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와 반지하를 멋진 주거 공간으로 바꾼 세계의 집 5

스페인, 타이완, 그리스, 영국, 그리고 폴란드!

어둡고, 습하고, 환기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지하나 반지하를 쾌적한 주거 공간으로 바꾼 사례들을 소개한다. 지하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햇볕과 바람이 잘 통하는 집도, 약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욱 독특한 공간을 갖게 된 집도 있다.

지하와 반지하를 멋진 주거 공간으로 바꾼 세계의 집 5

Casa A12

스페인 마드리드

부부와 반려견 한 마리가 함께 사는 집이자 개인 사무실인 이곳은 1층과 지하층의 복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층은 지상층이지만, 폭에 비해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긴 직사각형 형태이기 때문에 두 개 층 모두에 채광을 최대한으로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공간을 설계한 크레스타 디자인(Kresta Design)은 지상층을 사무실이자 낮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지하층을 침실과 취미 생활을 하는 방들이 모인 사적인 공간으로 정했다. 그리고 두 층을 서로 전혀 다른 공간처럼 연출함으로써 일과 생활 사이의 분명한 경계를 만들고자 했다.

1층은 깊은 안쪽까지 자연광이 최대한 들어갈 수 있도록 구조물이나 가구를 최소화했다. 1층에서 유일하게 큰 구조물은 안쪽에 원통형으로 만든 화장실뿐이다. 1층의 큰 채광창 앞으로 넓게 바닥을 트고 환기구를 만들어, 지하층에 빛과 공기가 순환할 수 있게 했다. 바로 아래에는 가족이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작은 실내 정원을 조성했다.

지하층은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코발트블루와 코랄의 색감을 이용해 인공적이면서도 산뜻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피트니스룸, 정원, 다용도실 등의 공간은 일부분이 뚫린 벽이나 커튼으로 구분된다. 벽면은 화이트와 실버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반사광 효과를 최대한 활용했다.


House H

타이완 타이베이​

사진 KC Design Studio 인스타그램 @kcdesignstudio

타이베이 스린구, 40년 넘은 주택에 사는 4인 가족이 이 프로젝트의 주인공이다. 가족은 지하 창고가 딸린 1층 세대에 산다. 집주인 부부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집이 좁아지자 사용하지 않는 지하실을 생활 공간으로 개조하기로 했다. 지하실은 애초에 주거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외부와 통하는 창이 몇 군데에 불과했고 따라서 채광과 환기가 열악했다.

개조 후, 주차장과 작은 뜰이 있어 지하보다 면적이 좁은 1층에는 부부의 침실과 기도실이 들어섰다. 지하층에는 거실과 주방, 세탁실, 정원, 어린 남매의 침실이 들어섰다. 케이씨 디자인 스튜디오(KC Design Studio)는 1층 전면을 유리로 바꾸고, 그 바로 앞에 계단을 만들어 열린 공간을 통해 지하로 자연광이 들도록 했다. 계단 반대쪽에는 ㄱ자 환기구를 새로 만들었고, 그 아래 아이들의 방과 작은 정원을 배치해 가족 구성원들 모두의 침실이 집에서 가장 밝은 공간이 될 수 있게 했다.


Ilioupoli Apartment

그리스 아테네

사진 Point Supreme 인스타그램 @pointsupreme

아테네의 주거 지역 일리우폴리에 있는 이 건물은 20세기 후반에 계획적으로 일제히 지어진, 폴리카토이키아(polykatoikia)라 불리는 공동주택 건물 중 하나다. 이곳의 작은 반지하 창고 하나가 리모델링을 통해 산뜻한 아파트로 재탄생했다.

집주인 커플의 의뢰를 받은 디자인 스튜디오 포인트 슈프림(Point Supreme)은 다양한 색상과 질감을 섞는 방식을 통해 경쾌한 공간을 연출했다. 디자이너는 ‘위에서 빛이 들어오는 모습이 따뜻한 동굴처럼 느껴졌다’며 일반적인 아파트와 다르게 꾸미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특히 56㎡라는 작은 크기를 고려하여, 낭비되는 공간이 없도록 내부 벽 없이 바닥재, 커튼, 기능적인 가구들로 공간들을 구분했다. 노출 콘크리트 주위로 목재, 메탈, 강철, 유리 등 다양한 재질의 가구와 파티션들이 선명한 컬러들과 어우러져 화사하면서도 어수선하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침실은 벽이 없는 대신, 무거운 커튼을 설치해 방음과 방풍 기능을 보완했다.


Walden

영국 런던

사진 Polysmiths 인스타그램 @polysmiths

영국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폴리스미스(Polysmiths)가 설계한 반지하 주택 ‘월든(Walden)’은 숲속 오두막 같은 집을 지향한다. ‘월든’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가 전원생활 중 쓴 책 제목에서 따온 이름이다. 집 앞의 작은 정원은 지상에서 집 입구로 내려가는 계단까지 그 영역을 확장했다. 거실과 현관 등 전면부는 대형 유리창을 내어 최대한의 채광과 정원 조망을 확보했다. 숲처럼 조경된 초록빛 정원은 자연과 가까이 연결된 느낌을 주면서 동시에 외부 시선을 차단하는 가림막 역할도 한다. 공공 공간의 내부 인테리어는 창밖 풍경과 어울리는 미니멀한 우드와 화이트톤으로 꾸며졌다. 침실, 욕실과 같은 개인 공간은 어둡고 차분한 톤으로 아늑함을 강조했다.

이 집은 침수 피해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식물 가꾸기를 좋아하는 집주인의 취향을 반영해 전반적으로 살기 좋게 업그레이드한 케이스다. 외벽마다 강력한 습기 방지와 단열 처리를 했고, 집 주위로 배수로를 추가 설치했다. 무성한 숲 같은 정원 역시 빗물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Residential Basement

폴란드 포즈난

사진 Mili Mlodzi Ludzie 페이스북 facebook.com/milimlodziludzie

19세기에 지어진 이 공동주택 건물의 지하실은 그 세월만큼이나 예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천장과 벽은 아치형이고, 내부 마감재는 붉은 벽돌이다. 외부의 빛이 들어오지 않는 이곳을 주거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자연광에 가장 가까운 직경 2미터짜리 원형 조명이 거실 천장에 설치됐다. 조도와 색깔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아침부터 낮을 거쳐 밤이 되기까지 시간대별로 적절한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기존의 벽돌 천장과 벽은 그대로 노출시키고, 여기에 화이트와 우드톤으로 시각적인 따뜻함을 더했다. 흰 벽면은 대형 자연광 조명이 내뿜는 빛을 구석구석 퍼뜨리는 역할도 한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밀리 믈로지 루지에(Mili Mlodzi Ludzie)의 디자이너들은 아치형 벽과 어울리는 자작나무 합판으로 아치형 분리벽을 추가로 만들어 세웠다. 아치 부분 안쪽에는 화이트 롤러 블라인드를 숨겨, 필요에 따라 거실 공간과 개인 공간인 침실을 구분한다. 공간 활용 면에서나 비용 면에서나 실용적인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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