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영] 호네스
디자인플러스는 올해 11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하 SDF)에 참가하는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릴레이 인터뷰 프로젝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 디자이너'를 진행한다.
22년간 950여 명이 신진 디자이너들을 배출한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은 명실상부 디자이너의 등용문이다. 디자인플러스는 내일의 주인공이 될 이들을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다. 서른여덟 번째 주자로 2024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인 해피볼트에디션이 묻고 호네스가 답했다.
해피볼트에디션(이하 해): 호네스가 디렉팅한 보나키아의 조명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호네스(이하 호): 보나키아는 대중 타깃의 브랜드로, 너무 튀거나 비싸지 않은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다 보니 사용 가능한 제조 방식이나 형태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조명들이 비슷하게 생긴 이유도 이와 같은 제약 때문입니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조명의 형태와 기능 모든 면에서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죠. 결국 이러한 한정된 제조 방식 속에서 어떤 디테일을 찾아내느냐가 중요합니다. 보나키아의 조명은 형태가 독특하지 않지만, 익숙함 속에서 특별함을 찾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제작 공법과 소재를 분석하고 연구하여 빛을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면 형태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예를 들어, ‘키아(KEEA)’ 조명은 통 아크릴에서 빛이 나오는 디자인으로, 투명 아크릴이 빛을 통과시키고, 샌딩 처리된 부분에 빛이 맺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램프를 숨기기 위해 몸통이 필요했고, 샌딩 처리된 아크릴을 보호하기 위해 갓이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활용해 조명을 디자인하면서, 가장 합리적이고 조형적으로 뛰어난 형태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재의 형태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해: 호네스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요? 특히 조명 디자인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호: 아직 디자인 철학이 정립된 단계는 아닙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하고 시도하며 호네스의 독자적 철학을 찾아가고 있죠. 다만 성향상 지나치게 실험적인 디자인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대부분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아 디자인하기 때문에 의뢰인의 여러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디자인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투입할 수 있는 비용이 100만 원인데 1000만 원짜리 디자인을 제안할 수는 없죠.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라도 구현 가능성이 없다면 그저 그림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보나키아의 경우도 여러 현실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디자인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이 호네스의 DNA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해: 다양한 소재 활용과 신선한 마감 방식이 눈에 띄네요. 이러한 소재와 마감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양산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는지도 궁금합니다.
호: 다양한 소재와 신선한 마감 방식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호네스를 만들기 전 근무했던 최중호 스튜디오의 영향이 컸습니다. 대학교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인연으로 오랜 시간 함께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했습니다. 가구, 조명, 제품, 인테리어 등 여러 분야에서 경험이 자연스럽게 소재와 공법에 대한 지식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제조 관련 팔로업을 담당하면서 제조업체 사장님들과 나눈 대화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어려움도 없진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컬러 유리의 경우 유리 자체에 색을 넣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페인트를 사용해 색을 입혀야 했습니다. 원하는 반투명 느낌을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도장 퀄리티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페인트가 벗겨지는 문제로 인해 컬러 유리를 단종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업체를 끈질기게 찾아서 결국 1년 만에 다시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해결책이 많은 경험과 배움을 안겨주었습니다.
해: 여러 제조 기업과 활발히 협업을 이어가는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호: 제조 기업과의 협업은 다양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보나키아의 경우, 을지로라이트웨이라는 조명 페어에서 팀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당시 을지로에서 조명을 유통하는 파로라이팅으로 참가하고 있었는데, 조명을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단발성으로 끝내지 않고 브랜드를 만들어 운영해 보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마침, 그쪽 대표님도 자체 브랜드를 고민하고 있던 터라 만남이 계속될 수 있었습니다.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솔직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떤 브랜드를 만들기를 원하는지, 어디까지 시도해 볼 수 있는지 가감 없이 생각을 공유해야 위기에 봉착했을 때 함께 이겨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처음부터 잘되는 경우도 있지만,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빛을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시간이 올 때까지 서로 의지하고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 앞으로 호네스가 지향하는 방향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호: 다양한 리빙 관련 기업들과 협업하는 것입니다. 의자, 식탁, 소파, 조명 등 수많은 리빙 제품이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사용되고 있지만, 상당수 해외 유명 디자인을 단순히 카피하거나 흉내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디자인이 있다면 한국의 제조 기술로도 충분히 세계에 통하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현재 함께하고 있는 기업들과 꾸준한 협업을 통해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는 리빙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시도가 활성화되어 많은 기업이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해피볼트에디션
긍정의 에너지를 금속 오브제와 가구에 담아 전달하는 브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