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라운드스퀘어 CI
국내 식문화를 이끌어온 삼양식품그룹이 기업의 새로운 청사진을 공개했다. 60여 년의 헤리티지를 이어온 기업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그룹 전반의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어제의 성공이 미래를 담보하지 않는다
그룹명과 지주사명을 ‘삼양라운드스퀘어’로 교체하고 새로운 사명을 다양한 브랜드 요소로 구체화, 실체화했다. 새롭게 완성한 CI는 사옥 사이니지, 직원용 애플리케이션, 브랜드 북, 옥외 광고를 비롯해 다양한 제품 패키지에 적용했다.
“먹는 것이 족해야 세상이 평화롭다”를 이념으로 탄생한 삼양식품그룹은 국내 식문화를 형성한 주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라면 ‘삼양라면’으로 식생활의 변화를 일으켰고, 10여 년에 걸쳐 백두대간을 개척해 약 1980만 ㎡ 규모의 아시아 최대 초지 목장을 일구었으며 컵라면, 떠먹는 요구르트 등 시대를 앞서가는 새로운 식품을 만들었다. 그뿐인가? 글로벌 챌린지 열풍까지 일으킨 불닭볶음면은 단일 브랜드로 연 매출 1조 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처럼 시대정신에 맞춰 소비자와 호흡하며 변화를 모색해온 삼양식품그룹이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창사 62주년을 기념해 기업 CI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했다. 지난 9월 ‘불닭 신화’를 만든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은 삼양라운드스퀘어의 비전 선포식에서 “어제의 성공이 미래를 담보하지 않는다”, “21세기형 식족평천食足平天을 실현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공식 그룹명을 ‘삼양라운드스퀘어’로 변경하고, 세계적인 디자인 컨설팅 회사 펜타그램과 협업해 로고는 물론 기업 전반의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구축했다. 나아가 과학기술 기반의 ‘푸드 케어Food Care’와 문화예술 기반의 ‘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오랜 헤리티지를 가지고 있지만 끊임없이 혁신을 거듭한 삼양식품그룹이 과감한 변화를 택한 것이다.
라운드와 스퀘어. 새로운 그룹명에는 이질적인 두 요소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이런 의지는 로고에서 잘 드러난다. 포용과 창의성을 상징하는 라운드로 ‘식문화’를, 질서와 혁신을 담은 정사각형으로 ‘과학기술’을 표현했는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트루비안 맨Vitruvian Man’을 모티프로 두 기본 도형의 조합에 황금 비율을 적용해 긴장감 있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그룹사의 새로운 비전 ‘Food for Thought’에서도 리뉴얼의 핵심 방향이 잘 드러난다. 이는 식품을 통해 사회에 지속적으로 생각할 거리를 제시하며 정서적으로 더 건강한 식문화를 만들고 풍성한 삶의 양식을 채우겠다는 것.
프로젝트의 주축인 최의리 삼양라운드스퀘어 브랜드전략부문 이사는 “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고 연결할 수 있는 관념적 콘셉트를 잡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친근하게 전달하고자 했다”라며 “라운드와 스퀘어 두 도형의 교집합을 통해 이질적 요소가 만나 충돌하고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시너지를 낸다는 개념을 설명할 수 있도록 작업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디자인이 단순히 미적인 상징을 넘어 커뮤니케이션 매개체가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식품을 넘어 더 넓은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국경, 언어, 문화를 초월해 더 다양한 소비자를 만나기 위해 삼양식품그룹은 ‘삼양라운드스퀘어’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클리셰를 타파한 브랜딩을 꿈꾸다
삼양라운드스퀘어 브랜드전략부문 이사
최의리
“과거에는 음식이 허기를 채우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정서적 만족감을 통해 사람을 연결해주는 ‘문화 콘텐츠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CI 리뉴얼을 거치며 삼양라운드스퀘어를 어떤 회사라고 재정의했는지 궁금하다.
늘 시대에 맞게 다각적으로 변화하는 회사라고 진단했다. 우리는 한국 최초로 라면을 만들었으며 삼양라면의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불닭볶음면을 개발했다. 서민의 배고픔을 달래는 음식으로 대표되었던 라면에 한국인이라면 공감할 만한 매운맛을 더해 도전 의식을 자극하고 재미를 유발하는 아이디어를 결합한 것이다. 이를 통해 내수 산업이라고 평가받았던 식품인 라면을 세계화하는 데 앞장서게 됐다. 식품업계의 터줏대감이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클리셰를 타파한 브랜딩 사례라고 생각한다.
삼양라운드스퀘어 브랜드전략부문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나?
사명 개발을 시작으로 브랜드 방향성, 체계의 기획부터 CI 디자인, 실행까지 전 과정을 맡았다. 브랜드전략부문 내부에는 다양한 B2C 업계의 뛰어난 인재들을 영입하여 전문성을 강화했고 각 영역의 유능한 에이전시 파트너와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세계적인 디자인 스튜디오인 펜타그램 런던 오피스와 협업하면서 모든 과정의 중심축이 되었다. 물론 그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에는 브랜드 오너이자 최고경영진인 김정수 부회장과 전병우 CSO가 있었다.
변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모든 작업을 빠르게 주도한 주체는 놀랍게도 최고경영진이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식품업계에서 최고경영진이 이렇게 강력한 변화를 주문하고 디자인 중심적, 브랜드 관점을 지지하는 경우는 극도로 드물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진이 직접 런던 출장까지 동행해 디자인 스튜디오와의 미팅을 주도하며 단단한 초석을 닦았다. 큰 방향성부터 작은 디테일까지 브랜드 오너십에 기반한 의사 결정으로 프로젝트 규모에 비해 속도감 있는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
사각형과 원형을 교차한 조형적인 심벌이 인상적이다.
전병우 CSO가 직접 낸 아이디어다. 사각형과 원형이 교차하는 지점은 이질적 요소가 만나 무한한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영역을 뜻한다. 많은 푸드 스타트업이 저마다 다양한 컬러 마케팅을 구사하기에 삼양라운드스퀘어 역시 처음에는 새로운 상징색을 고심했다. 하지만 결국 기존 CI와 유사한 색상을 택했다. B2C 모델 중 소비자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식품업의 특성상 무엇보다 소비자와의 친밀감을 포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대표 색인 딜리셔스 오렌지보다 채도를 높이고 컬러 네이밍 역시 ‘이볼빙 오렌지’로 새롭게 부여하며 브랜드 진화를 나타냈다. 로고 디자인의 모든 과정에 김정수 부회장이 직접 참여해 검토했는데, 여성 기업 리더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균형감 있는 내재화 작업의 중요성
기업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설정했다면 내재화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계획인가?
CI 리뉴얼은 자주 있지 않는 큰 규모의 변화인 만큼 변화 관리(change management) 측면에서 기업 안팎으로 알려야 한다. 결국 내부 구성원 역시 잠재적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외부 커뮤니케이션과 임직원 내재화 작업은 동일 선상에서 균형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 특히 ‘불닭’이라는 브랜드에는 열광하지만 비교적 ‘삼양’이라는 기업에는 친근감이 부족한 MZ세대 고객을 위해 다양한 채널을 기반으로 콘텐츠 제작에 힘쓸 계획이다.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새 시작을 알리는 광고 영상을 제작했다. 1분 남짓의 영상이지만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담고 싶은 메시지가 많았으나 라운드와 스퀘어로 이루어진 새로운 로고를 알리는 데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 기업의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는 대다수 그룹 광고와 차별화된 감성적 접근을 꾀했다. 그룹 단위의 큰 변화를 전달하기 위해 규모 있는 세계관이 필요했기에 우주를 배경으로 라운드 행성과 스퀘어 행성이 만난다는 소식을 전 세계인이 고대하고 있다는 콘셉트로 새로운 CI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여기에 김형석 작곡가의 곡으로 가수 존박이 부른 BGM을 곁들여 감동 포인트를 만들었다. 낯선 설정이지만 소비자의 일상 속에 삼양라운드스퀘어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소비자 적합성을 높였다. 이 광고를 본 사람들에게 사명과 로고 디자인만큼은 인상적으로 각인시켰다고 자부한다.
광고 캠페인의 일환으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지난 10월 성수동에 2083년 미래의 연구소를 콘셉트로 한 팝업 스토어를 열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소비자가 직접 현장에서 브랜드의 일부가 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요즘 팝업 명소로 떠오른 성수동의 두 지점을 택했다. 각각 라운드, 스퀘어 조형물을 설치하고 한 지점에서 QR코드를 스캔하면 다른 곳의 위치를 알려주는 장치를 마련해 라운드와 스퀘어가 결합된다는 설정을 더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기업 CI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끔 유도한 것이다. 또한 이번 리뉴얼이 60여 년 만의 변화이니, 60년 후 미래의 라면을 상상해보는 체험 콘텐츠를 제공해 방문객의 흥미를 유발했다. 불닭 브랜드에 익숙한 인플루언서와 젊은 소비자들이 많이 찾아주었다.
문화 콘텐츠 가교 역할로 범위를 확장하다
먹거리가 풍족한 이 시대에 식품이 전할 수 있는 가치와 긍정적 효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과거에는 음식이 허기를 채우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정서적 만족감을 통해 사람을 연결해주는 ‘문화 콘텐츠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수년간 세계 각지에서 소비자들이 불닭 챌린지에 동참하며 유대감을 느끼고 새로운 놀이 문화를 형성하는 것을 목도했다. 지난 9월 비전 선포식에서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최고경영진은 삼양식품 창업자인 고 전중윤 명예회장의 인간 중심 경영 철학을 21세기의 시대정신으로 재해석해 인간의 삶 속에서 고객의 즐겁고 건강한 삶의 조력자가 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이러한 그룹의 방향성이 소비자에게 잘 전달되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과업이다.
브랜드전략부문 이사로서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청사진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이번 CI 리뉴얼 작업을 통해 전통 있는 브랜드에 새로움을 더해 시너지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해 ‘삼양이 변했다’는 반응을 모으고 있다. 브랜드 전략 업무의 핵심은 기업의 최상위 전략과 가치를 재해석하고 구체화하여 내·외부 이해관계자 및 소비자를 매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삼양라운드스퀘어가 전 세계인이 알고 싶고, 경험하고 싶어 하는 선망성 있는 브랜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