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먼지로 만든 레고 블록
레고로 달에 집을 짓는 날이 곧 올 거예요
과연 인류는 달에 유인기지를 건설할 수 있을까? SF 영화 속 이야기 같지만, 과학 기술이 발전하며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에는 달 표면에 건물을 올릴 수 있는 특별한 벽돌도 개발됐다. 달 유인기지 건설이 현실이 되어가는 과정을 살펴본다.


우주를 인류의 새로운 터전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대부분의 관심이 화성에 맞춰져 있지만, 달 역시 우주 탐사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아르테미스 미션’이라 불리는 유인 달 탐사 계획은 미국, 프랑스, 한국, 호주, 브라질, 아랍에미리트 등 21개국이 협력하여 진행하는 대규모의 국제 협력 프로젝트로, 인간을 달에 보내고 유인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
달의 유인기지 건설이라는 목표에는 건물, 도로, 이동 수단 등 달에서 생활하고 일하기 위한 기반 시설을 마련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기반 시설을 짓기 위해서는 필요한 자재를 지구에서 달까지 옮겨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나사(NASA), 유럽우주국(ESA)과 같은 국가기관은 달의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민간단체와 협력하여 다각도로 연구 중이다. 그 노력 중 하나로 지난 6월, 유럽우주국은 월면토로 만든 레고 블록을 공개함으로써 건축자재로서 월면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월면토란, 달 표면에 쌓인 토양으로 지구에는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서 수집해 온 소량만이 존재한다. 연구하기엔 너무나 적은 양이라 유럽우주국 연구팀은 월면토를 대체할 재료로 2000년에 아프리카 북서부에서 발견된 45억 년 된 운석을 사용했다. 연구팀은 운석 가루와 폴리락타이드(polylactide), 미세 금속 입자를 섞은 재료를 3D 프린트에 넣어 레고 블록의 형태로 만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월면토 레고 블록은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거칠다. 하지만 블록과 블록 간의 결속력은 높아서 벽돌처럼 쌓아 건물 짓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연구팀이 레고 블록을 차용한 이유다. 사각형의 단순한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특별한 접착제가 없이도 블록끼리 붙기 때문에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달 환경에 적합하다. 게다가 사각형이라는 단순한 형태임에도 뭐든지 만들 수 있는 레고 블록의 유연함도 연구팀이 차용한 이유 중 하나다. 유럽우주국 연구팀과 레고는 “레고 블록은 오래전부터 과학자에게 아이디어를 불어넣어 준 사물이었다.”면서 어린이들이 월면토 블록을 보고 우주 탐사에 관한 꿈을 더 키워 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에 따라 월면토 레고 블록은 6월부터 9월까지, 유럽과 북미 등 전 세계 9개국 15곳의 레고 매장에서 전시되었다.

월면토는 무엇인가요?
1960년대부터 시작한 우주탐사의 방향은 현재 화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화성이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지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류의 다음 생을 살 수 있는 행성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우주 탐사의 방향이 달라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달은 우주 탐사에 중요한 위치를 지닌다. 지구와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고, 유인기지를 설치하는 데 화성보단 수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달에서의 연구 결과는 궁극적으로 화성 탐사의 기초자료가 되어 많은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달 유인 탐사는 앞으로 우리가 우주를 알아가는 데 매우 중요하고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는 곧 아르테미스 미션의 주요 과제 중 하나가 유인기지 건설이라는 사실과도 연결된다. 유인기지 건설 시, 지구에서 운반하는 자재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그 방안 중 하나가 앞서 소개한 월면토 레고 블록처럼 달에서 얻은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듣기에 쉽지만, 입자가 날카로운 월면토를 활용한다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다. 지구와 달리 대기가 없는 달에서는 풍화·침식작용이 안 일어나기 때문에 흙의 입자가 매우 날카로워 기계와 구조물이 손상을 입을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월면토를 안전하고 유용하게 활용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월면토로 벽돌을 만들면 뭐가 달라질까?
영국 맨체스터 대학은 유럽우주국과 함께 달, 화성 표토(지질 지표면을 이루는 흙)과 감자 전분, 소금을 섞어 만든 우주 콘크리트 ‘스타크리트(StarCrete)’ 개발에 성공했다. 이 실험 프로젝트도 레고 블록처럼 달과 화성의 표토를 구할 수 없어 화산암을 폭파해 가루로 된 대체물을 만들고, 이를 우주인의 주 식량이 되는 감자전분과 소금을 결합해서 실험했다.

스타크리트의 장점은 일반 콘크리트보다 2배 이상 높은 강도다. 지구보다 훨씬 척박한 환경을 가진 달에서는 혹독한 기후 변화를 버텨야 하고, 우주에서 날아오는 파괴적인 운석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할 강력한 건물 자재가 필요하다. 그를 위해 맨체스터 대학 연구팀은 스타크리트의 강도를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실험에 따르면 실제 월면토를 사용해서 스타크리트를 만들 경우, 강도가 훨씬 더 높을 거라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감자와 소금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포클랜드 시멘트보다 훨씬 친환경적이며, 탄소 배출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월면토 벽돌과 건물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달 유인기지 건설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기술이 3D 프린터다. 대표적으로 나사의 지원을 받아 달 유인기지 건설에 필요한 기술과 시스템을 연구하는 ‘올림포스 시스템’은 미국 내 3D 프린트 건축 기술을 보유한 ‘아이콘ICON’이 진두지휘한다. 아이콘이 개발 중인 시스템에는 착륙대, 도로, 서식지 등 달 유인기지의 모든 시설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3D 프린트를 활용하여 지을 방법도 연구한다.


아이콘은 올림포스 시스템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지구에서 달까지 쉽게 운반되고 설치할 수 있는 건축용 3D프린터의 개발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의 장기적인 체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월면토와 같이 달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야 하며, 이러한 자원 활용은 폐기물 감소로 인한 지속 가능한 건축을 달에서도 구현할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달 유인기지는 어떤 모습일까?
과학자들이 월면토와 같은 우주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한다면, 건축가들은 인간이 달에서 지구처럼 생활하고 지낼 수 있는 달의 유인기지 설계를 연구하고 있다. 올 1월, 건축 스튜디오 ‘하셀(Hassell)’은 팽창형 모듈을 사용한 달 서식지 설계안을 공개했다. 타원형의 긴 포드(POD)를 서로 연결하여 하나의 도시를 세우는 계획으로, 이 서식지에는 주거 공간, 경기장, 레스토랑, 대형 온실과 같이 인간이 달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간들도 구성되어 있다.


이 설계안의 기본이 되는 포드는 압축되어 지구에서 달로 운반되고 달에서는 팽창되어 원래 크기대로 설치됨으로써 운송 문제를 해결한다. 한편, 하셀은 포드 주변을 월면토로 만든 방파제로 감싸 방사능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는 독특한 방법을 고안해 냈다. 하셀의 월면토 방파제 역시 3D 프린터로 제작된다.

한편, 지구에서 압축되었다가 달에서는 원래 크기대로 돌아오는 팽창식 모듈은 건축 스튜디오 ‘에스오엠(SOM)’도 사용한 기술이다. 2021년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에서 공개한 ‘문 빌리지(Moon Villige)’는 달의 남극지역에 세워질 연구소 겸 거주 공간으로, 기존 팽창식 모듈이 구조물 및 시스템 기계를 모듈 중앙에 두었던 것과 달리 주변부로 옮김으로써 보다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폼 폴리우레탄과 이중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미세 운석 충돌로부터 건물을 보호하고 단열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달 유인기지를 제안했다.
우주 건축이 왜 중요할까?
원래 계획대로라면 아르테미스 미션은 올 10월, 달로 유인우주선을 발사하여 달을 탐사할 우주인을 직접 달로 보내는 거였으나, 이 계획은 2026년으로 미뤄졌다. 이처럼 우주 탐사 계획은 우리의 마음처럼 착착 진행되지 않고 성공 여부 역시 여전히 미지수다. 그럼에도 많은 과학자와 건축가들이 우주 건축에 관심을 두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지구의 문제도 해결할 방법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주 건축을 연구하면서 나온 결과들이 지구의 지속 가능한 건축에도 아이디어를 주고 있다. 따라서 현재 눈에 보이는 성과가 적고 속도가 느리더라도 우주 건축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