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KDA Winner] 폼앤폼

프로덕트 부문 위너를 수상한 BKID의 ‘폼앤폼Form & Foam’은 산업용 자재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공공 디자인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2024 KDA Winner] 폼앤폼

프로덕트 분야 총평

다변화하는 일상을 반영하는 흐름은 제품 부문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개인화를 넘어 초개인화 시대에 접어든 경향을 보여주듯 생활과 밀착한 소형 전자 기기의 출품이 확연하게 늘었다. 필수 가전제품 외에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웰빙 및 헬스케어 디바이스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한편 제품을 오브제화하는 트렌드가 지속되는 가운데 완성도 높은 미감을 구현하기 위해 CMF를 강화한 디자인도 강세를 보였다.

프로덕트 부문 위너를 수상한 BKID의 ‘폼앤폼Form & Foam’은 산업용 자재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공공 디자인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자동차 부품, 완충재, 스포츠용품에 사용하는 EPP의 물성을 심도 있게 연구해 구현한 의자에 세련된 컬러를 적용해 도시에 새로운 미감을 제시했다는 데서 심사위원들의 이견 없는 만장일치를 이끌어냈다.

이번 수상작은 기술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산업 디자인이 그간 이루어온 성장과 성취를 공공의 영역으로 확장한 시도라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이다.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에 제조업과 궤를 함께하며 성장해온 국내 산업 디자인계는 현재 극심한 과도기를 맞고 있다. 제품은 훨씬 더 개인화되거나, 정반대로 훨씬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며 공공성을 띠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먼 훗날 2024년을 반추할 때 제품 디자인의 변곡점이 된 해였다고 평하게 되지 않을까?

심사위원 구병준(피피에스 대표), 양윤선(레어로우 대표), 황성걸(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 교수)


폼앤폼 – BKID

2024 KDA 프로덕트 위너로 선정된 BKID. (왼쪽부터) 허준혁, 송봉규, 박성제.

디자인은 도시의 얼굴을 바꾼다. 비단 화려한 마천루만이 아니라 길을 걷다가 만나는 벤치, 가로등, 쓰레기통 같은 일상의 공공시설물이 도시의 인상을 좌우한다. BKID가 디자인한 서울시 공공 의자 ‘폼앤폼’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다. 최근 공공 디자인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서울시는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폼앤폼은 도시 환경에 창의적 디자인을 적용해 매력적인 공공 공간을 조성하는 서울시 ‘펀 디자인’ 사업의 결과물이다. ‘일상에 즐거움을 주는 디자인’을 모토로 2021년부터 벤치, 의자, 그늘막 등 다양한 시설물을 만들고 있다. 이 사업이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이는 배경에는 다양한 산업 디자이너와의 협업이 있었다. 설령 디자인 전문 회사가 공공 디자인에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두고 있어도 속성상 공공의 자본과 관심 없이는 진행할 기회가 많지 않다. 평소 기업 클라이언트 위주의 프로젝트를 전개해온 BKID에게 이번 프로젝트가 뜻깊었던 이유다. 더욱이 이 사업은 흥미롭게도 디자인 개발부터 생산까지 디자이너에게 오롯이 키를 쥐여주는 보기 드문 진행 방식을 택했다. ‘시민의 공간을 위한 의자’를 주제로 재료나 형태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었다.

편하게 기대앉을 수 있는 ‘린 하이’는 서로 이어 붙여 사용할 수도 있다. 마주 앉거나 나란히 앉는 등 각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이상필
좌식으로 앉을 수 있는 ‘린 로우’는 천변이나 공원에서 활용도가 높다. 사진 박성제

BKID는 첫 단계로 공공 공간과 앉는 행위라는 맥락에 집중했다. 광화문광장, 청계천, 한강공원 등 다양한 도시 환경에서 시민들이 앉는 행위를 통해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을 관찰한 뒤 세 가지 형태를 도출했다. 집중해 앉는 ‘시트Sit’, 편하게 기대앉는 ‘린 하이Lean High’, 좌식으로 앉는 ‘린 로우Lean Low’로 세 가지 방식에 따라 높이를 다르게 구성하고 착좌감에도 차이를 줬다. 시트는 공식 행사 자리에서, 린 하이는 콘서트 현장에서, 린 로우는 천변이나 공원에서의 사용을 염두에 두고 계획한 것이다. 소재 선택에는 크게 세 가지 기준이 있었다. 형태 구현에 제약이 적을 것, 야외 사용에 적합한 내구성을 가질 것, 대량생산이 가능할 것. 이를 토대로 리서치를 하던 중 발견한 소재가 바로 100% 재활용 가능한 EPP(발포 폴리프로필렌)였다. EPP는 발포율에 따라 강성과 유연성을 다르게 표현할 수 있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가령 EPP 비즈를 15배로 발포하면 자동차 내장재처럼 단단하고, 45배로 발포하면 포장재나 보온재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질감을 갖는다. 이에 가벼우면서도 사람이 앉았을 때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강성과 편안한 착석감을 주는 유연성을 찾기 위해 직접 만져보고 앉아보는 테스트를 거쳐 18배라는 배율을 도출했다. 그 결과 내구성이 높으면서도 가벼운 의자가 탄생했다. 기존 공공 벤치나 의자가 대부분 바닥에 고정돼 있거나 지나치게 무거워 이동이 어려운 반면, 폼앤폼은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편의점 의자처럼 친근한 인상으로 누구나 원하는 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낮춘 부분도 눈에 띈다.

스카이 코랄, 그린, 그레이 세 가지 색상을 일정한 비율로 섞어 오염에 강하면서 입체적인 인상을 주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사진 이상필

시각적 완성도도 놓치지 않았다. 특별히 아이코닉하면서도 주변 환경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미묘한 균형을 이루는 컬러 팔레트가 돋보인다. 2024년 서울의 색인 스카이 코랄과 그린, 그레이 세 가지 색상은 서울의 도시 맥락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은빛 강이 흐르는 주변으로 공원에서 산책하는 사람들, 울창한 숲과 콘크리트 빌딩이 공존하는 모습에 착안했다고. 단일 색은 자칫 조악한 인상을 줄 수 있어 세 가지 색을 적절히 섞고, 공간 특성에 맞게 그 비율을 조절해 과하지 않은 디자인을 연출했다. 모래사장의 돌처럼 섞인 그레이 색은 야외 환경에서 오염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치열한 소재 탐구와 설득력 있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구현한 폼앤폼의 수상은 국내 공공 디자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공’이라는 수식어에 으레 따라붙던 고리타분함을 깨고 시민 모두가 기꺼이 동참할 수 있는 디자인을 선취함으로써 비로소 공공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게 한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58호(2024.12)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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