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일하는 방식
훌륭한 디자이너는 훌륭한 커뮤니케이터다. 인하우스 디자이너의 목소리로 브랜드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웹사이트 ‘아모레퍼시픽 크리에이티브스’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작업을 정리하고, 발표하고, 논의하며 결정하는 순간이 온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의도는 물론 선택에 따른 결과까지 똑똑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특히 오늘날 디자이너에게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온라인 시장이 오프라인 매장의 영역을 침투하며 제품이나 공간 디자인 못지않게 콘텐츠 흡인력이 브랜드의 승부처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아모레퍼시픽 크리에이티브스에 집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디자이너와 소비자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콘텐츠 플랫폼이 필요해진 것이다.
사실 아모레퍼시픽은 디자인센터에서 크리에이티브센터로 조직명을 변경하면서부터 창작자들의 영역 확장을 모색해왔다. 기능성과 심미성을 충족하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디자이너의 일이라는 과거의 통념에서 벗어나 이제는 조직 구성원 모두가 올라운드 플레이어이자 스토리텔러로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로고, 패키지, VMD 등 디자인 요소 각각의 퀄리티를 높이기에 앞서 그 안에 담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어떤 어법으로 전달할 것인지에 먼저 집중한다. 아모레퍼시픽 크리에이티브스는 이러한 업무 방식을 응축한 브랜드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다.
1948년 출시한 브랜드 최초의 제품인 메로디크림, 1950년대 멋쟁이 남성들의 머리를 깔끔하게 유지해주던 ABC 포마드부터 2022년 설화수와 헤라의 홀리데이 컬렉션까지, 뷰티업계의 기나긴 발자취를 관통하는 원대한 헤리티지다.
하지만 이곳의 운영 방식은 예상과 달리 꽤 지지부진했다. 디자이너가 소스를 건네면 외부 에디터가 이야기를 적어내는 방식으로 상세 페이지를 꾸렸는데 콘텐츠의 주체가 모호했던 탓인지 그다지 큰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 허정원 센터장은 ‘목소리의 주인이 명확할 때 채널의 정체성 또한 단단해질 것’이라는 판단으로 2021년부터 웹사이트를 다시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 크리에이티브스의 새로운 불문율은 다음과 같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팀원이 직접 글을 쓰고 스스로 게시물을 업로드할 것. 디자이너의 사고를 공유하는 창구이자 조직 구성원의 포트폴리오로 모두에게 공개된 형식으로 아카이브를 쌓을 것. 문체도 레이아웃도 업로드 일정도 제각각이기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면 합리적인 선택은 아니지만 좋은 채널을 활성화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봤다. 마치 잘 지어놓은 사옥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여긴 것이다.
더욱이 브랜드와 소비자의 비대면 접점은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해졌다. 과거 인하우스 디자이너의 역할이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것에 가까웠다면 디자이너 스스로 과제를 정의하는 아모레퍼시픽 크리에이티브스는 상당히 파격적인 처사다. 여느 웹사이트와 가장 큰 차별점은 구체성과 생동감이다. 오랜 시간 체득한 정보를 실제 사례와 감도 높은 비주얼 콘텐츠로 전해준다. 물론 디자이너들이 작업을 설명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프로젝트에 따라 콘셉트, 프로세스, 해결 과제, 솔루션 또한 천차만별이기에 콘텐츠 활용법 역시 무궁무진하다.
허정원 센터장은 말한다. 스토리텔링은 디자이너 개개인의 능력치와 잠재성을 끄집어내 예상치 못한 시너지를 만들어내며 소비자가 브랜드를 경험하는 또 다른 방식을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고. 무엇보다 디자인은 정량화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고 디자이너의 논리와 사고 체계 역시 어디까지나 주관적이기에 다양한 실무자의 생각을 가까이 들여다보는 것은 그 자체로 기업 문화를 이해하는 큰 줄기가 된다. 디자이너뿐 아니라 개발자, 브랜드 매니저, 콘텐츠 전략가, 마케터 등 누군가에게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하는 사람, 나아가 조직에서 직면하는 여러 겹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리더라면 누구나 아모레퍼시픽 크리에이티브스를 유익한 참고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design.amorepacific.com
Interveiw with 아모레퍼시픽 센터장 허정원
“창작자들이 모이면 건설적 대립(constructive confrontation)이 형성된다. 아모레퍼시픽 크리에이티브스는 자신의 영역을 꾸준히 개발하는 디자이너들이 사고 과정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자극을 줌으로써 디자인 조직 전반의 감도를 높이는 기업의 큰 자산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콘텐츠가 콘텐츠를 낳는 플랫폼으로서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전달하고자 한다면 결국 꾸준함이 가장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 Amorepacific Creatives
스튜디오
웹사이트 카테고리 중 하나인 스튜디오는 아모레퍼시픽 크리에이티브센터에서 제작한 비주얼 콘텐츠를 소개하는 리포트다. 주제에 따라 여러 사례를 소개하며 아모레퍼시픽의 다양한 브랜드에 신선한 영감을 불어넣는다.
편집 디자인 김두연
롱테이크 바디 케어 캠페인
제품 디자인부터 비주얼 콘텐츠 제작까지 일관된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지는 롱테이크 바디 케어 캠페인. 헤어 케어로 시작한 브랜드 롱테이크가 핸드, 바디 케어까지 라인을 확장함에 따라 신규 라인 제품 디자인을 진행했다. 산뜻한 향과 부드러운 사용감을 패키지에 고스란히 담았다면 비주얼 콘텐츠는 깊은 숲에서부터 우리의 피부까지 이어지는 연결성 있는 시각적 구성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했다.
비주얼 디렉팅 김두연, ES Consultancy
사진 김재훈
헤어&메이크업 장해인
제품 디자인 권미연, 이성엽
BM팀 장윤경, 박미진
개발팀 최재용
2022 미쟝센 퍼펙트 세럼 오리지널 콘텐츠
미쟝센 퍼펙트 세럼은 2011년 출시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온 제품이다. ‘10여 년간 유지해온 디자인에서 과연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흥미로운 프로젝트인 만큼 웹사이트에는 최종 디자인을 도출하기까지의 과정이 상세히 기록되었다.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보다 견고하게 만들면서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통해 상품의 매력도를 향상시키는 것이 작업의 핵심. 서체, 그래픽, 컬러, 형태 등의 제품별 변화와 더불어 최종 디자인 외 여러 시안의 가능성과 이슈를 함께 공개해 차별화된 정체성을 찾기까지 어떤 의사 결정 과정이 있었는지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다.
디자인 안윤정
비주얼 디렉팅 이경주
비주얼 촬영 신상우
BM팀 김미선
개발팀 김지훈
2022 추석 캠페인 한율시장
한율은 2022년 추석을 맞아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원료로 만든 4종의 한율시장 컬렉션을 출시하고 아모레성수와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2주에 걸쳐 팝업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래픽·제품·공간 디자인은 물론 이벤트 기획과 진행까지 경험 디자인의 모든 요소가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설계한 프로젝트였다. 명절 때마다 우리 손에 하나씩 들려 있는 과일·농산물 박스를 모티브로 패키지를 제작했으며 한국 자연의 이로움과 시장의 풍요로움을 공간에 담아 이벤트에 생동감을 더했다.
제품 디자인
제품 디렉팅 및 디자인 권지연
비주얼 디렉팅 강라미, 유희선
피겨 디자인 디렉팅 김성은
비주얼 촬영 신상우
BM팀 김해수
개발팀 이인영
디자인 스튜디오 Project Eddy
피겨 브로보이즈
팝업 스토어
디자인 강라미, 오주연, 유희선
BM팀 성주영
2022 프리메라 워드마크 & AG.VCN
자연주의 브랜드에서 고효능 스킨케어 브랜드로 리뉴얼한 변화를 한눈에 보여주고자 prmr 워드마크를 개발했다. 12년 만의 리브랜딩인 만큼 다소 길어 보이는 ‘primera’를 과감하게 ‘prmr’로 줄여 단단하면서도 정제된 인상을 담아냈다. 아모레퍼시픽 크리에이티브스에서는 p의 꼬리 길이 변형 테스트부터 m의 필기 형태, 그리고 m의 자소 형태를 반영한 r의 디테일까지, 로고의 조형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실험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디자인 박민희
촬영 이윤지, Ban Studio
BM팀 이규림, 김민경
개발팀 한진형, 김보람
비주얼 Ban Studio
디자인 스튜디오 ORKR
2022 헤라 홀리데이 컬렉션 ‘뉘앙스 오브 윈터’
겨울의 깊은 밤을 연상시키는 섬세한 헤라 홀리데이 컬렉션. 짙은 네이비에 글리터를 결합한 리미티드 팔레트부터 별이 빛나는 밤을 은유한 백화점 오프라인 패키지, 실버 리본으로 포인트를 준 카카오톡 선물하기 전용 패키지, 크리스마스트리 형태로 오브제를 쌓은 백화점 디스플레이까지, 홀리데이 룩을 매력적이면서도 일관된 언어로 전달했다.
디자인 최은혜, 박소연, 이채은, 신지완
BM팀 송은지
개발팀 박송은, 박고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