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회사의 ESG 경영 이야기②
코오롱스포츠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패션 산업을 둘러싼 고민이 점점 커진다. 옷 없이 사는 세상은 불가능한데 지구가 위기를 겪고 있다. 입고 싶은 옷과 입어야 하는 옷 사이를 저울질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이제는 환경까지 고려해야 할 때다. 좀 더 나은 선택으로는 부족한데, 확실한 대안은 없을까? ESG 경영이 지금처럼 화두가 되기 전부터 묵묵히 지속 가능성을 실천해온 패션 회사, 코오롱인더스트리FnC의 브랜드를 살펴보자. 두 번째 주인공은 ‘코오롱스포츠’다.
지구와 연결된 브랜드의 철학
코오롱스포츠는 국내 첫 아웃도어 브랜드다. ‘자연으로 가는 가장 좋은 방법(Your Best Way to Nature)’을 표방하는 이들에게 자연과의 공존은 숙명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옷을 생산하고 판매해 이윤을 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자연과의 공존을 꿈꿀 수 있을까? 코오롱스포츠도 이 문제에 오랜 기간 골몰했고, 결국 가능한 방법을 찾았다.
이는 2015년부터 진행해온 ‘노아Noach 프로젝트’를 통해 알 수 있다. ‘노아의 방주’에서 차용한 그 이름처럼 동식물 보호에 앞장서는 캠페인이다. 꿀벌을 보호하기 위한 2015년 컬렉션 ‘비 스트롱Bee Strong’에 이어 2018년 울릉도 연안에서 발견된 해마를 기념하며 ‘씨 홀스 씨 러브Sea Horse Sea Love’를 출시했고, 2021년에는 멸종 위기 종 섬개야광나무를 알리기 위한 컬렉션 ‘코트니스터Cotoneaster’ 수익금의 일부를 국립세종수목원에 기부해 희귀 식물 보존을 후원했다. 2023년 노아 프로젝트는 비무장지대에 자생하는 식물 중 세 가지 대표 종을 선정하고, 이를 모티프로 한 그래픽이 담긴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 같은 후원은 인간의 파괴적인 활동으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지구의 공동 거주자들을 다시금 돌보고자 하는 취지다. 생산 방식 또한 과감하게 전환했다. 리사이클링 소재를 사용해 폐기량을 줄이고, 기존 대비 물 사용량을 절감시키는 친환경 염색법을 선택했다. 2021년 코오롱스포츠의 컬렉션 중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의류의 비율은 22%였으나 브랜드 설립 50주년인 2023년에는 그 비율을 51%까지 높이며 지구를 고려하는 생산 방식을 점차 확대해나가고 있다.
지속 가능한 브랜드의 경험 공간, 솟솟리버스
생산 방식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고 기부와 후원을 통해 브랜드의 의지를 표명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필요한 자연보호는 과잉 생산 자체를 줄이는 것일 테다. 코오롱스포츠도 이 사실을 직시하고 ‘질 좋은 옷을 하나 사서 오래 입는 것이 플라스틱 생산의 절대량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것을 단호하게 밝혔다. 이 같은 태도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제주에 위치한 브랜드 경험 공간 ‘솟솟리버스(솟솟Rebirth)’다.
솟솟리버스의 심벌은 코오롱스포츠의 상징적인 상록수 로고 형태를 한글로 가장 가깝게 표현한 ‘솟솟’에 제주의 자연을 이루는 돌과 섬의 형상, 현무암의 텍스처를 더해 자연의 이미지를 전달함으로써 프로젝트의 취지를 시각화했다. 이곳은 세계적인 건축가 나가사카 조의 손을 거쳐 만들 때부터 친환경과 업사이클링을 지향했다. 기존 건물 구조를 그대로 사용하고 마감재를 최소화하며, 제주도에서 수거한 해양 폐기물을 활용해 테이블과 선반, 의자 등의 집기를 만들었다. 무언가를 짓기보다 최대한 덜 짓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옷은 1~2년간 쌓여 있던 재고를 다시 디자인한 ‘코오롱스포츠 리버스’ 제품이다. 슬로 패션을 추구하는 것 역시 플라스틱의 사용처를 줄이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옷을 구매하는 경우 생분해되는 비닐 쇼핑백을 제공해 플라스틱 발생을 최소화하고, 온라인 주문 시 전기차를 사용해 운송하는 등 탄소 중립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생산-유통-폐기 과정 전체를 재점검하고 끊임없이 더 나은 선택지를 제시하는 코오롱스포츠는 소비자를 넘어 다른 브랜드에도 선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