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KDA Winner] 기업가치혁신상 롯데백화점

올해 코리아디자인어워드 기업가치혁신상을 수상한 롯데백화점은 남다른 디자인 전략과 퍼포먼스를 통해 국내 백화점 시장 점유율 1위를 점하고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이 선보이고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4 KDA Winner] 기업가치혁신상 롯데백화점

오늘날 리테일 시장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의 성장과 팬데믹 이후 산업 환경의 변화, 이에 따라 달라진 소비자의 요구가 이 시장을 복마전 양상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롯데백화점의 변화와 확장은 분명 가시적이고 적극적이다. 롯데백화점이 국내 백화점 시장 점유율 1위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여기에 콘텐츠와 디자인 DNA를 주입하자 변화의 진폭이 몰라보게 커졌다.

타임빌라스의 로고 디자인과 모션.
타임빌라스의 로고와 아이덴티티 디자인 시스템.

새로운 형태의 쇼핑몰 ‘타임빌라스’를 시작으로 롯데백화점 식품관 리뉴얼과 함께 선보인 프리미엄 마켓 브랜드 ‘레피세리’, 키즈 전문관 ‘킨더 유니버스’까지, 카테고리는 확대하되 타깃은 세분화했다. 감각적인 연간 캠페인 키워드와 비주얼은 입체적으로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러 디자인 스튜디오, 작가와의 활발한 협업에서도 이전과 달라진 롯데백화점의 행보를 읽을 수 있다. 대단위 유통망과 접근성, 인문학적 모티브에서 시작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되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디어 시리즈 중 봄 비주얼 ‘Dear, Little Gardener’.
킨더 유니버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캐릭터들.

비주얼뿐 아니라 탄탄한 기획과 브랜딩에 기반한 공간 디자인을 통해 한층 진보한 디자인 언어를 선보인다. 이는 급변하는 시대에 백화점과 리테일 산업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무엇을 강화해야 하는지 명민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것이 반영된 롯데백화점의 퍼포먼스는 유연하고 다채롭다.

레피세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단순한 상업 공간이던 백화점과 쇼핑몰이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새로운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하나의 브랜드, 플랫폼으로서 어떻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iF 디자인 어워드, 12월에는 코리아디자인어워드에서 수상하며 남다른 디자인·브랜딩 역량을 증명한 롯데백화점의 행보를 앞으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선보인 ‘My Dearest Wish’.

디자인으로 구현한 리테일의 미래

상업 공간은 이제 더 이상 좋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동시대성을 지닌 분명한 아이덴티티,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인상적인 시각물, 오감을 만족시키는 다양한 콘텐츠 등 종합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야만 한다. 최근 롯데백화점의 변화가 이를 대변한다.

타임빌라스(2024)
올해 10월 롯데몰 수원점을 리뉴얼해 선보인 타임빌라스는 테넌트 유치나 판매 목적의 공간을 넘어 F&B와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영역 등을 입체적으로 담고 한발 더 나아가 이를 브랜드화해 새롭게 포지셔닝했다. 특히 최근 리테일업계의 주요 키워드인 ‘경험’과 ‘시간’을 고려해 사용자 동선과 테넌트 선정, 경험 콘텐츠에도 차별화를 두었다. 시간과 공간, 도시와 자연, 온·오프라인, 아날로그와 디지털 등의 경계를 없앤다는 타임빌라스의 콘셉트는 종합 쇼핑몰이자 체험 공간, 플레이그라운드로서 확장된 모델을 제시한다.

디자인 언어 또한 브랜드를 상징하는 시그너처로 강조했다. 돌아가는 아날로그 시곗바늘로 흐르는 시간을 표현한 로고 모션 등으로 브랜드의 메시지를 충실히 전달한다. 타임빌라스는 2030년까지 송도·수성·상암·전주 4개점을 신규 오픈할 계획이며, 수완·동부산·김해 등 기존 6개점은 리뉴얼로 새롭게 전환할 예정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SPIN(대표 토니 브룩·패트리샤 피네건), spin.co.uk
참여 작가 김지현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2023)
롯데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이른바 ‘K-아트’를 내세워 젊고 트렌디한 디자인의 쇼핑몰로 거듭났다. 주요 타깃인 밀레니얼과 Z세대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공간에 반영했다. 특히 범민, 이지연 등 한국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현지에서 볼 수 없는 볼거리를 선사했다. 그 덕분일까?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개점 4개월여 만에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고, 현재까지 누적 매출은 무려 3000억 원에 달한다. 매장을 오픈하며 전개한 ‘Hello, Hanoi’ 테마를 비롯해 오픈 1주년을 맞아 베트남 작가 퀸 흐엉Quynh Huong과 협업한 ‘Thank You, Hanoi’ 테마 등 현지 트렌드와 소비자의 니즈를 면밀히 파악해 기획에 적용한 전략 역시 유효했다.
참여 작가 이지연, 범민

트렌드의 홍수 속에서 재정의하는 ‘롯데다움’

롯데백화점의 모기업, 롯데그룹의 사명은 창업주인 고 신격호 총괄회장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주인공 ‘샤롯데’에서 따왔다. 태생부터 브랜드에 문학적 감수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독보적인 헤리티지를 지닌 롯데백화점은 급변하는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동시대성을 유지하며 자사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있다.

레피세리(2023)
백화점 식품관은 소비자의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는 데다 미식 트렌드를 가장 효율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점에 주목한 롯데백화점은 식품관 내 주요 구성 요소인 마켓을 ‘레피세리Lépicerie’라는 브랜드로 새롭게 정립했다. 만물의 절정을 이루는 ‘골든 에이지Golden Age’를 콘셉트로 과거 롯데에서 주로 활용하던 화려한 곡선 표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롯데 누보’ 스타일로 브랜드 디자인을 전개했다. 식품관의 세련되고 풍요로운 이미지는 공간 디자인으로도 구현하며 기존 식품관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CFC(대표 전채리), contentformcontext.com

킨더 유니버스(2024)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키즈 전문관. ‘내일의 놀이터’를 콘셉트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공간은 교육 특화 체험형 공간 ‘킨더 스튜디오’, 키즈 쇼핑 공간 ‘킨더 아틀리에’, 프리미엄 클래스 공간 ‘킨더 랩’과 유아 휴게실 ‘킨더 라운지’로 세분화했다. 특히 킨더 스튜디오 타임빌라스 수원 1호점은 독서 체험과 교육 특화 공간, 오디오 룸 등으로 구성하며 유기적인 공간 디자인, 업사이클링 소재의 가구 등으로 경험의 몰입도를 높였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디자인모멘텀(대표 황지아), designmomentum.org
공간 디자인 라보토리(대표 정진호), labotory.com

디어 시리즈(2023)
디어 시리즈는 롯데백화점의 연간 고객 커뮤니케이션 브랜딩 프로젝트로, ‘Adding Value to Your Story’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디어Dear’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속 “다시 없이 좋으신 그대여”라는 구절에서 영감을 받아 도출한 키워드다. 롯데백화점의 지향점인 ‘세대를 관통하는 인문학적 탐구’와 롯데가 가진 헤리티지를 담아낸 것. 팬데믹으로 인해 사라져가는 인간적 감성을 전달하고, 롯데 특유의 클래식 스타일에 현대적 기법을 더해 아날로그 감성의 비주얼을 완성했다. 봄에는 반려식물을 아끼는 사람들을 위한 ‘Dear, Little Gardener’, 여름에는 아름다운 행성 지구에 메시지를 전하는 콘셉트의 ‘Dear, My Planet’, 가을에는 아트 콘텐츠로 일상에 긍정적 감정을 전하는 ‘Dear Ordinary Us’를 선보였다. 디어 시리즈는 뛰어난 디자인 역량을 인정받아 올해 iF 디자인 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수상했다.
참여 작가 앤디 리멘터, 아방, 카아민

원더 시리즈(2024)
롯데백화점은 올해의 연간 키워드인 ‘원더Wonder’에 기반해 생성형 AI를 활용한 독창적인 시각물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올해 초현실주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만큼, ‘일상 속 비일상’을 콘셉트로 고객의 일상을 특별한 순간으로 변화시키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다. 희망을 전하는 봄을 표현한 ‘Wonder Dreams’,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여름을 그린 ‘Wonders of Summer’, 예술적인 아름다움의 가을을 표현한 ‘Wonderfall’ 등 매 시즌마다 초현실적인 키 비주얼을 선보였다.
참여 작가 노엘 반다이크, 울리세스 스튜디오, 안디카 라마디안

크리스마스 비주얼 아이덴티티 프로젝트(2022~2024)
크리스마스 시즌 브랜딩은 롯데백화점 연간 키워드와 연계하는 동시에 독자적인 헤리티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독보적인 스타일로 매년 고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22년부터는 ‘L-Street’, ‘L-Square’, ‘L-Park’ 세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롯데 타운Lotte Town’을 기획했다. 2022년 유럽의 건축양식을 오마주해 100m 이상 되는 건축 파사드를 만든 ‘Christmas Dream Moments’에 이어 지난해에는 ‘Dear’에 기반한 ‘My Dearest Wish’를 주제로 소설가 정세랑, 스페인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줄리아 사르다 포르타벨라Júlia Sardà Portabella와 협업해 동화적인 크리스마스 경험을 선사했다. 해당 기획은 외벽의 그래픽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MD 등으로 전개되며 브랜드 메시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참여 작가 송지혜(2022), 정세랑·줄리아 사르다 포르타벨라(2023), 김민지(2022·2023)

2022년에 진행한 ‘Christmas Dream Moments’.
지난해 ‘My Dearest Wish’를 주제로 선보인 마켓과 쇼윈도.

“우리에게는 ‘롯데다움’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의정 롯데백화점 비주얼부문장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리테일 시장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통망, 오프라인에 대한 인식, 구매 패턴 변화 등 소비자 니즈와 시장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평균의 실종, 젊은 세대의 소비시장 진출, 취향 소비, 지속 가능성 등에 주목했다. 프리미엄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브랜드 자체에 열광하는 팬덤보다 본질적 가치와 실체를 갈구하는 소비자가 늘고, 의미 있는 브랜드 경험이 소비자에게 긍정적 이미지로 다가간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비즈니스 모델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는 가운데, 오프라인에서만 전할 수 있는 경험과 공감의 가치를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전사적으로 리브랜딩 중이다. 어떤 기준으로 전개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빅데이터 고객 분석을 통해 타깃층을 세분화하고, 이를 백화점의 콘텐츠로 소화할 수 있는 접점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예를 들면 팬데믹 이후 다양한 식재료가 국내에 수입되고 소비자 취향이 한층 다채로워지면서 식문화의 영역이 더욱 성장했다. 여기에 맞게 롯데백화점의 헤리티지를 강조한 레피세리가 탄생하게 됐다. 타임빌라스의 경우, 쇼핑몰을 단순히 여러 브랜드의 집합체로 구성하는 공간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경험을 아우르며 시간을 즐기는 공간으로 새롭게 해석해 기획했다.

레피세리 1호점 인천.
롯데백화점의 리브랜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방향성은 무엇인가?

우리에게는 ‘롯데다움’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매해 연간 전략을 수립하고, 그 키워드를 중심으로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전개한다. 특히 작년에는 롯데백화점의 헤리티지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롯데’라는 브랜드명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문학에서 탄생한 리테일 기업이라는 차별점에 착안해 슬로건과 키워드를 선정하게 됐다.

여러 작가와 활발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어떤 기준으로 작가를 선정하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테마를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획력이다. 기획 의도에 맞춰 스토리라인을 설정하고, 이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표현 방식을 결정한 후 작가 후보를 리스트업한다. 2024년 키워드인 원더 시리즈는 ‘일상 속 비일상’이라는 모티브에 맞게 초현실적인 키 비주얼을 표현할 수 있는 작가들을 리스트업했다. 예를 들어 봄에 공개한 ‘Wonder Dreams’는 생성형 AI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아티스트 노엘 반다이크Noëlle van Dijk와 협업해 만든 결과물이다.

리테일 시장에서 세대별 타기팅은 좀 더 마이크로하게 정립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역시 시장의 확장을 꾀하는 과정에서 세대별 세분화가 더욱 명징하게 드러나는 듯 하다.

기본적으로 지역 상권별로 타기팅을 하지만, 최근에는 좀 더 세밀한 타기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일례로 타임빌라스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들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분석했고,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점은 특히 한국의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베트남의 젊은 세대가 주요 대상이다. 앞서 언급한 레피세리는 미식 문화에 관심이 많은 타깃을 위한 새로운 공간이며, 미래의 고객이 될 아이와 그 가족까지 타깃으로 하는 킨더 유니버스도 초세분화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세심한 서비스를 하기 위한 결과다.

킨더유니버스의 다양한 캐릭터들.
그런 변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가장 즉각적인 고객의 반응은 역시 크리스마스 시즌에 들을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3년 동안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반영해 크리스마스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는데,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이 바로 공감이다. ‘진짜 유럽에 온 것 같다’, ‘야경 맛집이다’ 같은 즉각적인 고객 반응은 롯데백화점만의 입체적인 리테일 경험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레피세리는 지난해 12월 인천점 오픈 후 신규 고객 유입이 늘었으며, 특히 20~30대 고객이 대폭 증가했다. 지역 상권 내의 차별화된 백화점 프리미엄 푸드 마켓으로 포지셔닝하고자 한 의도가 잘 반영됐다. 확실히 이전보다 롯데백화점의 디자인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

현재 롯데백화점에서 진행 중인 ‘크리스마스 쇼타임’ 외관.
향후 롯데백화점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달라.

리테일 시장에서 쇼핑몰의 중요성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타임빌라스를 전략적 핵심으로 더욱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이는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가능한 감각적인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단순히 쇼핑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채로운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자 한다. 비주얼 부문에서는 타임빌라스의 성공적 확장을 위해 온·오프라인의 일관된 소통을 목표로 세부 디자인 전략을 세울 예정이다. 이 외에 백화점 내 카테고리에도 차별화를 위한 브랜딩을 검토하는 등 더욱 적극적인 디자인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58호(2024.12)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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