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주행 경험을 디자인하다

UX 디자이너가 말하는 폴스타4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를 탑재한 전기차의 UX 디자인은 기능에 치중해 디자인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지만, 폴스타4는 절묘한 포인트를 잡아 전기차에 기대하지 않을 법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완성했다.

스마트한 주행 경험을 디자인하다

폴스타4는 기능과 디자인의 밸런스를 조화롭게 구현한 차다. 이는 UX 디자인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를 탑재한 전기차의 UX 디자인은 기능에 치중해 디자인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지만, 폴스타4는 절묘한 포인트를 잡아 전기차에 기대하지 않을 법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완성했다. UX 디자이너 유상원과 폴스타4의 사용자 경험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플러스엑스 공동 대표.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뉴욕 대학교에서 인터랙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석사과정을 공부했다. 국민대학교에서 경험 디자인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예술종합대학교에서 UX 디자인을 가르쳤으며, UX·인터랙티브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 디자인(UED)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평소 전기차를 탄다고 들었다. 전기차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전기차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플랫폼인 만큼 기존과 다른 인터페이스를 탑재하고 있다. 흔히 스마트폰을 차로 만들었다고 비유하곤 하는데, UX 디자이너로서 이를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전기차를 타고 나서부터는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승차부터 하차에 이르기까지 사용자 경험이 크게 달라졌는데, 문을 열고 시트를 조절하고 시동을 거는 일련의 과정을 소프트웨어로 자동화한 덕분이다. 이를 통해 운전자의 수동 조작을 최소화해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단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폴스타4의 디스플레이는 직관적 인터페이스를 갖췄다. 오렌지색과 블랙의 대비는 시인성을 높이는 동시에 미니멀하고 세련된 인상을 준다.
폴스타4 시승 경험에 대해 들려달라.

내연차와 전기차 사이에 있는 모델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다시 말해 이질감이 적은 전기차로 느껴졌다. 주행 모드를 원페달과 크리프로 설정할 수 있는데, 조용하고 부드러운 전기차의 감각과 내연차의 주행감을 두루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뒷좌석 동승객의 만족도가 높았다. 다른 전기차보다 뒷좌석 공간이 넓고 주행 모드를 조절해 편안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인테리어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감각적이고 세련된 요소를 더한 점이 돋보였다. 극강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전기차는 막상 타보면 차 같지 않고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폴스타4는 디테일을 통해 차 안에서의 경험을 세심하게 설계했다.

폴스타4는 기능 대부분을 센터 디스플레이에 집약했다. UX 디자인 관점에서 이를 평가한다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의 수동 버튼을 디스플레이로 대체하는 시도를 회의적으로 여겼다. 주행 중 조작이 안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자율 주행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스플레이의 가능성에 집중하는 흐름이 생겨났고, 주행 환경에서도 시인성과 인지성을 높이는 디자인을 개발하는 데 몰두하는 추세다. 폴스타4의 센터 디스플레이도 직관적 인터페이스를 갖췄다. PC나 모바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면 구성을 적용해 접근성을 높이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서체를 활용해 가독성을 확보했다. 특히 오렌지색이 키 컬러로 검은색과 대비를 이루는데 미니멀하고 세련되게 구현한 점이 흥미로웠다. 내연차, 전기차 불문하고 디스플레이 디자인은 여전히 투박한 아날로그 타입이 많은데, 폴스타4는 미니멀한 디자인 언어로 차별화했다.

클러스터와 센터 디스플레이를 분리한 것도 폴스타4의 특징이다.

최근 출시된 신차들은 주행 관련 정보를 표시하는 클러스터와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디스플레이를 통합하기도 한다. 모든 정보를 디지털 스크린으로 제시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자율 주행이 완전히 상용화되지 않은 현시점에서는 종래의 운전에 익숙한 사용자를 고려한 UX 디자인도 필요하다. 클러스터와 디스플레이를 분리하는 폴스타의 전략은 브랜드 정체성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안전에 대한 고집이 아닐까 생각한다.

폴스타4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구글 어시스턴트, 티맵, 플로 등 다양한 앱을 지원한다. 이 시스템의 특장점을 꼽는다면?

전기차가 소프트웨어 기반의 플랫폼인 만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애플리케이션과의 원활한 연동이 큰 장점인데 폴스타4도 그 부분을 잘 살렸다. 특히 국내 주행 환경에 최적화된 티맵 내비게이션을 지원하는 것은 많은 운전자가 반겨할 인터페이스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음성인식 기능은 잘 사용하지 않는데 동승한 아이들이 활용하는 것을 보니 정확도가 꽤 높더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조작이 익숙지 않은 사용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편의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이다. 공급자의 시각에서 완벽한 설계를 했다고 해도 사용자 관점에서는 늘 부족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듯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가면 된다.

5.7인치 사이즈의 뒷좌석 제어 스크린을 통해 뒷좌석의 승객이 직접 좌석 온도를 조절하고 음악을 선택하는 등 차량 기능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폴스타4는 하만 카돈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한다. 12개의 스피커와 하이브리드 앰프를 통해 최대 1400W의 풍성한 사운드를 제공한다.
자동차가 이동 수단에서 생활 공간으로 진화하며 여러 기능이 더해지고 있다. 폴스타4의 UX 디자인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면?

오디오나 앰비언트 라이트처럼 감각적인 부분을 세심하게 디자인했다. 센터 콘솔 앞에 대개는 기어 노브가 있는데, 이 차에는 오디오 컨트롤러가 놓여 있다. 차 안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만큼 오디오 성능을 훌륭하게 구현했다. 이에 더해 눈여겨볼 부분은 프라이버시 기능이다. 총 12개의 스피커 중 운전석 헤드레스트의 2개 스피커로만 음성을 송출하는 기능을 갖췄다. 내비게이션과 통화, 음악 사운드를 운전자에게만 들리도록 설정할 수 있다. 자동차가 이동 수단을 넘어 생활 공간에 가까워질 때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폴스타4에 적용한 프라이버시 기능이나 감각적인 장치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55호(2024.09)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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