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커스텀 주얼리 시대, 반짝반짝 즐기기

커스텀 주얼리로 가을 패션 완성하는 법

커스텀 주얼리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여름을 기점으로 20년 남짓 굳게 닫힌 빗장을 풀어낸 화려하고 대담한 주얼리가 올가을 패션 신과 뜨거운 해후를 앞두고 있다. 목걸이, 귀고리, 팔찌 등 이번 트렌드를 이끄는 대표 품목의 힙 디자인과 연출법을 만난다.

다시 돌아온 커스텀 주얼리 시대, 반짝반짝 즐기기

유행은 돌고 돈다. 보통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주기로 크게 한 바퀴 돈다. 가끔 20년이 넘는 긴 시간 만에 과거 못지않은 영광을 되찾는 유난한 유행도 있다. 예를 들면 2년 전쯤 회귀해 여전히 힙한 세기말 Y2K 패션이 그렇다. 그리고 지금부터 소개할 커스텀 주얼리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여름을 기점으로 20년 남짓 굳게 닫아온 빗장을 풀어낸 화려하고 대담한 주얼리들은 올가을 패션 신과 뜨거운 해후를 앞두고 있다.

사진 출처 | 2023 SS 셀린느

진짜 이걸 하고 다녔다고? 작년, 이삿짐을 싸다가 발견한 액세서리 파우치를 마주했을 땐 멋쩍은 웃음이 났다. ‘탁탁’ 걸을 때마다 목탁소리를 내던 나무 뱅글 세트, 쇠구슬을 반으로 자른 듯한 거대한 장식이 여섯 개나 달린 목걸이, 귓불을 늘 벌겋게 달궜던 대왕 후프 귀고리, 이니셜이 새겨진 진주알 반지 등등. 라떼는 말이지를 절로 부르는 사연 많은 주얼리들이 가득가득 들어있었다. 개성을 담은 커스텀 주얼리가 스타일의 바로미터였던 2000년대 초반, ‘완소’ 그 자체였던 파우치는 세월을 돌고 돌아 구닥다리 유물처럼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요즘 말로 조금 웃프기도 했다. 과한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멋 좀 내겠다고 이 크고 무거운 걸 잘도 하고 다녔다는 사실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얼리는 하지 않는 편이 더 쿨했고, 기껏해야 얇은 반지나 목걸이를 몇 개 레이어드하는 정도가 인기를 끌었으니 충분히 그렇게 느낄만했다.

화려하게 부활한 커스텀 주얼리 패션

그런데 전세는 일 년 사이 거짓말처럼 뒤집혔다. 진주 목걸이가 쏘아 올린 젠더리스 패션의 대유행과 정형을 깨는 Y2K 무드의 강세는 화려하고 키치한 액세서리를 한껏 부각했고, 오랜만에 커스텀 주얼리의 유행을 불러냈다. 한 번이 어렵지. 그 대담하고 유쾌한 멋은 SNS를 타고 급속도로 달아올랐다. 특히 노출이 많은 여름 패션에서 독야청청 빛나며 존재감을 드높였다. 여기서 끝나지 않을 태세다. 가을을 여는 낭만의 트렌드들은 더욱 과감한 주얼리 패션을 소환하고 있기 때문. 지금 가장 힙한 올드 머니 룩의 고급스러운 포인트로도, 점점 더 매혹의 수위를 높이는 젠더리스 룩의 상징적인 메시지로도, 가을 스트리트 패션을 휩쓸 고프코어 룩의 분방한 한 끗으로도, 지금 멋쟁이들에게는 근사한 주얼리가 필요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사진 출처 | 2023 FW 브랜든 맥스웰

과거의 유행과 달라진 게 있다면 하이 주얼리와 커스텀 주얼리가 공존한다는 점이다. 사전적 의미로 모조 보석류를 뜻하는 커스텀 주얼리 Costume Jewelry는 쉽게 설명하면 값비싼 보석 대신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디자인적 멋을 높인 패션 주얼리를 말한다. 20년 전에는 가짜 티가 팍팍 나는 플라스틱, 나무, 철재 등 독특한 소재와 디자인이 인기였지만 지금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티 나지 않는 디자인이 쿨하다. 동시에 더 중요한 것은 주얼리를 걸치는 방식. 맥락은 크게 두 가지인데, 멋은 극과 극이다. 간결한 블랙 의상에 커다란 실버 뱅글을 양쪽에 낀 브랜든 맥스웰의 모델처럼 조형미로 압도하거나, 키치한 진주 브로치를 전면에 매단 구찌의 모델처럼 유쾌하고 분방하거나. 물론 이렇게까지 과감할 필요는 없다. 여기 멋쟁이 남녀 셀럽들 정도면 딱 매혹적이겠다. 이번 트렌드를 이끄는 대표 품목인 목걸이, 귀고리, 팔찌로 만나본다. 요즘식 주얼리 패션을 위한 힙 디자인과 연출법.

초커부터 펜던트 목걸이까지

다시 돌아온 패션 주얼리 시대를 제대로 즐기겠다면 선택은 무조건 목걸이다. 목선에 꼭 맞게 연출하는 초커형 디자인부터 단번에 시선을 끄는 큼직한 펜던트형 디자인까지, 목걸이 하나만 잘 골라도 일주일 내내 근사할 수 있다. 요즘은 ‘OOTD’에 똑 같은 주얼리를 주구장창 해도 진부하지 않다. 오히려 나만의 시그니처 패션으로 주목받는 시대다.

목걸이 중에서도 대세는 초커다. <레옹>의 마틸다를 떠오르게 하는 까만 가죽 초커부터 시원한 느낌을 내는 체인 초커, 크리스털을 촘촘히 엮은 화려한 밴딩 초커, 90년대 유행했던 빈티지 진주 초커, 우아한 분위기를 완성하는 스카프 초커 등등 뜨거운 인기만큼이나 디자인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추세는 점점 더 볼드한 디자인으로 흐른다. 딱 하나만 고르라면 두세 줄로 엮인 진주 초커를 추천한다. 목걸이 하나로 가을 멋쟁이가 되기 딱 좋다.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ireneisgood

잘하면 사랑스러우면서도 섹시하고, 잘못하면 답답해 보일 수 있다. 초커의 한 끗을 가르는 건 바로 옷의 네크라인. 튜브톱에 연출하면 가장 예쁜데, 가을에는 위에 여밈을 연 카디건을 걸치면 된다. 가슴선을 Y로 만드는 화이트 와이셔츠도 근사하다. 초커가 은근히 드러나 부담스럽지 않은 데다 화이트 셔츠의 클래식한 멋이 초커 특유의 롤리타스러운 분위기를 중화한다. 목이 가늘고 긴 편이라면 기본 라운드 네크의 티셔츠나 스웨터에 무심한 듯 툭 걸쳐도 쿨하다. 초커를 할 때는 목에 너무 딱 붙기보다는 살짝 느슨하게 걸치는 게 요즘 스타일. 부피감과 길이감이 다른 목걸이와 같이 연출해도 스타일리시하다.

내가 제일 잘 나가. 힙스터 느낌을 확실히 내고 싶을 땐 큼직한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를 주목한다. 걸그룹, 보이그룹 할 거 없이 요즘 아이돌도 그 멋에 푹 빠져있다. 하나만 해도 살아나는 스웨그와 시선을 고정하는 존재감이 압권이다. 힙합 느낌을 내는 로고 펜던트부터 키덜트 감성의 캐릭터 펜던트, 번쩍번쩍 샹들리에 펜던트 등등 대놓고 과하거나 보기만 해도 유쾌한 괴짜스러운 디자인이 뜨고 있다.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thv

목걸이 자체가 크고 화려하기 때문에 나머지 의상 선택이 중요하다. 몇 가지 세련된 요령이 있다. 첫째, 색은 블랙 앤 화이트로 제한한다. 마침 가을 톱 트렌드 컬러이기도 하다. 둘째, 가을 재킷을 적극 활용한다. 가슴이 살짝 파인 톱을 입고 트위드 재킷, 가죽 재킷, 각진 블레이저 등 지금 힙한 재킷을 걸치면 포스가 절로 산다. 셋째, 목걸이에 달린 펜던트가 쇄골 바로 밑에 오도록 걸친다. 의상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시선을 위로 끌어올려 얼굴 주목도를 높인다. 펜던트가 길에 내려오는 긴 목걸이는 요즘은 살짝 촌스럽다.

귀고리, 자유로움을 걸어라

귀고리를 하도 안 해서 구멍이 막혔다면 조만간 다시 뚫고 싶은 욕구가 샘솟을지도. 올가을, 겨울 그리고 내년에도 귀고리의 인기는 점점 더 뜨거울 전망이다. 그 포문은 자유로운 멋이 연다. 한쪽 귀에만 하거나, 양쪽에 다른 디자인을 하거나, 디자인 자체가 독특하거나, 크기가 매우 크거나! 익숙함을 깨는 디자인과 연출이 새로운 귀고리 트렌드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지금 눈여겨봐야 할 귀고리는 후프, 로고, 물방울, 별, 하트 등 조형미가 넘치는 디자인. 조형미가 있다면 앞서 설명했듯 한쪽 귀에만 해도 좋고, 양쪽 귀에 다른 디자인을 해도 좋다. 이런 연출은 같은 귀고리도 간결한 옷차림일 때는 포인트가 되고, 컬러나 프린트가 화려한 의상일 때는 분방한 느낌을 살리는 매력을 발산한다. 힙한 소재는 진주, 크리스털, 그리고 골드. 특히 오랜만에 돌아온 골드 링의 선전이 예상된다.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j.m

팔찌는 모던함이 생명

가을 메가 트렌드로 주목받는 조용한 럭셔리, 미니멀리즘 등 간결한 스타일에 빠져 있다면 팔찌 혹은 뱅글 하나로도 이 트렌드를 우아하게 즐길 수 있다. 꼭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모던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참 장식, 실 팔찌, 컬러 비즈 등 팔찌만큼은 아기자기하거나 키치한 디자인은 피한다. 동시에 흘러내릴 듯 유연한 실루엣보다는 팔에 딱 고정되는 단단한 멋에 주목한다. 어떤 계절에도 잘 어울리는 체인 팔찌라면 무난하게 연출할 수 있으며, 비슷한 무드의 팔찌를 두세 개 같이 해도 멋스럽다.

새로운 다크호스는 뱅글이다. 걸을 때마다 뱅그르르 시선을 붙드는 그 마성의 멋을 느껴볼 기회가 오랜만에 찾아왔다. 원래 뱅글은 인도나 아프리카 여성이 사용했던 장식 고리에서 유래된 것인데, 단단한 고리 형태의 팔찌로 생각하면 쉽다. 그 모양만으로도 볼드한 멋이 있기에 가죽, 실버, 골드, 플라스틱, 원석 등 다양한 소재로 스타일에 재미와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대세는 역시 골드. 새로운 시즌에는 고급스러운 한 끗이 멋을 가르는 결정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hoskelsa

이쯤 되니 갑자기 본전 생각이 난다. 그 ‘완소’ 파우치 속 주얼리들 말이다. 서너 개는 당장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작년에 당근으로 묶음 판매해버렸다. 아쉽다.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는 꺼진 유행도 다시 보자. 한때 소중했고 여전히 상태가 괜찮은 예쁜 아이템들은 일단 가지고 있는 게 좋겠다. 유행은 돌아오는 거야. 언젠가는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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