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제2 데이터센터 ‘각 세종’ 사이니지 디자인
2023년 11월 문을 연 네이버 제2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사이니지 디자인 관점에서 살펴본다. 네이버의 철학이 이 작은 요소에도 깃들어 있다.
사람과 로봇, 건축과 환경의 교차점
기술과 일상을 잇는 허브 역할을 자처하는 네이버가 회사의 철학을 물리적 공간에 현실화하려는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11월 문을 연 각 세종은 네이버의 서비스 동력이자 미래 기술의 실체로, 기록 보관소를 표방한다. 이곳의 구석구석을 살피다 보면 데이터센터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사이니지 시스템은 사람과 로봇, 건축과 환경이 교차하는 각 세종의 정체성을 응축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디자이너는 비주얼을 구상하기에 앞서 보안 시설로서 공간의 특수성에 집중했다. 공간 설계 초기 단계부터 사이니지 개발을 병행하는 작업 방식을 취한 것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눈에 띄지 않는 사이니지
디자이너는 보안 시설의 성격을 고려해 ‘눈에 띄지 않는 사이니지’라는 역설적 디자인 언어를 고안했다. 디자인을 드러내기보다는 공간 속으로 스며드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장식적 요소는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건물의 일부로 융화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픽토그램, 알파벳, 숫자를 기본 정보로 설정했는데, 보안 등급이 높은 구역일수록 사이니지에 드러나는 정보를 최소화했다. 외부인이 특수 보안 공간의 사이니지를 발견하더라도 그 의미를 정확히 인지할 수 없도록 코드화 작업을 거친 것이다. 즉 공간의 정체성을 함축한 사이니지 시스템이 각 세종의 데이터 자산을 지키는 셈이다. 대부분의 사이니지를 자석 탈부착 형식으로 설계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오피스 공간을 유연하게 사용하는 기업이기에 화살표와 픽토그램, 실명 등 일부 사이니지를 교체하는 것만으로 공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디자인을 구현한 것이다.
로봇을 위한 디자인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다름 아닌 사이니지의 재료. 건물 파사드에 사용한 알루미늄 아노다이징을 사이니지 재료로 선택해 건축물과의 이질감을 줄였다. 각 세종 사이니지 체계를 디자인한 크라픽의 조제희 대표는 “물리적 공간과 정보 체계가 유기적으로 진화하면서도 본질적인 속성은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라고 밝혔다. 한편 공간 구석구석에서 발견되는 블루 컬러의 사이니지는 바로 로봇을 위한 디자인이다. 로봇이 인식할 수 있는 QR 코드 타입의 사이니지를 로봇의 동선 곳곳에 적용하고 글라스 도어를 인식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충돌 방지 사이니지도 부착했다. 이는 로봇의 이동과 정차를 위한 2차 보완재로 기능하면서 인간 사용자에게 로봇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주의를 주는 역할을 겸한다. 프로젝트의 주축을 담당했던 예정은 네이버 EX(Environment Experience) 총괄 디렉터와 김성열 EX 브랜딩 디렉터는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공간이 점차 늘어나면 2D가 아닌 3D 사이니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3D 사이니지는 단순한 연구 대상을 넘어 머지않은 미래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해야 할 과제다”라고 설명했다. 사람과 로봇, 정보와 기술의 교차로에 서 있는 네이버의 깊이 있는 고민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오늘의 기록을 발판 삼아 근미래의 삶을 내다보는 각 세종은 미래 산업의 최전방으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datacenter.navercorp.com
Designer Interview
조제희 크라픽 대표
“각 세종 사이니지 시스템의 핵심은 모듈이다. 하이퍼 스케일과 휴먼 스케일이 섞인 각 세종의 특수한 공간 조건 속에서 모듈을 통해 콘셉트를 유지하고 시각적으로 일관된 형태를 전달할 수 있었다. 각 세종의 심벌인 사각 형상은 언뜻 정적이고 닫힌 형태로 보이지만, 모듈의 개념이 더해지면 연결과 확장, 자유로운 형태 변형이 가능해진다. 모듈화된 블록이 늘어나고 변화하는 모습은 단일한 데이터가 또 다른 데이터와 결합해 새로운 데이터를 창출해내는 모습과도 닮았다.”
김성열 네이버 EX 브랜딩 디렉터
예정은 네이버 EX 총괄 디렉터
“데이터센터는 일반 오피스나 상업 공간과 달리 보안의 레이어와 그에 따른 공간 사용자가 촘촘히 세분화되어 있다. 사이니지를 개발할 때 비주얼에 대한 고민보다 시설의 성격과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에 건축 설계 초기 단계부터 사이니지 작업을 병행해 공간 및 보안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데 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