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성에서 길어 올린 다이닝 공간, 묵정 서울

최근 서울 묵정동에 한식 다이닝 공간 '묵정 서울'이 오픈했다. 쇼메이커스가 디자인을 총괄했다.

지역성에서 길어 올린 다이닝 공간, 묵정 서울

인쇄소가 즐비한 서울시 중구 묵정동의 한 골목. 예상치 못한 곳에 한식 다이닝 공간이 들어섰다.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쇼메이커스 사옥에 들어선 ‘묵정 서울’이 그 주인공. 팬데믹 기간에 제주도에 머물며 부영농장과 팝업 프로젝트 ‘오지나’를 통해 한식의 가치를 깨달은 셰프 오스틴 강은 건강한 발효 음식을 탐구해 시그너처 메뉴를 개발했다.

묵정 서울이 들어선 쇼메이커스 사옥.

쇼메이커스의 디렉션은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이들은 인테리어, 콘셉트, 브랜딩을 총괄했는데 묵정동이라는 지역성을 공간 안에 녹여냈다. 조선 시대 묵정동에는 ‘묵사’라는 절이 있었고, 그곳에 깊은 우물이 하나 있었다. 그 깊이가 얼마나 깊든지 물이 검게 보였다고 하여 ‘감(검)정우물’이라 불렀는데 이것이 묵정동(옛 이름은 먹절골이다)이라는 지역명의 유래이다. 당시 묵사의 승려들은 이 우물물로 먹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도 했다.

홀과 주방으로 사용하는 1층에는 지역성을 고려해 그을린 나무 기둥을 설치했다.

쇼메이커스는 이 역사적 배경을 공간에 반영했다. 1층 진입부에는 200년 넘은 고재를 활용한 구조물을 비치해 압도적 인상과 더불어 서까래 아래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듯한 친근함도 전달한다.

한지를 적극 활용한 2층 공간은 소규모 미팅에 적합하다. 한지 조명 아래에는 돌을 달아 작은 재미를 주었다.

한지 사이로 퍼지는 빛을 강조한 2층 공간을 지나 3층에 오르면 프라이빗 다이닝 룸으로 향하는 긴 복도가 펼쳐지는데 이는 깊은 우물에 대한 은유다. 복도 끝에는 둥글게 파인 공간과 함께 정화와 치유를 상징하는 항아리들을 배치했다. 한식의 발효 방식처럼 뭉근하게 묵힌 지역성을 담은 디자인은 묵정 서울의 감도를 한 단계 높인다.

항아리를 배치한 3층 복도.
3층 프라이빗 다이닝 룸.

“묵정 서울은 다이닝 공간을 넘어 묵정동의 역사와 발효 음식의 철학을 경험하는 특별한 장소다. 과거와 현재의 조화 아래 발효 음식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 방문객은 깊은 여운을 남기는 공간을 경험하며 시간이 흘러도 기억 속에 살아 숨 쉬는 장소로 이곳을 기억할 것이다.” – 최도진 쇼메이커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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