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 비주얼 아이덴티티 리뉴얼 프로젝트

‘내 손이 닿으면 요리’인 시대, 백설은 현시대에 필요한 요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오늘의 요리’ 브랜드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비주얼 아이덴티티로 그 방향성과 변화가 드러날 수 있도록 리뉴얼을 결정했다. 2년에 걸쳐 고민해 온 프로젝트의 방향은 ‘핵심만 남기자’였다.

백설 비주얼 아이덴티티 리뉴얼 프로젝트
백설의 새로운 비주얼 아이덴티티 디자인.

내 손이 닿으면 요리인 시대

생활양식의 변화는 브랜드를 향한 다른 기대와 요구로 이어진다. 식문화 또한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요리가 더 이상 일이 아닌 시대”란 김열중 CJ제일제당 브랜드디자인센터장의 말처럼 우리는 식사를 준비하고 차리는 과정을 놀이이자 취미이자 쉼으로 여기는 시대에 살고 있다. CJ제일제당이 헤리티지에 무게를 둔 기존 백설의 브랜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다. ‘내 손이 닿으면 요리’인 시대, 백설은 현시대에 필요한 요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오늘의 요리’ 브랜드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비주얼 아이덴티티로 그 방향성과 변화가 드러날 수 있도록 리뉴얼을 결정했다.

2년에 걸쳐 고민해온 프로젝트의 방향은 ‘핵심만 남기자’로 좁혀졌고, 백설의 시선은 자연스레 소비자로 향했다. 1953년 국내 최초로 설탕을 생산한 이래 밀가루, 햄, 소스류 등의 제품으로 70년의 세월 동안 소비자와 동고동락한 백설이기에 그 누구보다 소비자의 말에 먼저 귀 기울이기로 한 것. 기존의 눈꽃 형상을 별로 단순화하고 워드마크는 남기되 다른 장식은 모두 덜어낸 심벌은 소비자 인지 조사를 참고한 결과다. 덕분에 생긴 여백은 디지털 환경에서도 눈에 잘 띄고 잘 읽히는 가독성으로 이어졌다. 컬러는 브라운과 레드를 유지하되 레드의 채도를 높여 자신감과 에너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또 ‘오늘의 요리’라는 브랜드 비전 위에 백설 전 제품군을 모두 펴놓고 카테고리 재정비에도 착수했다. 설탕, 밀가루, 식용유 등 요리의 기초 재료와 파스타 소스, 디핑 소스, 양념장 등 소스류로 나누어 비주얼을 달리했다. 전체적인 브랜드 이미지는 명료하고 밝은 톤으로 꾸리고 요리의 기초 재료는 파스텔 톤으로 바탕이 되는 맛을, 소스류는 비비드한 컬러로 강조된 맛을 선명하게 표현했다.

비주얼 아이덴티티 리뉴얼의 다음 과제는 백설이 생각하는 ‘오늘의 요리’를 소비자가 경험하게 하는 것. 기존 심벌의 눈꽃에서 요리의 이정표라는 의미를 담은 별로 재해석하면서 누구나 자신 있게 요리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진화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브랜딩 관점의 캠페인과 프로모션 등이 진행될 것임을 알렸다.

1965년부터 2023년까지 백설 BI의 변천.

백설의 새로운 메시지, BI 리뉴얼

김열중
CJ제일제당 브랜드디자인센터장

“ 브랜드 메시지를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식품 산업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음을 체감하나?
과거에는 삶고 끓이고 볶아야만 요리로 인정했다면 이제는 샐러드도, 파스타 밀키트도, 한식 상차림도 요리로 본다. 범위도 방식도 너무 다양해진 것이다. 마트만 봐도 그렇다. 냉동·냉장 매대뿐만 아니라 상온 간편식이 몇 년째 매서운 성장세를 보이니 식품 산업의 스펙트럼이 깊어지고 넓어짐을 느낀다. 백설은 지난 70년간 그러한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자력을 키워왔으나 문제는 브랜드로서 인지되는 힘이 약하다는 것이었다. 이번 BI 리뉴얼은 그 지점에서 생긴 프로젝트다.

착수에 앞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브랜드가 걸어온 70년 자취를 펴놓고 읽었다. 이 역사가 곧 우리나라 식문화의 역사란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 공기처럼 오랫동안 곁에 있었던 백설을 오늘날 필요하고 갖고 싶은 브랜드로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12년 만의 리뉴얼이다. 달라진 시장 환경에 대한 분석과 해석이 있었을 것 같다.
아무래도 PC의 웹, 모바일 환경이 중요했다. 예를 들어 기존 심벌은 디자인 요소가 많아 작은 화면에서는 여러 객체가 뭉뚱그려져 보여 가독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시즐 이미지, 제품명과 식품 표시 사항 등 패키지 디자인의 다른 요소들끼리 부딪히는 상황도 적지 않았다. 이는 핵심만 남기는 단순함이 필요하다는 결정으로 이어졌다. 소비자 인지 조사 결과, 많은 소비자가 백설 로고타이프와 눈꽃 마크를 인지하고 있었고,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많은 공감을 받았기에 덜어낼 것을 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브랜드의 역사를 표현한 ‘SINCE 1953’ 요소도 그 과정에서 제외됐다. 직접적으로 역사를 드러내지 않더라도 소비자가 브랜드 경험을 통해 그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따라가기로 했다.

이번 BI 리뉴얼의 의미는?
글로벌 브랜드의 BI 리뉴얼 사례를 보아도 다들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가더라. 이건 결국 회사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결과라고 본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이야기하려는 핵심만 남기려는 선택 말이다. 그래서 백설의 로고를 포함한 이번 리뉴얼 역시 브랜드 메시지를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게 전하는 데 집중했다. 덕분에 우리 스스로 오늘의 요리를 만드는 동시대 소비자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가 ‘마이 브랜드 백설’로 나아가는 첫 단추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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