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 2024 컬렉션, 플랫랜드

구조적인 실루엣과 선명한 색감으로 이름을 알린 패션 브랜드 선우는 2024 F/W 컬렉션을 통해 다차원의 세계를 표현했다. 치밀한 수치 계산을 디자인에 적용해 최소한의 원단으로 입체적인 의상이 만들어지도록 설계했다.

선우 2024 컬렉션, 플랫랜드
최소한의 원단 커팅으로 완성한 의상 패턴.
선우 2024 컬렉션 ‘플랫랜드’.

에드윈 애벗의 저서 〈플랫랜드Flatland〉는 원제의 ‘flat(평면)’에서 암시하듯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도시 현상과 사회를 개념적으로 살펴본 책이다. 선우의 2024 컬렉션은 ‘플랫랜드’의 이야기를 콘셉트로 삼았다. 아주 작은 부분을 덜어내는 패턴 커팅 기술로 구조적인 의상 형태를 구현한 게 특징이다. 컬렉션 의상 전반을 민소매로 디자인한 것 역시 옷의 몸체에 시선을 집중시켜 의상의 구조감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이는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고찰에서 비롯된 선택이기도 하다. 제로 웨이스트 패턴 커팅 기법을 사용할 때 실루엣 개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레스-웨이스트less-waste’를 표방했다고. 한편 지난 2월 2일 2024 F/W 서울패션위크의 일환으로 DDP 아트홀에서 첫선을 보인 선우의 패션쇼에서는 이번 컬렉션 피스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런웨이에서는 직선적인 헤어 연출, 맨발 스타일링과 길고 뾰족하게 다듬은 그래디언트 색상의 네일 아트를 통해 선우만의 다채로운 상상력을 보여줬다. 선우를 이끄는 장선우 디자이너는 “말레 비치의 페인팅, 피에르 가르뎅의 세라믹으로 된 테이블웨어 등을 좋아하는 취향이 반영됐다”라고 전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2018년 ‘원터치 텐트’라는 키워드로 나선형 구조와 비비드한 단색 컬러를 선보여 패션계의 이목을 모았던 선우의 저력이 다시 한번 빛났다. 의상의 본질뿐만 아니라 콘셉트 스토리텔링에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장선우 디자이너의 행보를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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