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 신형 서울 지하철 노선도를 기획한 사람들은?

공공 디자인의 넥스트 스텝, 서울시 공공디자인진흥팀

공공 디자인은 도시 인프라를 구성한다. 평소에는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시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서울시의 공공 디자인을 책임지는 서울시 소속의 공공디자인진흥팀을 만났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 신형 서울 지하철 노선도를 기획한 사람들은?

서울을 이루는 다양한 디자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뼈대라고 할 만한 것이 바로 공공 디자인이다. 마치 공기처럼 익숙하기에 평상시에는 그 존재를 인식하기 어렵지만, 서울의 공공 디자인은 조금씩 수준이 향상되면서 삶의 질을 높여왔다. 위기 상황에서 생명을 구하는 표지판과 시설물, 공원과 광장에서 편히 쉴 수 있는 벤치, 매끄럽게 노선 정보를 제공하는 지하철 노선도가 서울 시민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 이에 기능과 편의성은 물론 심미성과 지속 가능성까지 고려하며 공공 디자인의 미래를 준비하는 서울시 공공디자인진흥팀을 만났다.

(왼쪽부터) 공공디자인진흥팀 박성아 주무관, 서성호 주무관, 권은선 팀장, 최여진 주무관, 윤은식 주무관.

서울시 산하에는 디자인 관련 부서가 여럿 있다. 공공디자인진흥팀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서울의 공공 영역에 존재하는 시설물에 필요한 디자인을 전부 담당한다. 참고로 ‘공공 영역’이란 도시 안에서 개별 건물을 제외한 외부 공간 전체를 의미한다. 공공 영역에 비치된 시설물의 디자인을 관리하고 개선하는 일이 우리 팀의 일이다.

디자인 프로젝트는 어떤 절차를 거쳐 진행되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되면, 디자인 실무에 들어가기 전에 사전 조사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현황 분석과 관계자 인터뷰도 수행한다. 우리가 원하는 디자인의 방향성과 시민들의 요구 사항이 다를 수 있으니, 초기 단계에서 이 둘을 최대한 일치시킨다. 이후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고 시범 적용을 거친 뒤 사후 평가를 실시한다. 문제점과 보완점을 확인한 뒤 이를 디자인에 반영해 완성되는 최종본이 표준형 디자인이 된다. 서울시의 모든 구에 본격적으로 적용하는데, 이때 시민들 반응이 특히 좋은
디자인은 추후에 전국 단위로 적용하기도 한다.

디자인 프로젝트의 파급력과 영향력이 대단히 크다는 점이 공공 디자인의 특징인 것 같다.

그렇다. 상업적인 디자인은 클라이언트와 관련 업계에만 영향을 미치지만, 공공 디자인은 서울의 공공 영역 전체에 변화를 주기 때문에 영향력이 굉장히 크다. 그리고 한번 적용되면 10년 정도 지속된다. 요즘 디자인 프로젝트의 지속성에 관한 논의가 많은데, 공공 디자인만큼 오래 지속되는 디자인은 보기 드물다. 그래서 일하면서 보람도 크다.

BKID와 협업해 제작한 의자 ‘폼 & 폼’.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인 EPP를 적극 활용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 있다면?

과거의 공공 디자인이 기능과 편의 중심으로 기획되었다면, 이제는 기능과 편의는 당연할뿐더러 미적인 완성도 역시 중요해졌다. 그런 의미에서 2021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펀 디자인 사업’이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설물에 감각적인 재미를 더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프로젝트다. 과거에 비해 서울 시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된 만큼 공공 디자인도 한층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지난 수십 년간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기에, 시설물 디자인도 시민들의 행동을 새로운 방식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달라져야 했다.

디자인으로 시민들의 행동을 유도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가 있나?

2021년에 공개한 ‘구름막’은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하던 와중에 한강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감염 걱정 없이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한 그늘막이다. 당시 각 구름막 사이 간격을 3~3.5m 정도로 설정해, 방문객들이 구름막 아래에서 쉬면서 자연스럽게 거리 두기가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해 공개한 ‘소울 드롭스 벤치’는 기존의 한강공원 벤치는 무조건 90도로 앉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공원에 휴식을 취하러 왔다면 더 편한 자세로 앉거나 눕고 싶기도 할 텐데 말이다. 그래서 물방울 모양을 모티브로 다섯 가지 모듈로 구성해 어떤 자세로도 편하게 앉거나 누울 수 있도록 했다. 이런 프로젝트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경험이 서울과 한국에 대한 호감으로 발전해 결과적으로 도시 브랜딩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초고성능 콘크리트로 제작한 ‘소울 드롭스 벤치’. 지난해 iF 디자인 어워드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했다.
안전 디자인도 특정 행동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펀 디자인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그렇다. 시민들이 잘 모르지만 매우 중요한 분야다. 공공디자인진흥팀은 안전 디자인 영역에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는데, 각종 경고 사인에 들어가는 컬러의 색상 코드를 규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적록색약인 시민들도 컬러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별도의 색상 코드를 새롭게 지정하기도 했다. 또 공사 현장의 시설물에 적용할 디자인 체계를 정립한 것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픽토그램과 컬러, 텍스트에 사용하는 서체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 세세히 정리했다. 이처럼 공공시설물의 시각 디자인은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은 영역이다.

평소 존재감을 느끼기 어려웠던 공공 디자인이 가시화된 데는 펀 디자인 사업과 더불어 팬데믹 기간에 공개한 감염 예방 디자인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동의한다. 지금 당장 코로나 19 감염을 피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앞으로 ‘위드 코로나 시대’를 살아야 했기에 감염 위험을 전달하는 디자인이 지나치게 위협적이어서 해당 공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각인시켜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물론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도 지양해야 했고. 그래서 컬러 선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시선을 사로잡지만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 ‘그린 옐로’로 낙점했다. 이후 지하철을 비롯한 모든 공공 공간에 그린 옐로를 배경색으로 적용한 시각 정보물을 배포했다.

서울 안전 디자인을 적용한 시설물.
2021년에 공개한 서울 감염 예방 디자인.
지난해에는 40여년 만에 지하철 노선도 디자인을 개편해 큰 화제를 모았다.

서울의 지하철은 1980년대에 4개 노선으로 시작한 이래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오늘날에는 굉장히 복잡해졌다. 디자인적으로 명료하게 보일 수 있도록 대대적인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정보의 위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8선형 디자인을 기반으로 향후 5년간 노선이 추가될 가능성까지 고려해 디자인했다. 또한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환승역은 기존의 태극 문양에서 환승 가능한 노선의 컬러를 표시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자신의 목적지와 관련된 노선만 확인하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은 전체 노선도를 자세하게 살펴본다. 그렇기에 서울의 브랜드 이미지를 해외에 알린다는 생각으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많이 쓴 프로젝트였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세계 교통 도식화 지도의 표준. 수평, 수직, 45도 등의 대각선만 사용해 사용자의 정확한 정보 인식을 돕는다.

공공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필연적으로 디자인 전문 회사와 협업해야 한다. 그런데 디자인 전문 회사는 복잡한 절차와 서류 작업을 애로 사항으로 꼽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실 외부 디자이너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그럴 때마다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공공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의 형식은 대부분 변함이 없으니, 한 번만 제대로 준비해놓으면 그다음부터는 상황에 따라 조금만 변형하면 된다고 말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공공기관과의 작업은 영향력이 대단히 크다는 점을 어필해 협업을 제안하기도 한다.

샘파트너스와 협업한 새로운 서울 지하철 노선도 디자인.
달라진 지하철 노선도 디자인을 활용한 각종 굿즈.
공공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에서 디자인 전문 회사가 갖추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크리에이티브와 시설의 유지·관리, 안전성을 모두 고려하는 것. 팝업 스토어는 화려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지만 빠른 시일 내에 사라진다. 반면 공공시설물의 디자인은 아무리 짧아도 기본 1년, 최대 10년까지 유지된다. 그러니 디자인 과정에서 창의성은 기본이고, 유지·보수와 안전까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공공디자인진흥팀의 향후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앞으로 지속 가능한 소재의 활용이 중요해질 테니 우리 팀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지금 당장 적용하기에는 비용이 다소 높지만 한번 구입하면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소재가 많다.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지속 가능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더 활발히 진행하고자 한다. 그리고 앞으로 도시 곳곳에 첨단 기술이
도입됨에 따라 그에 발맞춘 시설물 디자인 개발이 필요하다. 일례로 지하철역 캐노피 측면을 정보를 제공하는 미디어 월로 바꾸는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곧 투명 디스플레이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사인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 외에도 아직 디자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공공시설이 적지 않아서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 그래서 디자인계에서도 서울의 공공 디자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올해의 서울색 ‘스카이코랄’과 이를 적용한 상품 예시 이미지.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57호(2024. 11)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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