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음료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슈퍼말차가 지난 8월 리브랜딩을 발표했다. 전체적인 톤앤매너는 유지하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세부적으로 조정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더 큰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 슈퍼말차 리브랜딩 프로젝트
차 음료 전문 기업 힛더티가 2018년 론칭한 브랜드 ‘슈퍼말차’는 말차의 대중화를 시도하며 식음료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채도 높은 브랜드 컬러와 볼드한 워드마크, 감각적인 패키지 디자인은 말차를 ‘힙’한 음료로 각인시켰다. 젊고 세련된 이미지로 어필하던 슈퍼말차가 지난 8월 리브랜딩을 발표했다.
슈퍼말차의 새로운 키 메시지를 표현한 화보들.
이번 프로젝트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다지기 위한 숨 고르기에 가깝다. 글로벌 확장 과정에서 거쳐야 할 관문이었다. 디자인 카피 사례가 늘면서 브랜드 자산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슈퍼말차는 워크숍을 통해 고객, B2B 파트너, 직원들이 생각하는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모으며 브랜드 자산을 명문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인 새로운 키 메시지는 ‘Green Energy in a Pocket’. 지금까지 말차의 존재 자체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건강한 에너지를 강조해 슈퍼말차의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워드마크 리뉴얼 결과물.워드마크 리뉴얼 과정을 그린 스케치.
디자인 리뉴얼에 참여한 워크룸은 느슨하고 서정적인 인상의 워드마크를 개선해 정확하고 신뢰감 있는 인상을 표현했다. BI 디자인이 디테일한 변화였다면, 패키지 디자인은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스틱형이었던 말차 패키지를 라면 스프 등 가공 식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각 형태로 교체한 것. 고객에게 더욱 친숙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이다. 리브랜딩을 마친 슈퍼말차는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프레젠테이션 팝업을 운영하기도 했다. 모스그래픽이 팝업 기념 굿즈를, 포스트스탠다즈가 설치물 디자인을 맡아 새로운 시작을 축하했다. 슈퍼말차는 올해 하반기 말레이시아 매장 오픈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다.
지난 8월 8일부터 10일까지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진행한 프레젠테이션 팝업.
성혜진 힛더티 공동 대표·슈퍼말차 CBO
“섬세하게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완성도를 높였다.”
얼핏 봤을 때 리브랜딩 결과물이 기존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처음부터 의도한 부분이다. 슈퍼말차를 상징하는 시그너처 그린 컬러와 모던한 타이포그래피의 톤앤무드를 유지해 오히려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도록 하는 데 신경 썼다. 대신 섬세하게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완성도를 높였다. 워크룸도 리브랜딩의 방향성에 공감해 워드마크에 사용하던 서체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디자인을 진행했다.
패키지 디자인을 사각형으로 바꾸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들었다.
입자가 작고 흐름성이 매우 높은 말차 가루를 라면 스프처럼 입구가 넓은 패키지에 담으려면, 생산 기계와 공정 전체를 원물의 특성에 맞게 바꿔야 한다. 그래서 사이즈부터 포장지 재질, 단상자 지기구조까지, 바꾸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어려운 과정이 많았지만 슈퍼말차의 브랜드 메시지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진행했다. 패키지 겉면은 제품의 성분과 원료에 대한 명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클린 라벨 디자인을 원칙으로, 영양소 표시와 레시피 등의 정보를 직관적이고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리브랜딩 후 출시한 신제품 슈퍼말차 퓨어 & 스윗.
리브랜딩 후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프레젠테이션 팝업을 열었다.
리브랜딩을 도와준 파트너사와 고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 기획하게 됐다. 협력한 파트너사들을 소개하며 그동안의 작업 과정을 공개하는 전시로 진행했다. 특히 브랜드 리뉴얼을 기념해 모스그래픽과 굿즈 시리즈 5종을 제작했다. 슈퍼말차의 그래픽 시스템은 유지하면서도 모스그래픽만의 크리에이티브를 더해 다채로운 색 조합을 선보였다.
이번에 리브랜딩을 진행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슈퍼말차처럼 브랜드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 잡은 경우, 리브랜딩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고객과 파트너사, 직원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설득시킬 만큼 충분히 논리적인지, 리브랜딩을 할 만큼 당위성이 있는지 등을 냉철히 자문하게 되었다. 덕분에 브랜드의 본질을 더욱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모스그래픽과 협업한 팝업 기념 굿즈.포스트스탠다즈와 협업한 팝업 설치물.
총괄 기획 및 브랜딩힛더티(대표 성혜진·황성호) 아이덴티티 디자인워크룸(대표 김형진·박활성·이경수) 굿즈 그래픽 디자인모스그래픽(대표 석윤이) 팝업 설치물 디자인포스트스탠다즈(대표 김민수) 참여 디자이너 성혜진·권오민(힛더티), 김형진·유현선(워크룸), 석윤이·정아영(모스그래픽) 발표 시기 2024년 8월
18세기 파리에서 ‘살롱’은 단순한 사교의 장을 넘어 지성의 각성과 문화적 혁신을 촉발시키는 중요한 무대였다. 볼테르와 디드로 같은 사상가들이 모여 문학, 예술, 철학을 논하던 살롱이라 불리웠던 곳은 학문과 예술, 사회적 담론이 교차하는 지적 에너지가 가득했었다. 오늘날 중국 상하이 기반의 패션 브랜드 케이간(KEIGAN)은 바로 이 역사적 ‘살롱’ 정신에서 영감을 받아 패션을 하나의 문화적 매개체로 확장하는 새로운 실험을 선보였다.
핀란드 가구 브랜드 아르텍(Artek)이 창립 90주년을 맞아 한국 첫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10월 11일부터 26일까지 자하문로의 막집과 스튜디오 오유경에서 열리는 이번 팝업은 루밍(Rooming)과 협업으로 마련되었으며, 아르텍의 클래식 가구와 무민·마리메꼬 협업 컬렉션, ‘스툴 60’ 워크숍 등으로 핀란드 디자인의 철학과 미학을 체험할 수 있다.
세계 최대 피자 브랜드 도미노 피자(Domino’s)가 14년 만에 전 세계적인 리브랜딩을 진행했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브랜드 자체를 ‘피자만큼이나 맛있게(craveable)’ 느껴지게 만드는 것. 도미노는 고유한 정체성을 이루는 색상, 서체, 패키지, 사운드 등 브랜드의 모든 요소를 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재정비하며 한층 현대적인 인상으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