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 소장품을 결정하는 방법은?

스테델릭 뮤지엄(Stedelijk Museum)의 소장품 제안 전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자리한 스테델릭 뮤지엄(Stedelijk Museum)에서 미술관과 소장품의 관계를 조망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대중에게 격년으로 소장품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전시의 의미를 짚어본다.

미술관이 소장품을 결정하는 방법은?

미술관의 핵심 기능인 ‘소장’은 단순히 작품을 수집하는 것을 넘어, 시대와 예술의 변화를 기록하고 보존하며 관람객과 공공의 기억을 공유해 이를 유산으로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미술관의 소장품, 즉 컬렉션(collection)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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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과 소장품의 관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암스테르담 중심에 위치한 스테델릭 뮤지엄(Stedelijk Museum)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10월 26일 막을 연 <순환 – 프레임들을 넘어선 사진(Circulate – Photography Beyond Frames)>전이다.

전시는 소장 작품을 대중과 공유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격년으로 열리는 스테델릭 뮤지엄의 주요 행사다. 단순히 소장품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동시대 예술 신(scene)에서 중요한 주제나 매체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단체전의 형태를 띤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올해의 소장품 제안 전시는 오픈 콜이 아닌, 미술관의 방향성과 전시 취지를 잘 이해하는 연구자, 큐레이터, 비평가, 작가 등으로 구성된 20명의 스카우트가 추천한 작가들로 이뤄졌다. 그 결과 21명의 작가가 이번 전시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을 바라보는 미술관의 새로운 시선

올해는 진화를 거듭하는 사진 매체의 발전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끊임없이 이미지가 생산, 소비되고, 누구나 사진 이미지를 제작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함에 따라 예술 매체로써 사진의 바뀐 지위에 주목해 보자는 것이다. 뮤지엄은 소장품 제안 전시의 주제로 사진을 내세우면서, 사진 매체를 향한 스테델릭의 새로운 과정을 강조한다.

스테델릭 미술관은 사진 예술 분야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합니다. 국제적으로는 사진을 예술 작품으로 수집한 초기 미술관 중 하나이며, 현재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사진 컬렉션을 갖추고 있습니다.

사진 예술은 빠르게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예술가들은 특정 재료나 매체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에 필요할 때마다 사진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술관이 이러한 혁신적 흐름에 맞춰 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서큘레이트 전시는 현대 미술에서 사진이 지닌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사진 예술 분야에서 미술관이 지향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합니다.

라인 볼프스(Rein Wolfs), 스테델릭 뮤지엄 관장

이번 전시는 사진에 대한 기술적 혹은 철학적 관점을 넘어, 예술의 영역에서 새로운 표현 형태로 전환되고 있는 사진에 주목한다. 21명의 참여 작가들은 사진을 통해 기존의 틀을 어떻게 깨고 있는지, 이미지의 경계를 넘어서는 표현을 어떻게 시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단순한 소장품 제안 전시 이상의 의미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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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ra Nabi, Sunsets for S (still), 2024 Courtesy of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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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 Matloga, m’gongone II, 2024 Images courtesy Neo Matloga & LL Editions Contemporary

전시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전시가 사진전임을 망각하게 된다. 출품된 작업들은 ‘사진’이라는 공통점으로 모이지만, 각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언어와 표현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전시는 기술 매체로서의 사진이나 그 결과물인 이미지가 아닌, 작가의 언어를 전달하는 매체로서의 사진을 강조한다. 그렇게 전시의 시선은 작가 언어의 운반체로써 사진을 활용해 구축한 21명의 세계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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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ja Novitskova, Pattern of Activation (Deers Kissing, Vision Mode),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Kraupa-Tuskany Zeidler, Berlin. Photo: Philipp Ottendörf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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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bena Sekyi Appiah-nti, Golden Boy, Garçon et Cheval, 2024 Courtesy of the artist. Foto Peter Tijhu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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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oletta Holst, Dissecting the Colonial House, 2024 Photo: Peter Tijhuis

기존에는 작가가 사진을 생산하고 제작하는 사람으로 여겨졌다면, 전시에서 작가는 이미지의 해석자로, 이미지가 생성되고 존재하는 맥락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시 제목인 ‘순환(Circulate)’은 이미지가 지속적으로 순환하고 끊임없이 의미를 바꾸는 방식에 주목한다는 작가들과 뮤지엄의 관심을 드러낸다.

미술관이 관객을 ‘소장’에 동참시키는 이유는?

스테델릭 뮤지엄은 암스테르담 시의 재정 지원을 받아 격년마다 미술관 소장품 제안 시리즈를 개최해왔다. 이는 미술관 소장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고, 동시대에 주목할 만한 주제나 매체를 다루며 미술관의 일이라고 여겨지는 ‘소장’에 관람객을 동참시키는 행위다.

소장품은 미술관의 정체성과 운영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미술관이 본연의 기능인 전시, 연구, 보존, 교육을 실현할 수 있게 한다. 오늘날 소장품은 단순히 수집되고 진열되는 오브제가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까지 담고 있는 대상이다.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의 영역에서 변화된 사진과 그것들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고 변주하여 자신만의 사유와 언어를 전달하는 작가들의 언어를 폭넓게 접할 수 있다. 또한, 뮤지엄의 소장이 시대를 반영하고, 나아가 뮤지엄의 정체성과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행위라는 점을 인지할 수 있다. 스테델릭 뮤지엄은 이번 전시 기간 동안 소장할 작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시는 2025년 3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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