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확장하는 스튜디오, 디자인 모멘텀

디자인은 단순히 특정 결과물을 도출하는 일이 아니다. 브랜드의 방향성과 지향점을 제시하는 모든 과정을 포괄한다. 이런 맥락에서 디자인 모멘텀은 합리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최적화된 브랜딩 회사다.

취향을 확장하는 스튜디오, 디자인 모멘텀

집중과 효율을 추구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디자인 스튜디오의 업무 수행 방식은 언뜻 보기에 전부 비슷한 듯하지만 그 안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디자이너의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다. 디자인 모멘텀은 집중과 효율을 추구하는 브랜드 디자인 회사다. 클라이언트와 클라이언트의 고객이 원하는 바를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한다. 이 과정이 어긋나지 않는다면 디자인을 도출하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해진다. 디자인 모멘텀의 차별점은 자유로움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것. ‘디자이너는 디자인에 잠식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게 황지아 대표의 지론이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 디자이너의 순애보를 기대하며 초과 근무를 당연시하지만 사실 업무량보다 중요한 것은 디자이너의 삶이다. 디자이너가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과 충만이 결과물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디자인 모멘텀은 디자이너들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타깃층을 관찰하고 연구하며 브랜드를 탐구한다.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발 빠르게 캐치할 수 있는 비결이다. 다시 말해 디자인 모멘텀이 일하는 과정은 디자이너들이 앞으로 좋아할 만한 것을 찾아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물론 구성원의 기호나 취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의 전략과 콘셉트, 그리고 이를 꾸준히 밀고 나가는 힘이다. 디자인의 다양성과 확장성으로 인해 자칫 샛길로 샐 수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킥오프 단계로 다시 돌아와 리마인드한다. “답은 늘 문제에 있다”라고 말하는 황지아 대표를 만났다. designmomentum.org


디자인 모멘텀이 디자인한 제품들

휘티 부스터
지구온난화로 자외선 노출이 증가했으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니즈 역시 늘어나는 오늘날 피부에 바르는 자외선 차단제와 차별화한 선케어 브랜드다. 특허 성분을 배합한 앰풀과 섭취하기 쉬운 젤리로 구성되었다. BI에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은 먹는 선케어 제품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젊은 타깃층에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 건강하고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비비드한 컬러와 개성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황지아
참여 디자이너 박수진, 이수진
사진 언리얼 스튜디오
발표 시기 2023년 8월

프롬진 유전자 DTC 검사 키트
프롬진은 유전자 검사로 고객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롯데헬스케어의 유전자 DTC 검사 브랜드다. MBTI의 지속적인 유행에서 볼 수 있듯 자신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MZ세대의 관심사를 반영했다. 프롬진 유전자 DTC 검사 키트의 패키지는 DNA 염기 서열에서 영감을 얻은 그래픽을 활용한 것. 유전자 검사에 대한 딱딱한 인식을 상쇄하며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키트와 함께 제공하는 3개의 리플릿을 컬러와 넘버링으로 구분해 유전자 검사에 필요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황지아
참여 디자이너 오은별, 이수진, 고경일
사진 언리얼 스튜디오

에이지투웨니스 스텔라 에디션
‘밤하늘의 별자리, 그 속에서 빛나는 나’라는 콘셉트가 돋보이는 시그너처 팩트의 중국 광군제 기획 상품이다. 별자리와 행성을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다채롭게 표현해 사람의 피부를 밝히는 특별한 선물처럼 느끼도록 했다. 별자리 스티커를 팩트에 달린 고리에 부착하는 커스터마이징 굿즈를 함께 개발해 특별함을 더했다. 에이지투웨니스 스텔라 에디션AGE’20 Stella Edition은 2023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위너로 선정되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황지아
참여 디자이너 이수진, 정다현, 박수진
사진 언리얼 스튜디오
발표 시기 2022년

올리브 키트
매달 한정으로 받아볼 수 있는 올리브영의 정기 프로모션 상품으로, 주요 인기 브랜드의 대표 제품을 큐레이팅해 뷰티 & 헬스 트렌드를 소비자들이 가장 빠르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한 패키지다. 또 카톤박스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사용 가능한 패키지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매달 슬리브를 제작해 소비자가 늘 새로움을 체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젊고 에너제틱한 무드를 강조하는 볼드한 형태가 돋보인다.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서 소장 욕구를 높이고자 각 달의 특징을 패턴 디자인으로 표현했다. 2023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위너로 선정되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황지아
참여 디자이너 박수진, 이수진
사진 언리얼 스튜디오
발표 시기 2021년 12월

도피도넛
베지테리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비건 도넛 브랜드 도피도넛을 새롭게 브랜딩했다. 네이밍부터 BI, 패키지 등의 비주얼 작업과 브랜드 전략 수립에 참여했다. ‘도피’는 활기차고 건강한 매력을 떠올릴 수 있는 단어 ‘dope(멋진, 끝내주는)’의 어미에 ‘ey’를 더해 ‘그 자체로 멋진 도넛’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쉬운 발음을 염두에 둔 네이밍이기도 하다. 주 고객층은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누리고자 하는 20대 여성. ‘펑키한, 건강한, 맛있는’이라는 콘셉트를 도출해 로고타이프와 그래픽 모티브, 박스 패키지 등 통합 디자인을 선보였다. 브랜드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로고타이프의 유기적 패턴은 도넛의 크리미한 토핑과 와일드한 애니멀 패턴에서 착안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황지아
참여 디자이너 이수진, 박수진, 정다현
사진 언리얼 스튜디오
발표 시기 2022년 8월


스토리구성과 사랑스러움으로 승부하다

황지아 디자인 모멘텀 대표.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파슨스에서 공부한 뒤 도일 파트너스에서 4년간 일했다. 뉴욕에서 영향력 있는 디렉터로 손꼽히는 스티븐 도일이 소규모 스튜디오를 지향했듯 디자인 모멘텀 역시 자유로움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아틀리에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유니크한 그래픽을 추구한다. 디자인 모멘텀은 황지아 대표와 3명의 디자이너가 함께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현재는 독립한 전직 멤버들이 프로젝트에 따라 참여하기도 한다.

디자인 모멘텀 대표
황지아

“디자인 모멘텀의 주력 분야는 감도 높은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의 나열이다. 시대적 맥락을 누구보다 빨리 파악하며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안내한다.”

디자인 모멘텀의 네이밍에 담긴 의미가 궁금하다.
모멘텀은 탄력이나 가속도, 즉 움직이는 힘을 뜻한다. 내 취미는 세일링이다. 전기모터로 이동하는 방식이 아닌 돛을 움직여 요트를 타는 것인데 디자인과 세일링의 프로세스가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디테일을 요하는 작업이지만 섬세함뿐 아니라 과감함이 있어야 한다. 또 판단력과 순발력이 탁월해야 한다. 무엇보다 디자이너라면 용감해야 한다. 나는 이러한 힘을 모멘텀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디자인 스튜디오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스토리 구성 능력과 사랑스러움이다. 소비자들의 관심사와 삶의 태도에 공감하고 그 생각의 흐름을 디자인에 담고자 한다. 사랑스러운 디자인이라는 것은 미학적인 아름다움은 물론 창작자, 소비자, 판매자가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디자인 모멘텀의 차별점은 자유로움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디렉터로서 개입하는 부분이 분명 있지만, 프로젝트를 맡은 디자이너의 의도가 최종 결과물까지 이어지도록 최대한 돕는다. 책의 첫 문장이 인상적일지라도 결국 전체 구성을 보며 작가의 개성을 느끼듯 소비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할지 명확하게 설정하고 그것을 잃지 않아야 한다.

웹사이트를 보면 ‘위트를 가미한 트렌디한 스타일’에 주력하는 스튜디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자인 모멘텀이 정의하는 위트란?
사람들을 ‘피식’ 웃게 만드는 그런 요소다. 일상적 귀여움일 수도 있고, 비일상적 상황에서 비롯된 의외의 순간일 수도 있는데 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디자인을 지향한다. 첫인상은 따뜻하고 사랑스럽지만 그 콘텐츠를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놀라움을 발견한다면 디자인 모멘텀의 개성을 잘 담은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코스메틱 상품을 브랜딩했다. 10여 년간 뷰티 브랜드와 일하며 체감한 변화가 있나?
처음 스튜디오를 시작했을 무렵엔 주말마다 명동을 돌아다녔다. 모든 뷰티 브랜드가 로드숍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트렌드는 계속해서 변화했다. 한때는 기능적 뷰티가 대세였고 이후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며 브랜드의 고급화를 도모하는 회사가 많아졌다. 최근에는 화장품 기업이 아닌 제조사에서 브랜드를 개발하고 출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무엇보다 이너 뷰티가 강세다. 한 고객사와 미팅을 하며 들은 얘기 중 ‘헬스케어 제품처럼 보이지 않으면 좋겠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았다. 시간 되면 챙겨 먹어야 하는 약이 아닌, 화장대에 올려놓고 매일 아침 바르는 제품처럼 일상적으로 느껴지기를 바랐던 것이다. 최대한 그 니즈에 맞춰 식탁은 물론 화장대나 선반 어디에 올려놓아도 잘 어울리는 패키지로 디자인한 기억이 난다. 과거에는 패키지 자체가 매대에서 광고 역할을 했기에 디자인이 마케팅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에서 모든 상세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나. 그래서인지 패키지의 아름다운 디자인과 정보 전달 기능이 이원화된 것 같다. 많은 사람이 꼭 필요한 요소만 담은 심플한 디자인을 원하는 것도 이런 맥락 아닐까.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는 무엇인가?
스튜디오 구성원 대부분이 뷰티나 패션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디자인 모멘텀이 주력하는 분야는 특정 산업군이 아닌 2040세대가 원하는 모든 것의 나열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F&B 분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디자인 모멘텀의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크지 않은 편인데 2040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분야이기에 선뜻 참여할 수 있었다. 현재는 F&B 상품의 디자인을 맡았으나 향후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디자인 과정에서 제일 즐거움을 주는 건 사람들의 관심사를 누구보다 빨리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생각을 좇기보다는 소비자에게 지향점을 먼저 제시하고 디자인 상품으로 선보이는 것, 그래서 소비자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안내해주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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