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영] 디자이너 정아영
디자인플러스는 올해 11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하 SDF)에 참가하는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릴레이 인터뷰 프로젝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 디자이너'를 진행한다.
22년간 950여 명이 신진 디자이너들을 배출한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은 명실상부 디자이너의 등용문이다. 디자인플러스는 내일의 주인공이 될 이들을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다. 스물일곱 번째 주자로 2024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인 박진희가 묻고 정아영이 답했다.
박진희(이하 박): 아영 님의 포트폴리오에서 처음 본 작업이 Morning Glory Candle Stick(2019년)입니다. 그다음 작업은 Black Rose Lamp(2022년)이고요. 물론 핵심 주제는 꽃이지만 촛대에서 조명으로 넘어가는 과정 또한 흥미롭습니다. 빛에 대한 아영 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정아영(이하 정): 말씀하신 것처럼 제 작업의 일관된 주제는 꽃이지만, 빛에 대한 탐구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어요. 빛 또한 자연의 한 부분으로 생명력이라는 키워드와 연관된다는 점에서 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나팔꽃을 닮은 촛대 작업을 시작으로 이후 여러 작업을 진행하면서 빛을 통해 공간의 감성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변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래서 제게 빛은 어둠을 밝히는 기능만 있을 뿐 아니라 자연의 감각을 공간에 투영하는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박: 앞서 말한 두 작업에서 이번 SDF에서 선보이는 ‘Structural Flower‘로 넘어가는 과정을 전 송이에서 다발로 변화하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그런데 작품 설명을 읽어 보니 극소곡면과 꽃차례를 모티브로 했더군요. 아영 님에게 하나의 줄기나 꽃대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합니다.
정: 이전 작업의 모티브가 단생화였던 반면 Structural Flower는 가지마다 꽃잎이 달린 복화서(inflorescence)의 구조가 모티브라 아무래도 더 풍성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자연에서 줄기는 뿌리와 연결된 필수 영양기관이지만 꽃잎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존재가 두드러지지 않는데요, 줄기가 생명력과 가장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기관이라는 점을 반영해서 조명, 즉 빛과 연결 지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박: ‘Flower Bed Series’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꽃밭으로 확장된 모습입니다. 하나의 꽃에서 여러 개의 꽃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면서 작업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줄기가 사라진 것 같은데, 이 변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정: Flower Bed Series는 현재 프로토타입 작업 진행 중으로 보신 이미지가 최종 디자인과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질문처럼 꽃차례를 구조로 삼은’ Structural Flower’와는 다르게 다음 작업에서는 줄기라는 물리적 요소를 제거했습니다. 꽃을 단위 형태로 분해해서 보았을 때는 각 구성요소가 분명한 형태로 보이지만 꽃들이 만발한 전경을 보았을 땐 점묘화처럼 객체가 겹쳐서 꽃의 색상과 밝은 이미지 같은 잔상이 남는데요, 이런 관념적 의미에서의 꽃밭을 큰 단위의 가구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줄기가 사라진 것은 이러한 흐름을 표현하려는 의도였어요. 꽃밭 속의 꽃들이 어우러져서 새로운 형태의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슈즈렉이나 밑판을 변형할 수 있는 커피 테이블로 나타낼 예정입니다. 고정된 형식에서 확장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Flower Bed Series’가 긍정적인 변곡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작업 중이에요.
박: 지금까지 천착했던 조명에서 벗어나 리빙 프로덕트로 확장해 나가는 모습이군요.
정: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펜던트 조명, 커피 테이블과 슈즈렉으로 이루어진 세트 디자인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이닝 룸과 연결된 거실에 각 디자인을 배치해서 통일감 있는 구성을 연출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죠. 또 요즘은 가구의 크기나 구성이 다양화되었기 때문에 그에 호응할 수 있는 가변성 있는 리빙 제품을 생각하고 있어요. 식기 같은 테이블웨어나 인테리어용 오브제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박: 마지막으로 브랜드 ‘A YOUNG JEONG’의 비전과 미션이 궁금합니다.
정: 앞으로도 자연과 인간, 공간을 잇는 디자인을 지속하고 싶어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리빙 제품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의 감각을 더하는 것을 목표로 오랫동안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박진희
동양과 서양, 예술과 기능을 아우르는 핸드백 브랜드 ‘잔바흐’를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