까지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선 책 안팎의 내용을 조망하는 동명의 전시가 열린다. 전시에서는 글자가 보여줄 수 있는 궁극의 브랜딩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아워 타입페이스〉는 2021년에 출간한 〈The Way We Build〉에 이어 현대카드와 손잡고 만든 두 번째 책이다. 한국 디자인계에 한 획을 그은 현대카드과 함께 걸어온 여정은 내게 대단한 경험이었다. 기자 일을 막 시작할 즈음 가장 흥미롭게 바라본 기업이 바로 현대카드였고, 이후 전담 기자를 자청해 브랜딩, 디자인, 건축, 공간 프로젝트를 꾸준히 취재해온 덕분에 현대카드의 디자인 프로젝트가 비즈니스와 전략적으로 맞물려 전개되어온 흐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디자인 저널리스트로서 무척 운이 좋았다.”
전은경 그란데클립 디렉터
“서체 견본집은 흔하지만, 서체가 거쳐온 여정을 수록한 책은 최초라고 자부한다. 유앤아이 서체는 현대카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작동하며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다. 현대카드 디자인랩은 이번 책을 통해 유앤아이 서체의 헤리티지와 다채로운 면면을 빠짐없이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아워 타입페이스〉 출간은 디자이너이자 사용자로서 현대카드 전용 서체에 한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현대카드 디자인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