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카푸치노
반려견 손님도 환영하는 부티크 호텔
반려견을 손님으로 맞이하는 부티크 호텔, 카푸치노는 반려견 전용 호텔이 아니다. 다만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궁극적인 가치를 공유하려는 의도를 호텔 곳곳에 심어놨을 뿐이다.
반려견 동반 호텔로 잘 알려진 논현동의 호텔 카푸치노. 하지만 사실 이 호텔이 처음부터 일관적으로 추구해온 건 ‘가치 있고 합리적인 여행’이다. 도심형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한 이곳은 특히 젊은 층의 감각에 맞춘 트렌디한 인테리어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자고 나가는 것만으로도 착한 천사가 될 수 있다’라는 콘셉트로 모든 디자인을 구상한 것이 특징이다.
코오롱 글로벌이 운영하는 호텔 카푸치노는 일본에 본사를 둔 건축 사무소 UDS에서 건축과 객실 디자인을 맡았으며, 국내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인 키데아 파트너스Kidea Partners에서 아트 디렉팅과 공간 디자인을 맡았다. 반려동물과 숙박할 수 있는 바크 룸bark room은 전체 18층 중 3층 5개 객실이고, 10kg 미만의 중·소형견에 한해 한 방에 최대 2마리까지 입실할 수 있다. 반려견을 위한 공간은 일반 객실과는 어떻게 다를까? 룸 사이즈는 일반 객실과 같지만 바크 룸에는 친환경 자작나무로 특별 제작한 캐노피 스타일의 반려견 침대를 비롯해 잠옷, 장난감, 파우치 등 반려견을 위한 어메니티가 제공된다. 욕실에는 노령견이나 관절이 약한 반려견을 위한 히노키탕이 구비되어 홈 스파 놀이도 할 수 있다. 객실에서 반려견을 위한 룸서비스 메뉴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1층 카페테라스 또한 반려견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카페테라스는 호텔 투숙객이 아니라도 누구나 반려견을 데려와 이용할 수 있고 반려견과 반려인의 전용 테라스 또한 목 좋은 곳에 마련되어 있다. 구석진 자리에서 눈칫밥 먹을 걱정은 접어두어도 된다는 이야기!
견주들은 종종 강아지의 수제 간식이나 케이크를 주문해 생일 파티 장소로 이곳을 찾기도 한다. 반려견을 위한 메뉴로는 토마토 북어 고구마 스튜, 브로컬리 토마토 닭가슴살 파스타, 말린 토마토 닭가슴살 등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모든 메뉴는 염분을 사용하지 않으며, 자연 재료를 최대한 활용한다고. 반려인과 반려견을 위해 많은 배려를 하고 있지만, 호텔 카푸치노가 펫 전용 호텔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을 싫어하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다른 투숙객을 배려한 이용 규칙의 철저한 준수 또한 강조하고 있다. 반려견 동반 손님의 동선을 분리하고 반려견은 반드시 캐리어나 유모차에 태워 이동하도록 안내하는 이유다. 또한 반려견 동반 투숙객은 전용 층과 전용 객실을 사용하고 별도의 딥클리닝으로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
호텔의 바크 룸과 카페, 룸서비스에서 생긴 수익금 중 일부는 동물 보호 단체 카라KARA를 통해 유기견 구조와 보호 활동에 쓰인다. 호텔 카푸치노의 독특한 아이덴티티인 나눔 정신은 결과적으로 반려인, 비반려인 관계없이 모든 투숙객을 통해 완성된다. 함께 투숙한 반려견도 이 나눔에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호텔 카푸치노의 한 수는 수익금의 일정 부분을 기부하는 방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투숙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궁극적인 공유 가치를 넌지시 소통한다는 데 있다.
Interview
나카하라 노리토 UDS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견주와 반려견 모두가 편안할 수 있는 공간과 세심한 어메니티, 서비스 경험이 어우러지도록 했다.”
UDS는 일본 도쿄의 클라스카Claska, 칸라 호텔Kanra Hotel, 호텔 안터룸Hotel Anteroom, 온 더 마크스On the Marks 등 다양한 부티크 호텔을 디자인했다. 호텔 카푸치노를 만들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호텔 카푸치노는 공유 가치 창출을 지향하는 호텔이다. 고객이 의도하지 않아도 투숙하면서 자연스럽게 기부나 가치 창출에 참여할 수 있는 요소가 객실, 로비, 카페, 휴게실, 테라스 등 호텔 곳곳에 스며들게 했다. 시설 면에서 일본 호텔과 비교하자면, 2014년 작업 당시 한국에는 비즈니스 호텔 유형의 숙박 시설이 드물었다. 미팅 룸, 회의실, 라운지 등과 같이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두어 비즈니스 기능을 충족시키고자 했다.
전체적으로 공간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데에서 주안점을 둔 것은 무엇이고,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모든 객실에 특별 제작한 2m × 2m의 슈퍼 사이즈 킹 침대를 두어 궁극의 아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지형적으로 언덕이 많은 강남 지역이기에 호텔 카푸치노 부지도 건물 면마다 경사 차이가 났다. 호텔 전면 입구에 차량이 드나드는 일반 구조와 달리 주차 동선을 뒤로 빼서 길을 지나가다 편하게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게 했다. 외관 장식은 전체 건물 부피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단순하게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호텔 카푸치노만의 독특한 패턴 디자인으로 각인되게 했다.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객실 바크 룸을 갖춰 반려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이 부분에서 특별히 신경을 쓴 점이 있다면?
펫 전용 호텔은 아니므로 일반 투숙객과 반려견 동반 투숙객 양쪽의 불편을 줄이고 긍정적인 경험을 최대화할 수 있는 설계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 모든 객실을 현대적이고 단순하게 기획했고, 바크 룸은 사람 침대를 비롯해 강아지 침대와 계단 등도 모두 동선을 고려해 주문 제작했다. 명확한 이용 규칙과 더불어 견주와 반려견 모두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 설계와 세심한 어메니티, 서비스 경험이 어우러지도록 했다. 직원들 역시 반려견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추고 있는 점도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