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스 프로페셔널 리뉴얼 프로젝트
헤어 디자이너를 위한 새로운 프로페셔널리즘
헤어 살롱 전문 브랜드 아모스 프로페셔널의 대규모 리뉴얼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CI와 BI, 브랜드 디자인 방향성을 비롯한 400여 종에 달하는 전 제품 용기 및 패키지 디자인, 대리점 사이니지에 이르는 전사적인 작업이었다. 다양한 제품 영역을 종횡무진하는 김지윤스튜디오가 파트너로 참여했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프로다움
소비자들은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에 일종의 신뢰를 보낸다. 브랜드의 성장 과정이 인간과 비슷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의 변화는 론칭만큼 어렵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헤어 살롱 전문 브랜드 아모스 프로페셔널의 대규모 리뉴얼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다. 아모스 프로페셔널은 전문 헤어 디자이너와 헤어 살롱에서 사용하는 브랜드로 오랫동안 인정받았지만, 변화를 요구하는 브랜드 내부 구성원과 고객들의 니즈에 따라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하게 됐다. 프로젝트는 CI와 BI, 브랜드 디자인 방향성을 비롯한 400여 종에 달하는 전 제품 용기 및 패키지 디자인, 대리점 사이니지에 이르는 전사적인 작업이었다. 디자인 파트너로는 다양한 제품 영역을 종횡무진하는 김지윤스튜디오가 참여했다.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맥락적인 디자인(Communication Centric Contextual Design)’이라는 독자적 방법론을 지닌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로, 새로운 시각으로 사용자 관점의 해결법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기에 협업하게 됐다. 리뉴얼 키워드는 ‘뉴 스탠더드 프로페셔널리즘New Standard Professionalism’. 프로페셔널한 이미지를 권위나 신비로움 대신 실력, 진정성 등의 키워드로 재해석했다. 핵심 콘셉트는 ‘효율성’으로, 복잡한 설명이나 조형은 지양하고 제품의 사용성에 초점을 맞춘 직관적 디자인을 추구했다. 가장 큰 특징은 숫자 디자인이다. 업계에서 시그너처로 자리 잡은 숫자 디자인은 브랜드 론칭 당시 복잡한 제품명 대신 부를 수 있는 쉬운 커뮤니케이션 도구이자 디자인 요소였다. 디자이너는 헤리티지인 이 숫자 시스템을 계승하면서도 독창적인 폰트와 원과 직선 등 기하학적 도형으로 구성했다. BI와 기하학적 기본 도형, 숫자 요소를 다양한 스케일로 사용할 수 있는 패턴도 개발했다.
용기 디자인도 과거보다 견고해졌다. 리뉴얼로 정돈된 제품 이미지에는 달라진 용기의 역할이 크다. 어떤 환경에서도 제품과 기능을 쉽게 인지할 수 있고 사용하기 편해야 한다는 점을 우선시했다. 용기는 ‘래셔널 디멘션Rational Dimension’을 콘셉트로 제품 전체를 정사각 기둥으로 변경했다. 펌프와 튜브, 캡까지 조형적 통일성을 이루었기에 진열할 때도 보관할 때도 편리하며 안정감을 준다. 특히 사용성에 심혈을 기울여 용기 펌핑, 젖은 손으로 잡았을 때의 미끄럼 방지, 튜브 캡의 개폐, 오일 제품의 개폐와 펌핑을 돕는 형상까지 연구해 완성했다. 헤어 디자이너는 하루에 같은 제품을 몇 통씩 사용한다는 점, 기존 크림 타입 헤어 제품 용기는 내용물 잔량이 최대 20%까지도 남는다는 점을 고려해 잔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금형 개발도 진행했다.
리뉴얼 후 시장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브랜드 로고타이프와 사각 용기는 아모스 프로페셔널 리뉴얼의 중요한 의도 중 하나인 ‘새로운 시대의 프로페셔널리즘’을 정확히 담아냈다. 특히 손에 착 감기면서도 미끄럼 방지 역할을 하는 돌기 면의 촉감과 편리함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이 많다. 브랜드의 정통성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는 일에는 줄타기가 필요한 법. 그렇기에 이번 리뉴얼 프로젝트는 최적화된 브랜드 리뉴얼의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amosprofessional.com
총괄 기획 및 진행 아모레퍼시픽 그룹 아모스 디자인팀
참여 디자이너 왕정민(팀장), 신민경(프로젝트 리더), 유소엽, 김민수, 조미정, 홍덕환(엔지니어)
디자인 협업 김지윤 스튜디오(대표 김지윤), jiyounkim.com
Designer Interview
유소엽, 김민수, 조미정
“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프로다움’을 위해 브랜드와 제품도 새로운 시각으로 표현했다.”
아모스 프로페셔널 리뉴얼 프로젝트의 핵심 콘셉트는 무엇이었나?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프로다움’을 위해 브랜드와 제품도 새로운 시각으로 표현했다. 복잡한 타이포그래피, 형상, 조형 요소의 사용을 지양하고, 프로들의 작업 환경과 제품의 사용성에 집중했다.
사이니지와 로고타이프 변화의 가장 큰 주안점은 무엇이었나?
아모스 산하에는 아모스 프로페셔널과 아윤채, 2개의 브랜드가 존재한다. 또 아모스 CI에서 파생한 아모스 아카데미, 프로랩 등과 BI에서 파생한 아티산, 팀아모스, 아모스 TV, 프로코드 콘서트 등이 있다. 이러한 많은 아이덴티티의 관계 질서 정립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모스 아래 미용 분야의 국민 브랜드인 아모스 프로페셔널과 MZ세대 타깃의 살롱인 아윤채가 각각의 영역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했고, 핵심이 되는 A자 폰트를 통일하는 것에서부터 로고타이프 디자인을 시작했다.
아모스를 상징하는 숫자 디자인을 세련되게 진화시킨 점도 인상적이다.
‘넘버링 시스템numbering system’이라고 부르는 아모스의 숫자 디자인은 14년 이상 사용해온 아모스의 헤리티지다. 실제로 전문 헤어 디자이너들은 제품 사용 시 “02번 샴푸 사용하세요”, “04번 에센스, 05번 트리트먼트 주세요” 라는 식으로 말한다. 그런데 이 숫자의 서체, 라인별 컬러를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변화 없이 유지해오면서 어느새 예스러운 느낌을 주는 부정적 요소가 되었다. 이에 새로운 숫자 디자인은 원과 직선 등 기하학적 기본 도형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가위나 빗처럼 헤어 디자이너들의 기본 도구가 되었으면 하는 브랜드 성격을 반영했다.
잔량을 최소화하는 용기는 어떤 원리로 제작했나?
중력으로 내용물이 아래쪽으로 모이는 현상에 따라 내부 용기는 깔때기 형상으로 디자인하고, 깔때기 가장 아래쪽까지 펌프의 스트롱이 내려가 내용물을 끝까지 펌핑해 올릴 수 있도록 한 구조다. 심지어 벽면에 묻어 있는 내용물까지 남김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용기 상부를 열어 닦아 쓸 수 있게 설계했다. 이 용기는 용량별로 모두 국내와 중국에서 디자인 의장 등록을 마쳐 디자인권을 확보했다. 아모스 프로페셔널 수출국에서도 디자인권 출원 과정에 있다.
아윤채에 이어 아모스 프로페셔널의 리뉴얼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아모스 디자인팀에는 일관된 디자인 아이덴티티 구축을 위해 브랜드, 제품, 공간 디자인 파트와 개발 파트가 함께 팀을 이루고 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특히 믿을 수 있는 엔지니어와 함께 금형을 설계하고 포장재를 개발하기 때문에 디자인의 형태·기능·소재·색상을 의도대로 구현하면서 지속 가능성까지 충족하는 디자인을 전개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